예쁜 바다에서 편하게 돈 번다고요? 두통 달고 사는 직업입니다

  • 글 jobsN 임헌진

    입력 : 2019.07.10 09:02

    외할머니, 어머니를 이어 3대째 해녀 일을 하고 있다. 이혼 후 우울증을 겪을 때 바다가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바다 없이 살 수 없다는 제주 최연소 해녀 고려진(34)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려진씨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1984년생 제주 최연소 해녀 고려진이다.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에 살고 있다. 제주도 해녀의 80%가 여기 산다. 제주도에서 해녀로 인정받은 사람 중 가장 어리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급하는 해녀증이 있다. 물질 5년 차 초보다. 물질이란 바다에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말한다.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알고 싶은 사람이다.
    고려진씨 제공

    -직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계나 장치 없이 맨몸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 성게, 소라 등 해산물을 딴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6년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올리기도 했다.

    2014년, 31살 때부터 해녀로 일했다. 1년 365일 일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보통 7~10월이 금채기다. 이 기간은 바닷속 생물들이 알을 낳는 시기라서 해산물 채취를 금한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다. 이때는 물질하지 않는다. 옛날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올해는 7월3일부터 금채기다. 누구든 금채기에 해산물을 채집할 수 없다.

    여름철 제주도에서 물질을 못 해서 거제나 통영 같은 섬으로 물질을 나간다. 거제, 울산, 포항 등에도 제주보다 많지는 않지만, 해녀들이 있다. 보통 제주도에서 물질하러 갔다가 정착하거나 결혼을 해서 살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주로 한겨울에 일한다. 보통 일주일은 물에 들어가고, 일주일은 쉰다. 한 달에 10~15일 정도 일한다. 태풍이 오면 계속 물에 못 들어갈 때도 있다. 파도가 2.5m를 넘으면 조업을 못 한다. 파도가 잔잔할 때 많이 한다. 생물들도 잘 보이고 물질도 편하다. 이런 날을 ‘바다님이 허락해주셨다’라고 한다. 친구들에게 ‘오늘 용왕님이랑 하이파이브하고 올게’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고려진씨 제공

    -일을 시작한 이유.
    결혼을 하면서 28살에 제주 시내 쪽으로 이사를 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다시 구좌읍으로 돌아왔다. 원래 해녀 일은 꿈도 못 꿨다. 물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제주대학교 체육학과를 전공했는데, 물 관련 수업은 다 F학점을 받았을 정도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우울증이 왔다. 그때 엄마가 바다에 나가서 일 해보라고 하셨다. 보통 딸한테 해녀일을 안 시킨다.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딸만큼은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물에 못 가게 하셨다. 혹시나 물질을 할까 봐 걱정하셨다. 그런데 딸이 너무 힘들어하니까 바다에서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때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물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해볼게’라고 답했지만, 수영을 못 했다. 처음엔 물이 허리춤까지 오는 정도에서부터 배웠다. 그냥 기어 다녔다. 어느 순간부터 물속에 작은 생물들이 보였다. ‘얘네도 이렇게 살아가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었다. 물에 들어가니까 걱정과 잡념이 싹 사라졌다. 바닷속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게 다른 시선으로 보였다. 바다에서 정신적인 치유를 받았다.

    고려진씨 제공

    -어머니도 해녀이신 건가.
    현재 할머니, 어머니, 나까지 3대가 해녀다. 사실은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니까지 대대로 해녀 일을 했다. 어머니는 일하신 지 40년이 넘었다. 현재 제주 구좌읍 해녀 총회장을 맡고 있다. 할머니는 어머니보다 더 오래 일을 하셨다. 90세다. 지금은 몸을 다치셔서 물질은 못 하신다.

    -본인처럼 젊은 해녀는 없는지.
    해녀의 평균연령은 70세다. 60~80대가 약 90%다. 같이 조업하는 분들을 보면 60~70대가 가장 많다. 나를 아기 취급을 하신다. 다치거나 큰 병이 없지 않은 이상 계속 물질을 하신다. 육지에서 몸이 아파도 물속에선 인어가 된다. 물질을 안 하면 오히려 아프다고 하신다.

    고려진씨 제공

    -해녀가 되려면.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이후 여러 가지 혜택이 생겼다. 이후 해녀 일을 하려는 외부인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궁금해서, 레포츠로 생각해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녀는 힘든 일이다. ‘예쁜 바다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돈을 번다?’ 착각이다. 생업이라면 다르다. 원하는 대로 해산물을 잡을 수도 없다. 생각과 달라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일하고 싶다고 바로 해녀증이 나오는 게 아니다. 수협 가입과 어촌계 가입·승인이 있어야 한다. 또 1년간 60일 이상 조업을 하거나 12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마을마다 어촌계가 있다. 제주도 전역에 100개 정도가 있다. 나는 평대어촌계 소속이다. 그 위에 제주 수산업협동조합이 있다. 마을에 2년 이상은 살아야 하고, 수산업에 종사해야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다. 마을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그렇다. 정착해서 살 사람인지 그냥 왔다 가는 사람인지 보는 것이다. 어촌계원이 되면 어촌계 간부들이나 해녀들이 모여 ‘이 사람이 진짜 물질할 사람인가’를 평가한다. 통과하면 임시해녀 자격이 생긴다. 바다에서 조업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물질을 시작한다.

    또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과한 욕심이 없어야 한다. 안전 장비나 안전 요원 없이 맨몸으로 일한다. 내 목숨을 옆에 있는 동료가 지켜줘야 한다. 목숨과 이어지기 때문에 협력 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달려가서 도와준다. 공동체 의식이 가장 강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고려진씨 제공

    -해녀가 되기 위해 노력한 점.
    최소 10년은 해야 ‘물질을 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좋지 않았다. 최연소 해녀라는 타이틀을 얻으려고, 세간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 잘하고 싶었다. 물에 더 깊게 들어가서 해산물을 더 많이 잡고 싶었다.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배웠다. 프리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잠수하는 운동이다. 한 번의 호흡으로 숨을 참고 얼마나 물속 깊이 내려가느냐가 관건이다. 최고기록으로 수심 30m를 내려갔다 온 적이 있다.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일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고려진씨 제공

    -일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어제(7월4일)부터 금채기가 시작했다. 이틀 전까지 오전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식당 오픈을 준비한다. 현재 가게에서는 국수를 팔고 있다. 이후 바다로 나가 9시쯤 입수한다. 오후 1~2시쯤 물에서 나온다. 다시 가게에 가서 일하고, 오전에 잡은 성게를 손질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향한다. 보통 6시까지 바다에 있다. 물질은 하루 적게는 4~5시간, 많게는 6~7시간을 한다.

    시기마다 잡는 해산물이 다르다. 3~6월은 성게를 잡는다. 10월부터 소라를 잡는다. 전복은 12월부터, 해삼은 1월부터 잡는다. 문어는 시기에 상관하지 않고 계속 잡는다. 동족도 먹는 잡식성이라서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 수백 번은 물 위로 올라 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10초~20초간 숨만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한 번 물속에 들어가면 보통 1분 정도 있는다. 손에 해산물이 차면 바로 올라온다. 적게는 3m, 깊게는 15m 내외에서 작업한다. 물질을 잘하고 못하고 기준을 세우고 싶진 않다. 본인의 역량만큼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해녀의 정신이다. "너의 숨만큼만 해라"라는 말이 있다.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계에 이를 때까지 물속에 있지 않는다. 너무 힘들고 위험하다. 욕심부리지 않고 숨을 참을 수 있을 때까지만 물속에 있는다.

    고려진씨 제공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본인 능력에 따라서 다 다르다. 하는 만큼이다. 잡은 해산물의 종류와 무게에 따라 벌이가 달라진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하루 2~3만원 벌 때도 있었다. 요즘 많이벌 땐 하루 40만원까지 번다.

    초보는 보통 3~5만원, 실력이 뛰어난 해녀인 상군해녀는 하루 50~60만원을 벌 때도 있다. 상군해녀는 물질경력이 평균 20년 이상인 사람이다. 깊은 물에서 조업하는 사람들을 상군이라고 한다. 수심이 깊은 곳일수록 해산물의 씨알이 굵고 양도 많아서 채취량이 많다. 잡은 해산물들은 제주 수산업협동조합을 통해 판매한다. 일부 수수료를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고려진씨 제공

    -일 하면서 힘든 점은.
    물질하면 잠수병을 달고 산다. 숨을 참고 깊은 바닷속을 들어가니까 몸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수압, 조류를 거스르고 일하기 때문이다. 귀가 잘 안 들리고 두통이 자주 온다. 무거운 것도 많이 들어서 허리가 아픈 사람이 많다.

    또 물속에서 일하다 보니까 위험한 순간들도 많다. 멈춰있던 배가 갑자기 시동을 켜고 지나가는데, 난 물에서 나오는 순간이었다. 배와 부딪힐 뻔했다. 또 배 스크루에 감길 뻔한 적도 있다. 어머니는 바다뱀을 본 적도 있다고 하셨다. 독성을 가진 뱀이라서 물리면 목숨이 위험하다. 돌을 뒤집었는데 바다뱀이 있어서 다시 돌로 덮고 피했다고 하더라. 최근 제주도 수온이 올라가면서 바다뱀 같은 아열대 생물이 많이 생겼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한다.

    고려진씨 제공

    -해녀로서 한 특별한 활동은.
    2019 청와대가 연 신년회에 일반인 해양수산부 대표로 초청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있었다. 전국수산업협동조합 서울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수중 성화봉송도 했다. 성화가 제주도에 왔을 때였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앞으로의 꿈.
    해녀로 일하며 직접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는 게 있다. 해녀 환경에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도입하고 싶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오리발도 오래전부터 쓰던 것만 쓴다. 정말 무겁다. 발목에 무리가 가지만 익숙하기에 그것만 쓴다. 더 좋은 것들을 알리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많은 분이 나이가 많아 은퇴를 앞두고 있다. 10년 후가 걱정이다. 해녀가 사라져서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존재가 될 것 같다. 현재 48살인 고모에게 물질을 가르치고 있다. 젊은 분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 이 직업이 오래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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