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으로 나타나더니…유명 사진작가 놀라게 만든 이효리 한마디

  • 글 jobsN 송영조

    입력 : 2019.06.12 09:05

    패션업계에선 모델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비자들은 모델의 완벽한 모습을 이상적으로 여기고 제품을 구입한다. 그래서 희고 고른 치아를 가진 모델이 립스틱 광고를 한다. 또 군살 하나 없는 모델이 브랜드 속옷을 입고 런웨이에 오른다.

    이런 패션 시장이 달라졌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모델로 캐스팅하는 회사가 늘었다. 전통을 생명처럼 여기는 명품 업계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완벽함’ 대신 ‘평범함’을 찾는 기업을 알아봤다.

    (왼)guccibeauty, (오)maccosmeticsuk 인스타그램 캡처

    ◇립스틱 광고에 누런 치아·인중 털 노출···소비자 호평

    5월 립스틱 신제품을 선보인 구찌(GUCC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구찌뷰티’(guccibeauty)에 제품 화보를 올렸다. 구찌는 치열이 비뚤배뚤한 모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또 치아가 누런 모델도 뽑았다.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깨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든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과한 보정으로 실제 사용했을 때 색감이 어떤지 알기 어려운 립스틱 광고가 많았다”는 것이다. SNS에선 “모델의 외모가 거울 속 내 모습과 비슷해 제품이 훨씬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명품 패션 브랜드가 모든 이들의 환한 웃음을 응원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평가한 사람도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 맥(M.A.C.)도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광고에 내보냈다. 맥은 2018년 인스타그램에 립 펜슬을 입술에 바르는 모습을 담은 화보를 올렸다. 사진에는 모델의 인중에 난 털과 아랫입술 밑 솜털이 그대로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맥이 모델에 왁싱 비용을 주지 않았냐”, “왜 포토샵으로 수염을 지우지 않았냐”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다수는 “털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른 화장품 회사도 맥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미국 헬스·뷰티스토어 체인 CVS는 2018년 1월 “2020년 말까지 화장품 광고에 쓰는 사진을 보정하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완벽한 모델의 모습이 젊은 여성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VS는 또 보정 사진이 사라지기 전까지 무보정 사진에 특정 표시를 남기는 ‘뷰티마크’ 캠페인도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무보정 이미지와 보정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에어리 홈페이지 캡처

    ◇비쩍 마른 모델 일색이던 속옷업계에도 변화

    여성 속옷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2001년부터 매년 ABC와 CBS를 통해 패션쇼 TV 중계를 해왔다.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했다. 세계적인 모델들이 속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올해부터 TV 중계를 안 하기로 했다. 2011년 1000만명이던 시청자가 2018년 330만명으로 3분의 2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여성 속옷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던 빅토리아 시크릿. 2016년 회사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미국 란제리 시장 점유율은 2013년 31.7%에서 2018년 24%로 7.7% 줄었다. 또 올해에는 미국 50개 매장이 문을 닫는다. 업계에선 “볼륨감 있는 모델만 내세우다가 고객을 잃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영진의 말실수도 빅토리아 시크릿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최고 마케팅 담당자였던 에드 라제크는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에서 “통통한 모델과 트랜스젠더는 모델로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미국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의 란제리 브랜드 에어리(Aerie)는 대중 친화적인 정책으로 매출이 늘었다. 에어리는 2014년 ‘포토샵 금지’를 선언했다. 모델의 몸매를 보정해 소비자들에게 외모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표 모델로 엉덩이 사이즈가 36인치인 모델을 고용하기도 했다. 포토샵 금지를 선언한 이듬해 에어리의 판매량은 20% 늘었다. 미국 란제리 시장 점유율도 2013년 1.6%에서 2018년 3.2%로 2배 증가했다.

    2018년 가수 리한나가 론칭한 속옷 브랜드 새비지 X 펜티(SAVAGE X FENTY)는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모델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작년 9월 데뷔 무대 패션쇼에선 임신한 모델도 런웨이에 올랐다. 새비지 X 펜티의 2019년 봄·여름 컬렉션은 출시하자마자 모두 팔렸다. 회사의 정책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제품을 산 덕분이다.

    김태은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화보 찍을 때 메이크업·보정 거부하는 연예인도

    솔직함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화보를 찍을 때 피부톤이나 몸매 보정을 거부하는 연예인도 나왔다. 배우 김고은은 2018년 7월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와 화보를 촬영했다. 사진에는 화장이나 머리 손질을 안 한 배우의 모습이 담겼다. 김고은은 “누구에게나 본연의 매력이 있고, 그 어떤 것도 그 매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을 화보로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효리도 2017년 화장을 하지 않고 패션잡지 화보를 촬영했다. 고르지 않은 피부결·모공 자국 등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이효리는 촬영 후 보정도 거부했다.

    화보를 찍은 김태은 사진작가는 당시 “효리가 먼저 메이크업을 안 하고 촬영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피부톤만 정리하고 찍자고 했더니 이효리가 “그러면 의미가 없다”며 “로션만 바르고 찍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나 연예인이 더 이상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 변화가 이유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겉모습이 완벽한 모델만 내세우는 기업은 앞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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