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개나 팔렸다, 09·10학번 고대 휴학생이 만든 초대박 물건

  • 글 jobsN 김성민

    입력 : 2019.04.05 09:30

    웨일컴퍼니 안승재, 강성우 공동대표
    창업동아리서 만나 휴대용 기능성 향기제품 개발
    “페브리즈보다 성능이 훨씬 낫다고 자신”

    웨일컴퍼니 강성우 대표(왼쪽)와 안승재 대표. / jobsN

    탈취력 99%라는 시중의 여러 제품을 써봐도 생각보다 옷이나 집안에서 나는 ‘구린내’를 명쾌하게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제품은 향으로 냄새를 덮었다는 느낌이 들고, 어떤 것은 아무리 뿌려대도 효과가 1도 없을 때도 있다. 졸업을 앞둔 고려대생 안승재(29)씨와 강성우(28)씨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악취를 잡아주고 좋은 향기가 나는 제품이 없을까’. 이들은 시중에 나온 탈취제 50여개 제품을 직접 분석하고 악취를 잡는 효과적인 탈취제를 개발했다. ‘데일리 리프레셔’와 ‘포켓 리프레셔’라는 제품이다.

    이들이 만든 리프레셔는 카카오메이커스 등에서 입소문이 나며 1년 사이 5만개가 팔렸다. 4월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R&D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국내 탈취제 시장의 80%를 장악한 페브리즈에 상대가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만만한 답이 돌아왔다. “우리 제품이 페브리즈보다 낫다. 아니, 페브리즈가 장악한 탈취제 시장을 넘어 향수 시장까지 넘볼 것이다.”

    웨일컴퍼니의 데일리 리프레셔(왼쪽)와 포켓 리프레셔 모습. / 웨일컴퍼니 제공

    ◇담배 냄새 싫어 탈취제 연구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안 대표는 09학번, 강 대표는 10학번이다. 아직 졸업하지는 않았다. “사업하느라 장기 휴학을 한 상태”라고 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고려대 경영대 내 창업동아리이자 학회인 FES(미래기업가학회)에서 이뤄졌다. 20년 전통의 학회로,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가 이 학회 출신이다.

    안씨와 강씨 둘 다 사업가가 꿈이었다. 이들은 2년간의 학회 생활 동안 서로의 업무스타일을 봐왔다. 안 대표는 “언젠간 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두 사람 다 가지고 있었다"며 “차라리 취업 대신 바로 창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창업을 준비하며 ‘언더독스’라는 기업가 양성 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을 6개월 수강했다. 이 곳에서 ‘탈취제’라는 아이템을 잡았다. 안 대표는 “흡연자 입장에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담배 냄새를 효과적으로 잡는 탈취제가 없다는 점이 떠올랐다” 며 “강력하게 탈취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은은한 고급 향기가 나는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 했다.

    시장조사부터 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50여가지 탈취제와 룸 스프레이 등을 전부 써보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안 입는 옷을 흡연실에 몇 시간 널어놓고 여러가지 탈취제를 뿌려보며 어떤 제품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안 대표는 “5년 신었던 운동화, 케케묵은 군화 등 냄새나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모아 실험을 했다”며 “창업가를 위해 학교에서 내준 사무실 한쪽엔 항상 냄새나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했다.

    교내 흡연실 탈취 작업 중인 웨일컴퍼니. / 웨일컴퍼니 제공

    ◇악취 유발 세포 없애는 제조 방법 전수 받아

    두 사람은 분석을 거쳐 탈취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제품의 원액 제조원을 찾아 무작정 문을 두드렸다. “미팅을 요청해 원액 제조 관계자들과 만났지만 그때뿐이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관련 업체들을 만나고 다녔죠. 그러다가 방향제 제조업에 20여년간 종사하시는 대학 선배님을 만났습니다.”

    대학 선배는 두 사람의 열정을 높이 샀다. 이들을 경기도 시흥에 있는 자신의 공장에 초대해 악취의 발생 원인과 이를 제거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알려줬다. 안 대표는 “그때서야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등 악취를 유발하는 세포가 있고, 이를 분자 구조에서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막 만든 천연 방향제 원액을 직접 마셔보며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탈취 기능에 좋은 향기를 첨가하고 싶었다. “많은 탈취제들이 원가절감의 이유로 싸구려 향을 내잖아요. 우리는 고급 향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질 좋은 향기를 내뿜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것이 제품 구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의 한 행사에서 웨일컴퍼니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강 대표(왼쪽). 오른쪽은 4가지 향의 데일리 리프레셔. /유튜브 캡처·웨일컴퍼니 제공

    향료업체와 협업해 아쿠아 향인 ‘레이니 서울’, 시트러스 향인 ‘플로리다 선셋’ 등 8가지 향을 만들었고 이를 제품 원액에 적용했다. 강 대표는 “보통 향수는 수십개의 복합적인 원료로 구성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탈취제품은 라벤다향 1개만 들어가는 등 싼 가격의 단일 향료로 제조된다”이라며 “우리 제품은 기본적으로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원료가 들어가 고급스러운 향기를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약 3000명에게 테스트도 진행했다. 안 대표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것은 물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흡연구역에 상주하며 제품을 몸에 뿌리고 효과가 어떤지 테스트했다”며 “5점 척도 만족도에서 평균 4점 정도가 나왔다”고 했다. 이들 제품은 한국생활환경시험 연구원에서 실시한 안전성·피부자극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7년 8월 웨일컴퍼니라는 회사 법인을 설립했고, 2017년 11월에는 서울 창업디딤터가 주최한 대학생 창업동아리 성장 지원 사업에 나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18년 1월 와디즈 펀딩 진행 결과. /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지역 맘카페 호평 받으며 판매량 급증

    자신감을 갖게 된 두 사람은 제품 양산 전인 2018년 1월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받았다. 셔츠 윗주머니에 꽂고 다닐 수 있는 ‘포켓형’ 제품으로 펀딩을 시작했다. 목표 금액 200만원을 훌쩍 넘어 1115%인 2230만원이 모였다. 안 대표는 “우리 제품이 시장에 먹힌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와디즈 흥행을 보고 공동주문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연락이 왔고, 3월부터 커다란 스프레이 형태의 ‘데일리 리프레셔’를 판매했다.

    강 대표는 “첫 물량이 1000개였는데, 첫날 400개가 판매됐다”며 “서울 송파구의 한 맘카페에 직접 사서 쓴 후기가 올라오며 판매량이 뛰었다”고 했다. “처음엔 담배 냄새를 없애자고 시작한 제품인데 아이들 방이나 차 안에서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았어요. 지금은 30~40대 여성 주부분들이 주 고객입니다.”

    웨일컴퍼니 강성우 대표(왼쪽)와 안승재 대표. / jobsN

    현재 이들이 판매하는 룸 스프레이 데일리 리프레셔는 카카오메이커스와 웨일컴퍼니 자사 쇼핑몰 등을 통해 2만5000개가 팔렸고, 포켓 리프레셔는 3만개가 나갔다. 작년 매출액은 2억5000만원이다. 올해는 브랜드 리브랜딩을 하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목표 매출액은 작년의 6배인 15억원이다.

    “취업 대신 창업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취업해 안정적인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하고 싶은 사업을 마음껏 하는 우리를 부러워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단순히 탈취제 시장에 머무는 것을 넘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향기가 선물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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