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숙사에서 밤새 술 빚던 특이한 카이스트생, 지금은…

  • 글 jobsN 김지민

    입력 : 2018.11.08 09:21

    콤부차 만드는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
    고교 자퇴→검정고시→유학 후 수제맥주 사업으로 성공
    “유튜브 보며 발효 방식 터득…국내 유일 종균 자체 배양 기술 선봬”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콜라 대신 찾는 음료를 만들고 싶어요.”

    탄산음료 강자인 콜라를 대신할 건강차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고 나선 청년이 있다. 콤부차(Kombucha) 제조사 부루구루의 박상재(30) 대표다. 2년 전 수제맥주 브루펍(맥주 판매 양조장)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차려 식음료업계에 이름을 알린 그의 두 번째 도전이다.

    콤부차는 고대 중국 만주 일대에서 시작한 발효 음료로,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마셨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미란다 커,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이디 가가 같은 유명인들이 마시면서 이제는 대중도 많이 찾는 음료가 됐다. 박 대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음료 시장도 당도가 높은 음료에서 건강음료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 수제맥주와 유사한 제조기술로 콤부차에 도전

    박상재 부루구루 대표. / jobsN

    만으로 서른인 박 대표는 ‘마시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2016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인 김태경씨(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와 함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를 차렸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알토스벤처스, 본엔젤스 등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수십억원대 투자를 받으며 여전히 성장 중이다. 박 대표는 2017년 따로 나와 부루구루 법인을 설립했다. 사업 시작 1년 만에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약 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수제맥주에서 이룬 쾌거를 건강차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콤부차가 뭔가.

    “콤부차는 녹차나 홍차를 우린 차 물에 설탕을 넣고 자연 중에 있는 유익한 균들을 넣어 발효한 새콤달콤한 탄산음료다. 장운동을 촉진해서 변비를 해소하는 음료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콤부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

    “3년 전쯤 콤부차를 우연히 접했는데 우선 맛이 좋았다. 맥주 사업을 하면서도 콤부차에 관심은 늘 갖고 있었다. 외국에 출장 나가면 항상 콤부차를 사 마셨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할리우드 스타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콤부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었다. 알콜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좀 더 새롭고 재밌어 보이는 비알콜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콤부차가 대중적이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코아바이오라는 업체와 집에서 콤부차를 만들어 파는 몇몇 업체들 정도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사업적으로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다. 콤부차 만드는 기술이 맥주 제조기술과 상당히 유사하다. 둘 다 자연발효를 하고 브루잉 설비가 필요하다. 특히 콤부차는 람빅이라는 자연발효 맥주와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유사하다. 포장하는 설비뿐 아니라 유통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맥주에서 경험한 것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수제맥주와 유사하다 해도 벤치마킹 모델이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수제맥주 창업 때처럼 내가 직접 했다. 양산할 공장을 짓는 게 급선무였다. 공동창업자가 부지를 알아보는 동안 장비들을 구상했다. 도면에 콤부차 만드는 동선과 공정 과정을 수십 장 그려봤다. 동선의 효율성과 식품위생법 등에 위반되지 않는지 등을 따져 시스템을 짰다. 수제맥주나 콤부차가 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는 누군가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야자 싫어 고교 중퇴 후 검정고시, 유학길…“유튜브 보고 맥주 만드는 법 터득”

    박상재 부루구루 대표. / jobsN

    박 대표는 스스로를 “아주 특이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고등학생 때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야간자율학습을 강요하는 문화가 싫어 자퇴했다. 고교 졸업장을 검정고시로 따고선 호주로 유학을 갔다. 스물네 살에 카이스트 경영대학 테크노 MBA에 입학해 필드트립으로 오비맥주 공장에 다녀온 뒤로 맥주에 빠지게 됐다.

    -원래 맥주를 좋아했나.

    “아니다. 술 중에 가장 좋아하지 않는 술을 꼽으라면 맥주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지만 맥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맥주뿐 아니라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맥주를 마시다 보면 맥주의 단점만 보인다. 그래서 사업하기 유리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맥주를 적당하게 좋아하거나 아주 잘 마신다면 단점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사소한 공정 수백 가지 중에서 한두 개의 실수가 큰 결함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즐겼다. 오비맥주 공장에 방문한 날 처음으로 학교 기숙사에서 맥주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신기했다. 그 뒤로 밤낮없이 맥주를 만들었다. 맥주 제조 장비 만드는 일에도 푹 빠졌다.”

    -맥주 만드는 방법은 누구에게 배웠나.

    “유튜브, 구글, 다음 카페 등을 통해 배웠다. 사람들이 올린 레시피, 후기 등을 보고 직접 시도 해봤다. 맥주를 만드는 일에 빠지고서는 자나 깨나 맥주 생각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맥주 제조 장비와 비슷한 것을 보면 멈춰서 어떤 기계인지 물어봤다. 밥을 먹다가도 ‘아 그때 이 원료를 덜 쓰면 더 맛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제맥주를 만들려면 최소 6시간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하루에 세 번씩 맥주를 만들었다. 6개월간 맥주 만든 횟수를 세어보니 200번이나 됐다. MBA가 총 4학기 과정이었는데 2학기 때 필드트립을 다녀온 후 기숙사에 처박혀 맥주와 장비만 만들었다.”

    -인터넷 속 정보를 정제해서 받아들이는 작업도 필요했을 텐데.

    “글을 올린 사람이 틀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이 사람은 왜 이런 방식을 썼는지를 이해하려고 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나만의 결론을 도출했다. 당시만해도 한국어로 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는 홈 브루어링이라는 취미가 많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구글 등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

    ◇ “창업은 연애 아닌 결혼 같은 것”

    박상재 부루구루 대표. / jobsN

    부루구루가 만든 콤부차는 창업 1년 만에 입소문이 났다. 대기업  L사를 비롯 대형 음료 제조업체들이 부구루구가 만든 음료에 대한 조사를 해갔다. 캔 제품이 나온 지 두 달째인 현재 누적 매출액은 1억4000만원. 연내 3억원을 찍는 게 목표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도 국내와 동시에 진행한다. 부루구루가 인용한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콤부차 시장 규모는 1조30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37% 성장했다. 굴지 기업들이 콤부차 제조업체를 사들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6년 펩시코는 미국 콤부차 제조사인 케비타(KeVita)를 인수했다.

    -해외 시장을 국내와 동시에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동양은 차 마시는 문화가 있어서 접근하기 용이하다. 메인 시장인 미국에서 샘플링을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고급 후라이드 치킨이나 수제버거를 먹을 때 콜라나 사이다를 대체할 수 있는 음료로 콤부차를 알릴 계획이다.”

    -창업을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창업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비유한다면 창업은 연애가 아닌 결혼과 같다. 결혼을 하면 내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지내는 것 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원치 않는 일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맥주 만드는 것이 좋아 창업을 했다고 치자. 창업을 하는 순간 맥주 제조 외에 법무, 인사, 투자 등의 모든 것들을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고 창업을 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니다. 준비가 됐을 때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취직이 안돼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창업을 하면 안 된다. 사업할 만한 새로운 아이템이 발견했다고 그것만 갖고 덤벼들면 곤란하다. 창업은 어떤 문제를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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