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감시망 교묘히 피해가는 기업들의 갖가지 꼼수

  • 글 jobsN 송영조 인턴

    입력 : 2018.10.11 10:04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워라밸’은 찾아왔나
    당직 컴퓨터 사용, 자발적 재택근무 등 ‘꼼수’도

    지난 7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68시간이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휴일근무를 포함해 총 12시간의 연장근로도 포함한 숫자다. 도입 3개월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jobsN이 적용 대상 기업 직원들에게 회사가 정말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고 있느냐 물었다. 대답은 ‘아니요’. 원칙은 주 52시간이지만 갖가지 꼼수로 감시망을 피해가는 기업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코너는 직장생활의 비애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MBC '무한도전' 캡처

    ◇퇴근 의지 생겼지만 수당은 사라져

    대기업 C사에서 일하는 사원 A씨는 법 시행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업무용 PC 사용 시간 제한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업무용 PC에 사용 제한 시간이 생기면서 예전보다는 추가 근무가 줄었다. 회사 전반적으로 기준 근무시간을 넘기기 전에 퇴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덕분에 퇴근이 조금은 빨라졌다고 말하는 동료도 많다.”

    -부작용은 없었나.

    “단축 근무제 도입 이후 추가 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기존에는 밤 열 시가 넘어서 퇴근하면 추가 수당을 청구할 수 있었다. 제도 도입 이후 ‘주 52시간 근무’ 탓에 추가 근무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다. 여전히 오버타임 근무를 하지만 법 적용 이후 한다고 말하면 불법을 인정하는 셈이니 말을 못한다. 결국 야근을 해도 합당한 보수는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왜 52시간제를 도입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당직용 컴퓨터로 야근··· 자동종료도 소용 없어

    -추가 근무는 어떤 식으로 하나.

    “개인 PC는 하루 9시간을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고, 별도로 일주일에 10시간 추가 사용이 가능하다. 언젠가 한 달 동안 주어진 추가 시간을 모두 쓴 적이 있었다. 바로 인사팀에서 메일이 날아왔다. 추가 사용 사유를 보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가져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상부에 ‘예외자’로 등록하면 사용시간과 관계없이 PC를 이용할 수 있다. 결산 기간처럼 특수한 시기나 긴급한 업무가 있을 때 사유를 보고하면 PC 사용 제한이 풀린다.
    부서마다 일정 수만큼 예외자로 등록할 수 있다.

    -24시간 사용하는 공용 PC가 있어 이를 주52시간 추가 근무시 사용한다고.

    “사용시간이 정해져 있는 개인 PC와 달리 이용 제한이 없는 공용 PC가 있다. 개인 PC 사용으로 한 번 경고를 받은 뒤로는 공용 PC로 추가 업무를 하고 있다. 가급적 빨리 퇴근하고 싶지만 일을 팽개치고 나갈 수는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떻게 보나.

    “제도 자체는  찬성하지만, 다소 성급하게 도입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이 너무 많다. 우리 회사에서는 PC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재는데, 현장 업무가 많은 부서는 PC 사용시간이 적어서 근무시간을 제대로 산정할 수 없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응답자들은 추가 근무를 해도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점을 부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야근 신청서, 정작 쓰는 사람은 없어

    대기업 계열사에 재직 중인 사원 B씨는 보고 없이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야근은 얼마나 하나.

    “부서마다, 팀마다 다르지만 우리 부서는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다. 이번주에도 계속 야근을 했지만, 따로 시간을 재는 게 아니라 얼마나 했는지는 잘 모른다.”

    -주 52시간 근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나.

    “아니다. 원칙적으로 야근은 불가하다. 추가 근무가 필요할 것 같으면 각 팀 관리자에게 보고해서 야근 신청서를 써야 한다. 이 경우도 주간 52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제한 시간을 넘기기 전에 인사팀에서 알림을 보내주기 때문에 근무자도 알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데.

    “근무자들이 야근 신청서를 쓰지 않고 일하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일찍 퇴근하려고 해도 야근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야근 신청을 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동료들이 많다. 야근 신청서를 쓰고 싶어도 눈치가 보인다.”

    지난 2017년, 대선주자들은 공통적으로 '칼퇴근'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사진 JTBC NEWS 유튜브 화면 캡처

    ◇회사 바깥에서 일 하고 근무 시간에 포함 안 시키기도

    IT 대기업에 취직한 C씨는 회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회사도 편법 야근은 있다.

    -추가 근무는 어떤 식으로 하나.

    “출입카드를 찍고 회사 바깥으로 나가 일한다. 이 경우 근무 시간에 넣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서 추가로 일하기도 한다.”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일부 편법이 있어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업무 방식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어진 시간 내에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정해진 기한 안에 일을 끝내야 한다. 그 결과가 몰래하는 도둑 야근이다.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없어 싫다고 하는 동료도 봤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예전에는 오래 일하는 것으로 직원의 고과나 성실성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일을 완성하는 것이 평가의 척도다. 그 변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 52시간을 넘는 추가 근무는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을 직원과 회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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