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유리”…정년보장된 25세 그녀의 직업은?

  • 글 jobsN 이현택

    입력 : 2018.10.10 11:13

    김수인 마사회 아나운서 인터뷰
    입사 후 4개월 경마 특훈 후 데뷔
    국문과 전공 후 방송인 꿈 키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아나운서에게 아름다움이나 젊음 등 외모를 능력만큼이나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편견을 실력으로 깨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아나운서들이 있다. 김수인(25) 아나운서도 그 중 하나다. 그의 직업은 경마 아나운서. 한국마사회에서 경마를 중계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매주 토·일요일, 과천 경마공원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포항제철고와 서강대(국어국문·신문방송 복수전공)를 졸업한 김 아나운서는 지난 5월 한국마사회에 대졸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4개월간 특훈을 거쳐, 지난 9월부터 중계를 하고 있다. jobsN은 지난 5일 과천 경마공원에서 김 아나운서를 만났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김수인 경마 아나운서./한국마사회 제공

    ◇학보사 편집국장 출신…헤어디자이너 차홍 인터뷰도

    - 당신은 누구인가.

    “한국마사회 신입 아나운서 김수인이다. 경마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경기 중계를 하고, 금요일마다 주행심사 중계도 담당하고 있다.”(주행심사는 오랫 동안 경마를 쉰 휴양마나 신인격인 신마(新馬), 심판이 지정한 주행심사 지정마 등이 경주 전에 뛰는 모습을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말이 경기를 뛰기 전 최종 상태를 미리 관객들이 살펴볼 수 있게 촬영하는 것이다.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 경마를 좀 아는가.

    “많이 공부하고 있다. 과천 경마공원에서 활약하는 기수 54명과 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 왜 경마 아나운서에 지원했나.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고, 오히려 경력이 쌓이면 전문성이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좋았다. 선배들을 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경마 중계 전문가로 인정도 받더라. 경력이 쌓이면 ‘경기장에서 더 많은 말이 눈에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 입사 과정은 어떻게 됐나.

    “한국마사회에서는 아나운서도 타 직군과 마찬가지로 정규직 공채를 통해 입사한다. 서류→필기시험→1차 카메라테스트→프레젠테이션(PT) 면접 및 2차 카메라테스트→그룹면접→임원면접 순이다. 카메라테스트에서는 경마 원고를 주고 해보라고 한다. 실제 경마 중계는 원고가 없지만, 지원자들이 무경력이기 때문에 원고를 선배들이 만들어서 출제한다. PT면접 때는 ‘경마방송은 TV 채널이 없는데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으로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발표하라’는 과제가 있었다. 그룹면접은 일반직 지원자들과 조별로 모아 가상의 국가와 도시정보를 주고, ‘경마장 건설 사업을 추진해 보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

    “대학 학보사에서 편집국장으로 일했다. 그 외에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지역 라디오 마포FM 리포터, 국회방송 아나운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한국마사회

    - 학보사 편집국장 출신인데 기성 신문사에서 기자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원래 꿈은 아나운서였다. 그런데 학창 시절 동안 사회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싶어서 기자와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좋았다.”

    -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헤어디자이너 차홍씨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헤어 제품도 많이 내놨다. 인터뷰 중 ‘본인을 가장 잘 아는 건 본인일 수 있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수인 아나운서가 학보사 기자 시절 헤어디자이너 차홍씨를 인터뷰한 기사./서강학보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 아르바이트 경험은 없나.

    “있다. 화상 영어강의 업체에서 몇 달 정도 강사로 일했다. 4~6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다. 주3회 출근하고 50만원 정도 받았다. 당시 강의평가 1등도 해봤다.

    ◇기수복 색깔만 보고도 “저 기수는 두 달 만의 출전인데요” 튀어 나와야

    - 첫 데뷔 전 4개월간 공부만 했다고. 

    - 하루 일과는 어떤가. 

    “경마일과 비경마일이 다르다. 경마일(과천 기준 토·일요일)에는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한다. 하루에 경기 11~13개가 있다. 3명이 나눠서 하는데, 나는 아직 신입이라 2경기 정도를 중계한다. 선배들은 경기 5개씩도 중계한다. 경주가 끝난 뒤 수훈 선수를 인터뷰하는 ‘하태핫해’라는 유튜브 방송도 진행한다. 대개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한다.
    비경마일에는 주로 사내 행사 진행을 맡는다. 협약식, 기부금 전달, 임직원 대상문화행사 등 꽤 많다.” (과천 경마장은 토·일요일, 부산 경마장은 금·일요일, 제주 경마장은 금·토요일 경주가 있다. 다만, 경주가 없는 날에도 타 경마장의 경기를 스크린으로 보면서 베팅할 수 있다. 예컨대 과천 경마장에서 금요일에 부산이나 제주 경마를 보면서 베팅할 수 있는 식이다.)

    /한국마사회 제공

    - 대본을 직접 쓰나.

    “경마 중계는 대본이 없다. 이 때문에 실시간으로 떠들듯이 중계를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부를 해야 한다. 대개 한 경주를 중계하려면 3시간 정도 공부해야 한다. 행사나 말소개 방송 프로그램 제작 등에 필요한 대본은 내가 쓴다. 일부 프로그램은 내가 직접 편집한다.”

    - 어떤 프로그램을 쓰나.
     
    “에디우스라는 편집 프로그램으로 한다.”

    - 중계는 어떻게 하나.

    “경마 중계의 기본은 ‘눈을 감고 들으면 중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가’이다. 선배들의 중계를 한 문장씩 듣고 따라하는 ‘듣고 따라하기(listen and repeat)’로 훈련을 시작했다. 또 중계를 할 때에는 말과 기수에 대해서 바로바로 짚어주면서 해야 한다. 예컨대 질주하는 말이 있으면, 저 말이 몇 주만에 출전하는데 컨디션이 좋다던지, 경쟁하는 어떤 말과의 전적은 어떤지를 곁들여 줘야 한다. 그래서 사전에 경주마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주행심사 유튜브 영상 제작 때에는 힘을 빼고 중계한다. 약간 ‘드라이’하게 들린다. 영상으로 신마의 상태를 샅샅이 살펴보는 사람들의 니즈(needs)에 맞췄다.”
     
    ◇“나이 들수록 실력 쌓는 직업…경마 전문가 꿈꿔요”

    - 데뷔 때까지 4개월간 훈련을 거쳤다. 어떤 것을 배웠나. 

    “일단 말의 이름과 특성, 기수의 이름과 표식 등을 외웠다. 기수복(말을 타는 기수의 유니폼)이나 모자 색깔 등으로 말과 기수를 구분해서 중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외에 경마 상식과 말에 대한 지식, 경마의 역사 등도 배웠다.”

    - 시험은 없나.

    “경마 영상을 틀다가 중간에 랜덤으로 멈추고, 이 화면 속에 있는 기수를 맞추는 시험을 꾸준히 본다. 계속 하면 중계 영상을 보면서 누가 평소보다 잘하고 있는지도 눈에 들어온다.”
     
    -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기수복(기수 스스로가 입는 옷)은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 마주복(마주가 소속 말을 타는 기수에게 입히는 운동복)은 다 못 외웠다. 또한 과천의 말은 꽤 접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출장을 가는 부산 경마장의 말과 기수는 아직도 많이 생소하다. 당장 내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마사회는 과천에 5명, 부산에 1명, 제주에 1명의 중계 아나운서가 있다. 과천에 있는 아나운서들이 부산이나 제주에, 부산에 있는 아나운서가 제주에 출장을 가 중계를 지원하는 식이다. 지역 근무는 순환제다.)

    김수인 경마 아나운서./jobsN

    - 취미로 경마를 하나.

    “한국마사회 직원은 법으로 마권 구매가 금지돼 있다. 입사 전에는 최종면접을 앞두고 5000원 어치 샀는데 꽝이었다.”

    - 향후 포부는.

    “경마 전문가가 되고 싶다. 내 중계를 들으면 해당 경주는 물론, 출전한 말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나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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