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신 찰지게 욕해줄게’…이거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 글 jobsN 이승아

    입력 : 2018.08.18 16:24 | 수정 : 2018.08.18 16:26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타로 봐주고 대신 욕해주는 헬로우봇
    사용자 280만명·6억원 투자유치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그분, 과연 사귈 것인지 사귀면 언제 사귈 건지 점쳐볼까?"

    화려한 말 솜씨를 자랑하면서 자연스럽게 카드를 꺼내 드는 '이것'의 정체. 자동 채팅앱 ‘헬로우봇’ 안에 있는 연애 타로 봇 ‘라마마’다. 카드를 한 장 고르자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가 나왔어. 이 카드는 결정적인 운명의 순간이 왔다는 걸 암시해’라고 말하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한다. 진짜 타로마스터에게 점을 보는 느낌에 사용자가 280만명이 넘는다. 사용자들은 '고민을 털어놨다' '대신 욕해주니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라마마뿐 아니라 운세·사주를 봐주는 ‘풀리피’, 대신 욕해주는 ‘새새’ 등 다양한 캐릭터로 이뤄진 헬로우봇은 30살의 청년 창업가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가 이끌고 있다. 헬로우봇은 이 대표가 출시한 두 번째 창업을 통해 출시한 서비스다. 최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스프링캠프로부터 6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그동안 엑싯(Exit·투자회수)과 피봇(Pivot·방향 전환)을 겪으면서 성장한 결과다. 우연히 타로점을 보고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살려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이 대표를 만났다.

    띵스플로우 이수지 대표 / 띵스플로우 제공

    ◇우연히 대학 수업 듣고 첫 번째 창업 시작

    처음부터 창업을 꿈꾼 건 아니었다. 여느 대학생처럼 취업을 준비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에스젠 캠퍼스 강의를 들었다. 에스젠 캠퍼스는 삼성SDS가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개설한 교내 정규 과목이었다. 전문가 특강, 멘토링 및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로 이뤄졌다. 이 대표가 속한 팀이 연세대학교에서 1등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상품 택을 건들이면 상품 정보가 장바구니에 담기는 앱을 기획했습니다. 경진대회에서 1위를 해서 두 달 동안 삼성 SDS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었어요. 신사업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친구와 함께 창업하자고 했고 인턴이 끝나자마자 휴학했죠."

    팀원 두명을 더 모았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았던 300만원 초기자금으로 사용했다. 아버지께 다음 학기에 내려고 했던 등록금을 빌렸다. 사무실은 삼성 SDS에서 지원받았다. 처음 기획했던 앱은 '밥은 먹고 다니냐'였다. 음식점 정보를 공유하는 배달의 민족 신촌버전이라고 한다.

    헬로우봇 페이스북 캡처

    ◇첫 사업 매출 50만원

    학교 근처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시장조사를 했다. 이렇게 데이터를 쌓고 서비스를 만들기까지 2개월 정도 걸렸다. 1500여 개의 가게가 있는 것을 파악하고 첫달 예상 매출을 1000만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장님 3명 중 1명은 가입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영업을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사장님들이 앱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 결제 2만원이 작은 돈이 아니었던 것이죠. 첫달 매출은 50만원이었습니다."

    10개월 정도 유지하다 사업을 접었다. 두 번의 피봇을 거쳐 새로운 앱을 만들었지만 서비스화할 수 없었다. 방황 시기가 길어졌다. 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 사업을 같이 시작한 팀원이 나갔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다시 시작했다. 창업을 하다 보니 커플인 친구들은 데이트 장소를 찾을 시간이 부족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만든 서비스가 커플버킷 리스트 앱 '커플리'였다.

    팀원 두 명을 더 뽑아 4명이 두 달 간 설문조사에 시장조사, 개발에 몰두했다. 출시 후 1년 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한 웨딩벤처에서 인수제안을 했다. 처음엔 ‘내가 시작한 앱 내가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웨딩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장점 등을 고려하고 팀원들과 상의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팀 그대로 웨딩벤처로 들어가 B2C팀을 꾸렸다. 이수지 대표는 팀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2년 동안 일을 하다가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계기가 생겼다.

    헬로우봇 첫 화면(좌), 라마마에게 연애운을 의뢰하면 70여 장의 카드를 내민다(우) / jobsN

    ◇타로로 위로받은 마음 공유하고 싶어 창업

    1년 차에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창업도 힘들지만 회사에서 팀장으로서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일하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타로를 보러 갔어요. 타로 한 장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뜻밖의 위안을 얻었죠. 그때 사람들이 저처럼 가볍게 접근했다가 위로를 받고 가는 서비스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그 자리에서 타로마스터에게 프로젝트를 제안을 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조언을 얻었죠."

    회사에서 만든 웨딩 서비스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2017년 3월, 회사를 그만뒀다. 타로 마스터와 타로를 보러 온 사람을 만나 설문조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다. 타로와 사주를 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것을 통해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위로를 얻길 원했다. 채팅을 기본으로 했고 사람들이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었다. 타로와 사주를 봐주는 '풀리피', 대신 욕해 주는 '새새' 등을 기획했다.

    팀원들과 함께 타로를 배웠다. 타로마스터한테 마냥 정보를 받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챗봇 시나리오를 쓰고 챗봇 빌더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를 구현했다. 2017년 4월 테스트를 거친 후 8월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타로챗봇 '라마마'와 운세 챗봇 ‘풀리피’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동안 만든 서비스 중 가장 빠른 반응이었습니다. 좋기도 했지만 허무하기도 했죠. 노력해서 1년 만에 10만명 정도를 모았는데 입소문 하나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신기했어요.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서비스를 보완했습니다. 풀리피한테 찾아와 연애운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애운을 봐주는 전용 캐릭터 라마마를 만들었어요.”

    (완쪽부터)헬로우봇 안에는 다양한 챗봇 친구들이 있다, 풀리피에게 퇴사할 지 말지 타로점을 봤다, 새새에게 욕을 의뢰하면 뜨는 화면 / jobsN

    ◇”작은 생각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

    수익화를 생각했다. 점을 봐준 대가로 받는 복채가 떠올랐다. 예를 들어 라마마가 타로를 봐주고 맨 마지막에 ‘상담이 마음에 들었다면 복채를 선물로 줄래?’라고 묻게 했다. 사용자가 ‘응’ 이라고 답하면 계좌를 불러주는 식이었다. 일주일 동안 시험으로 운영했고 약 1000명이 입금을 했다. “그때 입금자명이 대부분 ‘라마마 고마워·사랑해’였어요. 고마웠고 감동 받았습니다. ‘대화를 통해 만족하면 이런 선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수익모델도 그때 만들었습니다.”

    유료 서비스, 대화 내용 등을 보완해 올해 2월 앱으로 출시했다. 풀리피, 라마마, 새새, 시로 등 특성에 맞는 캐릭터들이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헬로우봇을 이용하는 이유로 ‘대화’를 꼽았다. “타로도 중요하지만 대화가 중요합니다. 국문과 출신 에디터들이 직접 회사 때문에 힘들었던 때, 연애로 방황하던 때, 취준생 때 등을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작성합니다.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사람들이 친구처럼 언제든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창업인 만큼 그동안 경험을 살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걸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해보는 게 창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큰 성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이런 것들이 조금씩 쌓여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길 때 최대한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해답에 가까워지는 실마리를 찾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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