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엔 사원증, 한손엔 커피…5년 버틴 끝에 꿈 이뤘어요”

  • 글 jobsN 김성민

    입력 : 2018.08.10 16:15

    LH 직원 서경화, 양현필, 이한비씨
    장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불안감 사라지고, 미래 그릴 수 있게 돼”

    LH 강남권 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이한비(27)씨는 점심시간에도 사원증을 꼭 목에 건다. 어렵게 받은 LH 사원증이라 더 애지중지한다. 그는 5년간의 비정규직 생활 끝에 작년 12월 정규직이 됐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한 손에 커피를 쥔 채 테헤란로를 걷는 게 작은 꿈이었는데 5년을 버틴 끝에 이뤘네요.”

    비정규직. 사전은 이 말을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약직, 일용직, 파견 도급직, 시간제 근로자를 총 망라한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는 841만여명 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42% 수준. 현재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정책에 맞춰 공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다. LH는 작년 기간제근로자 12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파견·용역근로자 172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무엇이 바뀔까. jobsN은 작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LH 직원 서경화(56), 양현필(30), 이한비(27)씨를 만났다.

    왼쪽부터 양현필, 서경화, 이한비씨. /jobsN

    ◇근무 형태 바꾸며 5년간 비정규직 전전

    서경화씨는 부산에서 미대를 나온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직장을 관뒀다. 1980년대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았다. 서씨도 그랬다. 그는 군인인 남편을 따라 강원도 철원과 원주, 충남 논산, 서울 등을 옮겨 살았다.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는 “학교를 그만뒀지만 7~9년 동안은 꿈에 학교 운동장이 나왔다”며 “가정주부로 살림만 하기는 싫어 문화센터 등에서 초등학생에게 미술을 가르쳤다”고 했다.

    2016년 3월 그는 지인의 소개로 LH 주거급여조사원에 지원했다. 주거급여를 신청한 취약계층의 집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일이다. 주거급여는 소득, 주거형태, 주거비 부담수준 등을 고려해 저소득계층의 전·월세금이나 집수리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최대 2년간,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하는 계약직이었다. “직장을 급하게 구할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나 자신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비정규직이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어려웠다”고 했다. “언젠간 떠날 회사라 생각하고 회사 자체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았죠. 회사도 저한테 무관심한 것 같았고요.”

    서경화씨가 주거급여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 jobsN

    양현필씨는 건축 설계사를 꿈꿔 서울 사립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알고 23살에 중퇴했다. 이후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공장 생산직, 영어학원 총무, 레스토랑 서빙일 등을 했다. 투병 생활을 오래하다 세상을 떠난 이모를 보고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느꼈다. 양씨는 “주 1회 야간에 수업을 받는 산업체 위탁교육을 통해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다”며 “건축과 사회복지 두 분야와 접점이 있는 LH 주거복지사업처에서 2016년부터 기간제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일은 쉽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난동을 부리는 주거급여 수급자를 응대하다 뺨을 맞기도 했다. 그는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6개월마다 잘릴까 봐 불안했다”고 했다.

    이한비씨는 지방에서 산업디자인과를 나왔다. 취업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가 하는 지방의 한 편의점을 맡아 운영했다. 많으면 한 달에 600만원의 순이익이 났다. 하지만 이씨는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고 싶었다. 그는 “친구들은 개인 사업을 하는 날 부러워했지만, 난 회사 다니는 그들이 부러웠다”고 했다. 결국 상경해 2013년 위례신도시를 조성하는 LH위례사업본부에서 파견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기간은 길었다. 파견직으로 1년 반을 지내고서 용역직으로 3년을 버텼다. “계속 이러다간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 것 같았어요. 때마침 LH가 기간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기간직이 되기 위해 시험을 봤습니다. 지금은 LH 강남권 주거복지센터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한비(왼쪽), 양현필씨. /jobsN

    ◇정규직 전환 후 애사심 커지고, 미래 준비해

    이들은 작년 12월 29일부로 정규직이 됐다. LH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맞춰 작년 자체 비정규직 126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후 크게 3가지가 바뀌었다”고 했다. 서경화씨는 “정규직 전환 후 애사심과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던 강남권 주거복지센터 소속 주거급여조사원 20여명이 다 정규직이 됐습니다. 정식 직원으로서 회사 일에 관심을 더 갖게 되고 주거급여 대상자를 더 자신감 있게 대할 수 있게 됐죠.”

    월급은 20만원 정도 올랐다. 복지 혜택도 좋아졌다. 이한비씨는 “정직원이 되니 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되고, 출장비 지급, 연수원 이용 등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 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양현필씨는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비정규직 때는 ‘계약이 만료되면 뭐 하고 살지’라는 걱정으로 항상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주거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사회복지나 심리 상담 공부도 할 생각입니다.” 이한비씨도 “일자리가 안정되니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에 관심이 간다”며 “결혼과 출산 등의 미래도 그려보고 있다”고 했다

    LH는 올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7월부터 파견·용역 근로자 1722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2일에는 파견·용역 근로자 32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10월에는 150여명을 추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자회사를 설립해, 나머지 1200여명의 파견·용역 근로자들도 기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자회사 정규직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면 LH는 기존 일반 정규직 직원 6495명의 45%에 달하는 2983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임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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