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말만 믿고 중고차 샀다 낭패”…그에겐 이게 기회였다

  • 글 jobsN 김지민

    입력 : 2018.08.09 10:05

    국내 첫 정비사 동행 서비스 ‘카바조’
    중고차 살 친구 따라갔다 아이디어 얻어
    “정비사 수수료 NO, 신사업 수익 목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에 빠져있던 어느 날. 유태량(32) 카바조 대표는 친구로부터 ‘중고차를 사고 싶은데 차를 잘 아는 네가 같이 좀 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다. 차에 관심이 많았던 유 대표는 친구를 따라나섰다. 아는 한도 내에서 꼼꼼히 차 상태를 살펴봐 준 그에게 친구는 고맙다며 저녁과 함께 용돈까지 챙겨줬다. 친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며 집으로 돌아오던 그의 머릿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중고차를 사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행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중고차 구매 동행서비스 카바조가 나온 배경이다.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비즈니스센터에서 유 대표를 만났다.

    유태량 카바조 대표. / jobsN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딜러들도 반겨”

    무사고 차량이라는 딜러의 말만 덜컥 믿고 중고차를 샀다가 훗날 사고 사실을 알았다거나 차량 상태가 좋지 않아 고충을 겪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카바조는 중고차 구매자의 불안함을 덜어주는 서비스다. 차량 한 대를 살피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여 분. 사업 초만 해도 고객과 함께 온 정비사를 못마땅해하는 딜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중고차를 사러 갈 때 통상 누군가와 동행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정비사와 함께 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어요. 사업 초기만 해도 이런 서비스를 한다고 하면 딜러들이 대놓고 싫어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좋아해요. 딜러들 입장에서 차를 사기 전에 찬찬히 뜯어보게 하면 고객 불만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정비사와 함께 간다고 하는 고객을 반기는 딜러들이 많아졌어요.”

    카바조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은 30대 남성이다. 막상 사업을 벌이고 나니 여성을 타깃으로 했던 의도와는 다른 구도가 펼쳐졌다. “아예 차에 대한 지식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엔 차를 잘 아는 분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굳이 우리 같은 서비스를 찾지 않아요. 오히려 어느 정도 차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잘못하면 진짜 큰일 난다는 것을 아는 남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어요.  30대 남성들이 주고객층입니다.”

    중고차 구매 고객과 동행해 차량 상태를 살피고 있는 카바조 정비사들의 모습. / 카바조 제공

    ◇국내에 없던 모델⋯정비사 수수료 ‘제로’ 만들 것

    사실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마음먹고서 시장 조사를 시작했을 때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이 같은 서비스 모델을 가진 곳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선 이후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정비사 자격증을 따는 것.

    “시작할 때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3개월 동안 학원 다니며 공부해서 정비사 자격증을 땄어요. 대학 때 배운 코딩 실력을 동원해 어렵게 사이트를 만들었죠. 아무 홍보도 안 했는데 네이버 노출 일주일 만에 예약이 들어왔어요. 처음 일 년은 제가 직접 현장에 나가 정비 업무를 했어요.”

    현재 카바조에 등록된 정비사는 20여 명. 개인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업무가 끝난 후나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정비사가 대부분이다. 정비사로 일하다 은퇴한 사람들도 있다. 서비스 비용은 차종마다 다른데 국산차는 평균 10만원대다. 20~30%를 수수료 명목으로 카바조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정비사 몫이다. 유 대표는 정비사들에게서 떼는 수수료를 ‘제로(0)’로 만들고 싶어 했다.

    “중고차를 살 때 필요한 서비스들을 여러 가지 생각 중입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사러 갈 때 보험 같은 것까지 생각하고 가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험을 소개해주고 보험사로부터 광고 비용을 받는 것이죠.” 이미 계약을 맺어 곧 시작할 서비스도 있다. 국내 모 시중은행, 카드회사와 차 구매 비용 대출을 소개 계약을 했다.

    유태량 카바조 대표. / jobsN

    ◇프랑스 르노그룹에서 “만나보자” 한 사연

    현재 카바조를 찾는 고객은 월평균 250명 수준. 월 매출은 2000여만원대다. 하지만 서비스를 찾는 고객은 꾸준히 늘고 있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와 롯데엑셀러레이터 등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고객 수는 계속 늘고 있어요. 처음에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던 분들도 현장에서 정비사분들이 일해주시는 것을 보고 팁까지 챙겨 주시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한번 이용해본 분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고요.”

    카바조는 해외에도 소문이 났다. 최근 유 대표는 프랑스 르노그룹의 한국 파이낸스계열사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카바조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 담당자는 ‘본사 임원이 한국을 방문 중인데 잠시 미팅이 가능하겠느냐’는 급제안을 했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어요. 반팔에 반바지 입고 출근한 날이어서 혹시 다른 날은 안될까 물었더니 커피 한잔할 시간만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르노는 중고차 사업을 하지 않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 세계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쭉 하면서 앞으로 워런티 서비스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당장 프랑스 보험사를 연결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유 대표는 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정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객들에게 예약 확인 문자를 보낼 때 이 메시지를 꼭 넣는다. ‘고객님을 도와주시려는 정비사분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딜러는 기본적으로 차를 팔아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를 줄 수가 없어요. 고객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는 이유죠. 우리가 그 비대칭을 깨뜨리고 싶어요. 차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제공하는 정비사분들이 일에 대한 정당한 대우,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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