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신고해봐요, 네?" 속수무책 미성년자의 ‘술집 습격’

  • 글 jobsN 문현웅

    입력 : 2018.07.31 11:03

    미성년자 술 마신 업소는 주인만 처벌
    이를 악용한 '술집 일당바리' 수법까지
    법 개정 전까진 현실적으로 '속수무책'

    어느 늦은 밤, 막 문을 닫으려던 술집에서 마지막 테이블에 남은 취객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달려 나온 사장이 기물까지 파손해가며 싸움을 벌이는 손님들을 말리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 취객 중 하나가 씩 웃으며 한 마디를 던진다.
     
    “한번 신고해봐요, 엉? 근데 어떡하냐, 우리 청소년인데.”

    지난 4월 8일 유튜브에 올라온 단편영화 ‘지호네 가게’의 한 장면이다. 술집을 운영하던 이모(54)씨가 지난해 10월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미성년자의 협박을 받고서도 이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결국 청소년 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징금 690만원 처분을 받았다. 반면 싸움을 벌이고 이씨를 협박한 미성년자는 훈방에 그쳤다.
     
    현행법상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가 적발된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업소 또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나이를 속이고 음주를 한 청소년들에겐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010~2012년 사이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적발된 업소 3339곳 중 절반 이상인 78.4%(2619곳)가 청소년의 고의 신고로 적발된 사례였다고 했다.

    광주 북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조모(32)씨는 “이 법을 악용해 주점 사장이 미성년자를 고용해 경쟁 술집에서 술을 마시도록 지시한 뒤 경찰에 신고해 문을 닫도록 유도하는, 일명 ‘술집 일당바리(일용직)’ 수법도 있다”고 했다. 경쟁업체가 영업정지를 받으면 매출이 오른다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웃긴대학'
    심지어 원칙에 따라 나이 확인을 시도했어도 처벌을 받은 주점도 적지 않다. 가짜 신분증을 내미는 청소년이 많고 업주가 신분증의 진위를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5월 청주시 서원구의 한 음식점 주인은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당했다. 검찰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민등록증 출생연도를 위조해 주인을 속인 점을 고려해 업주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음식점은 서원구로부터 영업정지 6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술을 판 음식점에는 무조건 영업정지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16년 3월 개정 청소년보호법에선 음식점 업주가 속을 만 했다고 볼 근거가 있으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 규정했다. 그러나 식품위생법은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경우엔 각 지자체 행정심판위원회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심판을 청구해 구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영업을 방해당할 뿐 아니라 어떤 식이건 시간과 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웃긴대학'

    반면 신분증을 위조하고 술을 마신 미성년자는 역시 대부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신분증을 위·변조하는 것은 형법상 공문서위조죄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은 위조 신분증을 쓰다 걸려도 대개 훈방 내지 선도 조치에 그칠 뿐,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나이를 속이고 술을 마신 청소년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아직 뚜렷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호네 가게’를 제작한 이씨의 부인 권모(51)씨가 영화를 공개한 직후인 지난 4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불합리한 식품위생법 개정과 청소년 음주 관용에 대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을 위한 국민청원’을 올렸지만, 참여인원 2만4979명에 그쳤다. 청와대가 청원에 대해 검토하고 답을 해주는 브리핑 커트라인인 20만명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국회에선 서영교,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미성년자에게 속아서 술을 판 업주는 행정처분을 면제해주자는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태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도 대표 발의로 술을 마신 청소년에게도 교내외 봉사활동이나 특별 교육 이수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올렸지만,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경찰 관계자는 “사정이 딱한 점주가 보이더라도 법적으로는 도와주기가 많이 어렵다”며 “법이 바뀌기 전까진 철저한 신분증 단속 외엔 뾰쪽한 방법이 없을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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