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직장인들, 자동차 팔아 주식사라” 외치는 이유

  •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8.02.26 14:28

    “여러분 자동차 가지고 계시죠? 빨리 팔고, 그 돈으로 주식 사세요. 그래야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 오후 8시 20~30대 직장인 40여명이 신촌의 한 스터디카페에 모였다. 평일 늦은 시간에 이들이 모인 이유는 존 리(60)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 강연을 주최한 직장인 자기계발·취미공유 네트워크 ‘2교시’ 이훈석(33) 공동대표는 “‘재테크’나 노후준비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위해 존 리 대표를 모셨다”면서 “원래 30명 정도 규모로 계획했지만, 신청자가 몰려 강연장을 더 큰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굿브라더스페이스 신촌센터에서 열린 강연자로 나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직장인 취미 공유 네트워크 '2교시' 제공

    국내 운용업계의 대표적인 스타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존 리 대표는 서울 여의도고를 졸업한 뒤 1978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3학년 때인 1980년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욕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1991년부터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에서 15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이후 도이치투신운용과 라자드자산운용을 거쳐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의 최고운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았다.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은 국내 40여개 운용사 중 최하위 수준이었지만, 취임 뒤인 2014년엔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아픔도 겪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대형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메리츠자산운용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 물론 존 리 대표는 "장기로 보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이 좋고 나쁨에 따라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치투자 전도사’로 통하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사회생활을 할 때 튼튼한 기업 주식을 매달 일정금액씩 사모아 장기간 투자하고, 은퇴한 뒤 이를 현금화하면 편히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만원이 30년 뒤엔 수백만원 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빈곤율이 70%에 달합니다.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지금 젊은 직장인들도 노후 준비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참 안타깝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실제 은퇴 시점은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 법정 은퇴 나이(보통 60세)와 실제 은퇴 나이의 차이는 가장 큰 수준이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년을 맞고서도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OECD 국가의 법정 은퇴 나이와 실제 은퇴 나이. 막대 그래프가 실제 은퇴 나이고, 파란색 점이 법정 은퇴 나이다. 실제 은퇴 나이는 우리나라가 멕시코 다음으로 높고, 둘의 차이는 가장 크다./OECD

    젊은 직장인이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는 노후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나이가 들면서 노동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줄어든 노동력만큼 벌어 놓은 자본이 일하게 해야 합니다. 즉,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자본가가 쉽게 될 수 있는 길은 주식투자밖에 없습니다.“
     
    주식투자의 매력은 ‘복리효과’라는 게 그의 얘기다. 존 리 대표는 미국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던 시절의 얘기를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 주식을 2만원 정도에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5년 동안 한 번도 팔지 않았는데, 지금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죠?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10배, 100배씩 오른 주식이 수두룩합니다. 서울에서 차 필요없잖아요, 팔고 그 돈으로 주식사세요. 차는 20년 뒤 가치가 ‘제로’가 되겠지만, 주식은 20년 뒤에 얼마가 돼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여러분이 커피 사먹는 데 쓰는 만원이 30년 뒤엔 수백만원이 될지도 모른단 얘깁니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

    그는 한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별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경영학과 교수님도, 주식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과거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지 않았어요. 주식에 손을 잘못 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돌면서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겼기 때문이죠.”

    주식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얘기다. “한국에선 주식투자를 큰돈을 벌기 위해서 합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마켓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죠. 내일 당장 어떤 주식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타이밍을 맞췄다 해도, 그게 계속될 수 없습니다. 카지노에서 한두 번은 돈을 딸 순 있어도 결국엔 잃는 것과 같은 이치죠.”

    강연 중인 존리 대표/2교시 제공

    그는 “주식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식 가격이 내리면, 주식투자를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사람은 ‘패닉’에 빠져 팔아버립니다. 가격이 더 내릴까 무서워서 산 가격보다 아래에서 파는 ‘손절매’(損切賣)도 하죠. 반면 길게 보는 사람은 주식 가격이 저렴하니까 살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주가 변화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죠. 30년 뒤에나 팔 건데, 뭐가 걱정입니까. 길게 보면서 주식을 조금씩 모아야 합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주식이 폭등할 때, 산업의 변화로 세상이 달라졌을 때, 그리고 꼭 사야 하는 주식이 생겼는데, 여유자금이 없을 때. 딱 세 가지 경우에는 주식을 팔아야 합니다.”
     
    ◇“수입의 10%는 주식에 투자하라”

    존 리 대표는 구체적으로 “수입의 10%는 무조건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다. “우선 열심히 일한 당신을 위해 쓰는 돈이 있어야 하죠? 그걸 주식에 투자한다고 생각하세요. 수입의 10%는 ‘내 돈이 아니다’고 생각하면서 무조건 주식에 투자하세요. 그리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비나 기타 용도로 쓰세요. 그리고 돈이 없으면 안 써야 합니다. 돈 없으면 술도 덜 마실 테니 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차 없으면 많이 걸어야 하니 마찬가지로 건강해집니다.”

    존 리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는 직장인들/2교시 제공
    그는 자녀의 사교육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고,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투자에 관심을 갖게끔 해야 한다고도 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돈을 잘 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자녀에게 아무리 투자해도, 그들이 노후를 책임져주지도 않고요. 차라리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세요. 어떤 주식에 투자할지 같이 고민도 하시고요. 그게 자식을 위한 길일 겁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는 이날 강연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한 시간 실컷 강연하고 나면 다들 묻습니다. ‘다 집어치우고 종목 3개만 딱 골라달라’고요.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는 공부해야 합니다. 기업이 내놓는 사업보고서도 보고, 나름대로 철학을 만들어야겠죠. 처음에 주식을 고르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식형 펀드로 시작하는 것으로 좋겠죠. 주식을 보는 감각을 기르면 직접 투자를 해도 좋고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삶의 자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 자본주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부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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