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류 한번 내봐? 열 중 여덟은 '광탈'입니다
취업 한파에 구직자들은 최대한 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여러 기업에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입사 지원서를 냈다가는 시간만…
입력 : 2017.11.17 03:00
['밑져야 본전' '묻지마 지원자' 걸러내는 기업들]
무난한 자소서, 관련없는 스펙 등 무턱대고 한 지원은 서류서 티 나
"조기 퇴사율 높아 꼼꼼히 가려내"
면접선 18분 만에 합격여부 결정 "직무 적합성 나타내는 답이 중요"
취업 포털 사람인이 최근 국내 2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묻지 마 지원자를 어느 단계에서 파악하느냐'는 질문에 '서류전형'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78.8%였다. 기업 10곳 중 8곳이 무턱대고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실 지원자'를 1차 서류 심사에서부터 가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들은 이어 '실무 면접 전형'(23.3%), '임원 면접 전형'(8.8%), '인적성 전형'(4.2%), '필기 전형'(0.4%) 단계에서 묻지 마 지원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들이 점점 지원자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고 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지원서를 내기보다는 평소 관심이 있고, 전문 지식이 많은 분야의 직무와 기업에 소신 지원을 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묻지 마 지원자', 서류전형에서 거의 파악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9%가 '최근 1년간 묻지 마 지원자가 늘었다'고 답했다. '거의 변화가 없다'고 답한 기업도 42.9%에 달했다. 합격을 바라고 지원하는 구직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묻지 마 지원자들은 면접에 참석하지 않거나 최종 합격 후 조기 퇴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근엔 채용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묻지 마 지원자'를 가려낼까. 응답 기업 중 43.3%(복수 응답)는 묻지 마 지원자를 판별하는 근거로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 부족'을 1위로 꼽았다. 기업 간판만 보거나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몰리는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 '자기소개서, 면접 태도 등이 성의없다'(42.5%), '기업 정보를 잘 모른다'(36.7%), '어느 기업에 내도 무방한 자기소개서'(33.3%), '지원 분야를 잘못 기재했다'(32.9%), '직무와 관계없는 스펙을 기재했다'(28.3%), '지원 기준에 미달했다'(25.8%) 순이었다.
◇면접 끝나기 전 당락 결정
기업들이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를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사람인이 지난달 기업 194곳을 대상으로 면접 중 합격 여부 결정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77.3%가 면접이 끝나기 전에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면접 중 지원자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분.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단 '1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고, '20분'(15.3%)·'5분 이하'(14.7%)가 뒤를 이었다.
짧은 시간의 면접 동안 인사 담당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일까. 기업 인사 담당자가 면접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은 것은 '직무 적합성'(32%)이다. 이 외에도 '도덕성 등 인성'(18.7%), '자신감 있는 면접 태도'(12%), '조직 적응력 및 사회성'(10.7%) 등이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중 합격이 결정되는 지원자 유형도 이와 비슷했다. 응답 기업의 32.7%는 '직무 지식 및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최우선으로 선택했으며,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성향의 지원자'(22%), '질문의 요지에 맞춰 핵심을 말하는 지원자'(20%), '확고한 입사 의지를 보여주는 지원자'(16.7%) 등이 뒤를 이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면접 초반부터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질문의 핵심을 파악해 직무 능력을 강조할 수 있는 답변을 하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