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류 한번 내봐? 열 중 여덟은 '광탈'입니다

취업 한파에 구직자들은 최대한 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여러 기업에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입사 지원서를 냈다가는 시간만…

['밑져야 본전' '묻지마 지원자' 걸러내는 기업들]

무난한 자소서, 관련없는 스펙 등 무턱대고 한 지원은 서류서 티 나
"조기 퇴사율 높아 꼼꼼히 가려내"
면접선 18분 만에 합격여부 결정 "직무 적합성 나타내는 답이 중요"

취업 한파에 구직자들은 최대한 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여러 기업에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입사 지원서를 냈다가는 시간만 낭비할 확률이 높다. 기업들이 최근 채용 과정에서 이런 '묻지 마 지원자'들을 철저히 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최근 국내 2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묻지 마 지원자를 어느 단계에서 파악하느냐'는 질문에 '서류전형'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78.8%였다. 기업 10곳 중 8곳이 무턱대고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실 지원자'를 1차 서류 심사에서부터 가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들은 이어 '실무 면접 전형'(23.3%), '임원 면접 전형'(8.8%), '인적성 전형'(4.2%), '필기 전형'(0.4%) 단계에서 묻지 마 지원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들이 점점 지원자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고 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지원서를 내기보다는 평소 관심이 있고, 전문 지식이 많은 분야의 직무와 기업에 소신 지원을 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묻지 마 지원자', 서류전형에서 거의 파악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9%가 '최근 1년간 묻지 마 지원자가 늘었다'고 답했다. '거의 변화가 없다'고 답한 기업도 42.9%에 달했다. 합격을 바라고 지원하는 구직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묻지 마 지원자들은 면접에 참석하지 않거나 최종 합격 후 조기 퇴사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근엔 채용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묻지 마 지원자'를 가려낼까. 응답 기업 중 43.3%(복수 응답)는 묻지 마 지원자를 판별하는 근거로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 부족'을 1위로 꼽았다. 기업 간판만 보거나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몰리는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 '자기소개서, 면접 태도 등이 성의없다'(42.5%), '기업 정보를 잘 모른다'(36.7%), '어느 기업에 내도 무방한 자기소개서'(33.3%), '지원 분야를 잘못 기재했다'(32.9%), '직무와 관계없는 스펙을 기재했다'(28.3%), '지원 기준에 미달했다'(25.8%) 순이었다.

면접 끝나기 전 당락 결정

기업들이 면접 과정에서 구직자를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사람인이 지난달 기업 194곳을 대상으로 면접 중 합격 여부 결정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77.3%가 면접이 끝나기 전에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면접 중 지원자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분.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단 '1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이 31.3%로 가장 많았고, '20분'(15.3%)·'5분 이하'(14.7%)가 뒤를 이었다.

짧은 시간의 면접 동안 인사 담당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일까. 기업 인사 담당자가 면접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은 것은 '직무 적합성'(32%)이다. 이 외에도 '도덕성 등 인성'(18.7%), '자신감 있는 면접 태도'(12%), '조직 적응력 및 사회성'(10.7%) 등이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 중 합격이 결정되는 지원자 유형도 이와 비슷했다. 응답 기업의 32.7%는 '직무 지식 및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최우선으로 선택했으며,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성향의 지원자'(22%), '질문의 요지에 맞춰 핵심을 말하는 지원자'(20%), '확고한 입사 의지를 보여주는 지원자'(16.7%) 등이 뒤를 이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면접 초반부터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질문의 핵심을 파악해 직무 능력을 강조할 수 있는 답변을 하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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