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탈스펙… 채용일정 짧고 굵어졌다

"인적성검사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자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답변해야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기업 인적성검사 시즌이 본격 막을 올리면서 삼성과 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입력 : 2017.10.13 03:00

    막 오른 대기업 하반기 채용
    현대차·삼성, 토론 전형 없애고 한화·대한항공은 인적성 폐지
    블라인드 채용도 속속 도입 중… 자소서에 직무역량 꼼꼼히 써야

    "인적성검사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자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답변해야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대기업 인적성검사 시즌이 본격 막을 올리면서 삼성과 현대차·LG 등 주요 그룹 인사 담당자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또 이들은 자기소개서는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두괄식으로 정리하고 직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직 직무 역량"…탈스펙 채용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5일부터 8일까지 전남대, 충북대, 경북대, 부산대에서 '2017년 주요 그룹 지역인재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요 그룹 인사 담당자들이 가장 강조한 건 직무 역량. 그들은 "서류전형과 면접 모두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직무 관련 경험과 역량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자기소개서에 지원하는 기업의 정확한 공식 명칭을 적어야 하고, 미괄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별로 채용 절차와 원하는 인재상에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지원서에 작성하는 전공과목 이수 내역과 에세이 등을 통해 지원자가 직무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점을 성취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한화는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선호하고, 포스코는 글로벌 역량을 강조했다. 나진 한화 인재개발팀장은 "지원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조직 구성원과 활발한 소통을 즐기는 인간미 넘치는 지원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2017년 하반기 주요기업 인적성검사 일정표

    최근 정부가 학력, 학점, 어학 점수,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하자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일부 대기업은 앞장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상시 채용 면담 프로그램인 '힌트(H-Interview의 줄임말)'를 도입했다. 힌트는 지원자들 '스펙'에 대한 정보 없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 담당자와 상시 면담을 진행하고, 지원자의 직무에 대한 관심도와 역량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현대차 채용 홈페이지에서 상시 면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유를 1000자 내외로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롯데그룹에는 신입 공채 외에 지원자 직무 수행 능력만 평가해 선발하는 'SPEC태클' 채용 제도가 있다. 서류 접수 시 이름과 연락처, 해당 직무와 관련된 기획서 또는 제안서만 제출받는다. 기획서나 제안서에는 회사별,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주제 관련 미션 수행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공공기관이 올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면서 대기업들도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과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용 절차 '짧고 굵게'

    일부에서는 인적성검사를 폐지하거나 면접 절차를 줄이는 등 채용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달달 외워서 치르는 인적성검사가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취업 절차를 간소화해 취업 지망생이 느끼는 불편함과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 사이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구직자(76%)가 인적성검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성검사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기업별 검사 유형이 천차만별이라서'(52.4%·복수 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계속해서 '인재상에 자신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39%), '평소 접해보지 않던 유형의 검사라서'(34.8%), '시간에 비해 문항수가 지나치게 많아서'(29.3%),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서'(18.9%), '스스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18.9%), '시중에 판매되는 교재와 실제 검사가 달라서'(13.4%)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한화그룹은 취업 준비생 부담을 줄이고, 계열사별 직무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2013년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인적성검사(HAT)를 폐지했다. 필기기험이나 인적성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서류전형과 심층 면접 전형으로만 선발하는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대한항공도 2014년 하반기부터 자체 인적성검사(KALSAT)를 폐지하고 면접 비중을 높였다. 대한항공 측은 "단순 객관식 형태 인적성검사는 생각보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토론 면접을 없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직무 역량 평가에서 프레젠테이션(PT) 면접 비중을 늘리면서 토론 면접은 폐지한 것이다. 앞서 삼성그룹도 집단토론 면접을 없앴다. 삼성 측은 "전형 절차가 길어지면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원자도 불편해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집단토론이 아닌 다른 절차에서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폐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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