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봉 9100만원‥ 금융권+공기업 장점만 모았다는 이 회사

9월 20일까지 서류접수
업무 특성상 외국어 활용능력 중요해
신입 초봉 4062만원…근속연수 14년

2016년 한국무역보험공사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 A씨는 답변을 할 때마다 전문적인 무역 보험용어를 줄줄이 쏟아냈다. 공사 관련 최신 기사를 언급하는 등 각종 수치와 용어를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다른 지원자가 위축될 정도였다. B씨는 무역보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본인의 생각을 표현했다. 용어 표현은 좀 서툴렀지만 기본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A씨는 불합격, B씨는 합격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A씨는 본인의 생각이나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이 단순 암기한 것을 화려하게 포장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며 “반면 B씨는 면접관 입장에서 진실성이 있어 보였고,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사항이나 최신 기사를 암기한 지원자보다는 본인의 생각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지원자를 원한다”고 했다. 

채용계획과 절차

신입사원 모집과 같은 기간 동안 체험형 청년인턴도 뽑는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체험형 청년인턴 선발은 최종학력을 기준으로 대학전형과 고교전형으로 나뉜다. 서울·경기·부산·울산 등 각 지사에서 총 20명을 선발한다. 청년인턴 채용이 확정되면 각 지사에서 3개월간 근무한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필기전형→실무 면접(역량 면접 및 팀 프로젝트 면접)→임원 면접→신체검사 및 신원조회→최종합격 순이다. 연령, 전공 모두 제한이 없다. 다만 재학생의 경우 모든 채용전형과 직무연수 및 근무에 정상 참석이 가능해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5년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시 직무와 무관한 요소들, 특히 지원자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는 학교명, 성별 등을 수집하지 않고 있다. 2017년 상반기부터는 사진과 병역사항까지도 지원자 정보 수집 항목에서 제외했다. 금번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강화하면서 직무능력중심 채용문화를 선도하고자 추가로 나이(생년월일)와 전공, 학점 등의 정보를 지원서에 적어내지 않게 했다. 직무설명자료에 설명된 직무수행능력과 직업기초능력만을 철저하게 검증해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적합한 우수 인재를 채용할 방침이다.

서류전형

1. 입사 이후 생각하고 있는 구체적인 직무는 무엇이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 지원한 분야에서 자신이 다른 지원자보다 조금이라도 수준이 높다고 내세울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
3. 시키는 일의 범위를 넘어서 자발적으로 도전한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4. 다른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규정을 지나치게 남용하거나 악용하는 것을 목격했던 경험에 대해 기술하여 주십시오.
5. 성실함과 신뢰성으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은 경험을 기술하여 주십시오.
6. 고객만족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상반기 자기소개서 문항에는 ‘본인은 어떤 사람이다’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는 항목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삭제됐다. 2017년 상반기 자기소개서 항목에는 ‘조직에 변화와 혁신을 일으킨 경험’을 묻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직업 윤리를 강조하는 항목으로 교체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인재상에 걸맞는 지원자를 추려내고 특히 직무와 더 연관낸 내용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항목을 바꾼 것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자기소개서 작성 시 회사 이름을 틀리거나 각종 인터넷에 떠도는 모범 샘플을 활용해서 유사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지원자는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자기소개서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아닌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적용시킬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면서 “우리 회사를 지원한 동기 및 이를 위해 준비한 노력 등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되는 지원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외국어 활용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직무 특성상 해외수입자 신용조사, 대외거래 리스크분석, 국제회의 참석, 해외기관과의 업무 협의 등 무역보험 전체 분야에서 외국어를 두루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성적은 토익, 토플, 텝스만 인정하고 있으며 기타 영어 말하기 평가 또는 제2외국어 성적도 채용전형시 참고하고 있다. 지원 분야에 따라 우대하는 자격증은 아래와 같다.

필기전형

지원자 대부분이 공사 직무를 직접 접하거나 경험할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무능력평가 문제는 공사 업무에 필요한 대학교 전공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조사·인수’ 분야는 경영학 또는 경제학 전공 문제 중 1개를 선택해야 한다. ‘법무·보상·채권관리’ 분야는 법학에서 문제를 출제한다. 지원자의 ‘직업기초능력’은 별도 필기시험을 통해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서류전형 및 면접전형을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필기전형에서는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가 합격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큰 틀에서 공사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이해한 후, 채용공고에 올라온 직무설명자료를 가지고 어떤 지식과 능력이 필요한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무능력논술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실제 업무에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된다”고 밝혔다.

2016년에 경영학의 경우 단기매매 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장기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을 설명한 뒤 ‘같은 조건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 가장 큰 것부터 나열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경제학에선 ‘독점균형 수요의 가격 탄력성을 서술하라’ ‘금리인하가 기업설비투자 촉진에 효과가 없는 이유를 케인즈와 새케인즈 입장에서 밝히고 정책을 제안하라’는 문제 등이 출제됐다.

면접전형

실무 면접은 면접관들에게 인적 사항 부분은 제외하고 직무 관련 부분만 제공하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직업기초능력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실무면접은 총 2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 역량 면접은 보험인수, 보상심사 등 실제 무역보험 업무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주고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프레젠테이션 평가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심층 면접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을 통해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문제 해석능력, 문제 해결능력 및 의사소통능력 등을 파악한다.

다음은 2016년 실무 면접 과정에서 ‘우리 공사에 입사하기 위해 남들과는 차별화된 본인만의 노력이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지원자들의 답변이다.

지원자 A
“대학교 시절 전공 공부를 열심하여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획득하였으며, 신용분석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재무 자료를 분석하는 실무적 능력을 키웠습니다. 미국 교환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영어실력도 갖추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빠르게 적응하여 수출 지원에 앞장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자 B
“평소 세계정세에 관심이 많아 나라별 사건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각종 세계정세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를 국가별로 스크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런 습관이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 같았지만 오랜 시간 누적이 되면서 남들보다 뛰어난 저만의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OO나라에서 발생한 OO사건 등은 OO관점 등을 고려서 경제적 리스크가 커져 해당 나라에 수출을 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대금미회수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나라에 대한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심층적인 신용조사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스펙 측면에서 보면 A 지원자가 우수해 보일 수도 있으나 A지원자는 불합격했고 B지원자가 합격했다. A 지원자가 말한 사항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우며 어느 공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었기 때문에 면접관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반면 B 지원자는 본인이 지원한 직무와 관련이 높은 자신만의 능력을 어필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례를 들면서 답변의 신뢰성을 높여 면접관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2단계 팀 프로젝트 면접은 직무중심 채용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면접 형식이다. 제시된 직무상황과 관련해 다수의 지원자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평가한다. 1단계 역량 면접이 개별 능력에 대한 평가인데 반해, 2단계 팀 프로젝트 면접은 팀 전체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하므로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면접전형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간단 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한국무역공사 관계자는 “긴장한 탓에 말문이 막혀 말을 아예 하지 못하는 지원자도 있고 질문 요지에서 벗어난 답변만 장황하게 이어가는 지원자도 생긴다. 면접 시 답변은 결론을 우선 이야기 한 후 그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답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질문 요지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실무 면접에는 부서장급, 팀장급 등 실무자들이 참석하고 임원 면접에는 사장과 부서장 등이 참석한다. 채용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면접위원으로 참가시키고 있다. 각 전형 단계별로 점수는 해당 단계에만 반영되며, 다음 전형에서는 제로베이스로 시작한다.

연봉 및 복지

전·현직 직원들의 리뷰를 보면 ‘내 자식도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직장’ ‘들어갈 수만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기업’ ‘금융권과 공기업의 장점을 모아놓은 곳’ 등 긍정적 평가가 많다. 다만 직원 500여명의 소규모 조직이다보니 정권교체기의 조직개편에 민감하다는 점, 순환근무로 인해 지방 근무를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점, 사내식당이 없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2017년 기준 임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원, 신입사원 초봉은 4062만원이다. 평균 근속연수는 14년. 공사 관계자는 “신입사원에게도 일을 직접 맡아 진행하는 권한이 주어지는 데다 국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이라며 “직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좋은 처우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입사가이드는 한국무역보험공사 인사팀 김수환 차장과 잡플래닛이 도움을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