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샵질' 안하는데 해외서도 찾아오는 동네사진관

  • 글 jobsN 김민정 인턴

    입력 : 2017.09.11 09:24

    아날로그 감성의 '연희동 사진관'
    웨딩 사진가 출신의 김규현씨가 운영
    보정없는 사진에도 하루 70명 넘게 찾을만큼 인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동 사진관'. 흰색 외벽에 검은색 글씨로 정직하게 쓰인 수수한 간판이 인상적이다. 밝은 갈색 나무로 된 유리문은 따뜻해 보인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오는 정원(한석규 분)의 사진관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평(33㎡) 남짓한 공간에는 오래된 카메라 두 대와 검은 천이 둘러진 촬영 공간만이 덩그러니 있다. 사진관 주인 김규현(31)씨는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연희동 사진관은 필름촬영을 주로 하고 촬영 후 보정은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찍는다. 꾸미지 않고, 고치지 않고 그 순간을 날 것 그대로 사진에 담는다. 흑백 사진이 많다. 그럼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벌써 2개월 가까이 예약이 꽉 차 있다. 주말 하루 평균 70여명이 이 구닥다리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다. 

    포토샵도 안 해주는 '솔직한 사진관'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 잡스엔(jobsN)이 사진가 김규현씨를 만나 창업 배경과 성공 비결을 물었다. 

    흑백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김규현 씨 모습 / 김규현 씨 제공

    -사진은 어떻게 시작한 건가.
    "아버지가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저도 자연스럽게 사진을 접했어요. 15세때부터 필름 카메라를 썼고, 중학교 졸업선물로 디지털 카메라를 받았어요. '쿨픽서(니콘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라는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사진촬영을 시작했고요. 부산에 살면서 해안절벽과 다대포 해수욕장의 모래절벽을 주로 찍었어요. 고1때 사진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2006년 서울예술대학 사진과에 입학했다. 전공은 파인아트, 부전공은 광고사진이었다.

    -대학에선 주로 어떤 사진을 찍었나.
    "지금 하는 연희동 사진관의 사진 촬영과는 정반대의 사진들을 많이 찍었어요. 인물 사진 보다는, 주제가 정해진 연출 사진을 주로 찍었습니다.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고요. '레트로 스튜디오'(故이재오 씨가 운영하던 신사동 패션 스튜디오)에서 11개월 동안 어시스트로 일하며 패션 사진도 찍었습니다."

    (왼) 20대의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 '마인드스케이프' (오) '2010 한국광고사진공모전' 입선작 '드라이피니쉬 #3' / 김규현 씨 제공

    -지금 연희동사진관은 인물사진 위주인데 인물촬영은 언제 익혔나.
    "계룡대 육군 본부에서 사진병으로 있었어요. 군대에서는 상급자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좀 더 잘 돋보이게 할까'를 염두에 두고 찍거든요. 그러면서 인물사진 촬영에 점점 익숙해졌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도 도움이 많이 돼요. 사진촬영 기술은 학교에서, 인물사진 촬영의 관점은 군대에서 배운 셈이예요."

    여기까지는 여느 사진 전공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하나씩 전문 기술을 터득한 것은 보통 사진가가 걸어가는 길이다. 하지만 이후 그는 달라지는 현실에 적응하며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럼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사진업을 시작한건가.
    "2011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강남 '허그스튜디오'에서 8개월간 일하고 그 해 10월 개인사업을 시작했어요. 웨딩촬영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처음엔 독일유학 자금을 모으는 게 목표였어요. 독일이 현대사진의 메카거든요. 돈이 필요했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다녔어요. 샘플 사진을 촬영해서 웨딩업체에 영업도 많이 다니고요. 그리고 2013년 초에 방배동에 웨딩 스튜디오를 차렸습니다."

    -웨딩 스튜디오는 어떻게 운영했나.
    "주로 결혼식 스냅사진(결혼식 예식 전과정을 따라다니면서 촬영)과 본판 사진(결혼식 단체사진)을 찍었어요. 웨딩촬영에 대해서 대학에서 별도로 가르쳐주는 건 아니라서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웨딩 업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작업 의뢰도 많이 받고 차츰 적응해나갔어요. 그렇게 3~4년간 스튜디오를 운영했습니다."

    -대학 때 주로 찍은건 연출사진, 광고사진인데 막상 일은 웨딩 촬영을 선택한 이유는.
    "연출·광고·패션 사진은 사업자간 만남이라 작업을 의뢰받는데 한계가 있어요. 인맥이 없으면 힘들죠. 그에 비해 웨딩이나 아기 사진은 사업자와 고객이 직접 만나다보니 시장이 커요. 그런 현실적인 이유가 컸습니다."

    -그런데 왜 그만두었나.
    "웨딩촬영은 꾸준히 수요는 있지만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생각하면 전망이 좋진 않아요. 뉴스에 나오는 통계만 봐도 결혼하는 커플도 점점 줄고 있잖아요.

    그리고 결혼식 스냅사진이 보통 3시간의 결혼식에 1000~2000컷을 찍고난 후 작업실로 돌아와 괜찮은 사진을 150컷 정도 골라내요. 수많은 컷을 찍지만 단 10프로의 사진만이 남는거죠. 이런 작업이 어느 순간부터 소모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런 방식은 기존의 웨딩 촬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라 재미도 없었고요.

    그리고 웨딩사진은 포토샵으로 보정을 많이 합니다. 점점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잘찍는 사람'이 아니라 '포토샵을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되는 게 싫었어요. '찍는 중요성'보다 '고치는 중요성'이 더 커진 데 대한 회의감도 들었고요."

    -그럼 웨딩 스튜디오를 그만두면서 현실적인 고민은 없었나.
    "마침 아기가 태어났을때라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이 무거웠어요. 그래도 사진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사진이니까요. '사진으로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없을까' 매일 고민했어요. 웨딩 스튜디오 운영이 잘 되긴 했지만, 웨딩업의 특성상 수입이 들쑥날쑥 했거든요. 수입이 한 달에 100만~200만원 정도였어요."

    그는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2015년 5월 '연희동사진관'을 열었다. '사진으로 먹고살되, 남과 다른 사진을 찍자'는 것이 목표였다.

    공간 디자인부터 정성을 들였다. 사진관까지 찾아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사진관 인테리어도 중요하게 여길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상부터 시공까지 모두 직접 했다.

    입구는 유럽의 옛 제과점처럼 디자인했고, 벽면은 철판이나 강화유리 대신 통유리를 사용해 내부에 햇살이 들어오도록 했다. 한국적인 느낌을 담기 위해 일부러 나무를 소재로 사용했다. 사진관 벽면 창문엔 한옥에서 쓰는 창호로 격자무늬 느낌을 살렸다.

    연희동사진관 전경 / '연희동사진관' 제공

    -초기부터 반응이 좋았나.
    "처음에는 동네 주민들이 찾아오셨어요. 주로 연세 꽤 드신 분들이었죠. 어릴때 본 사진관처럼 옛 사진관같은 풍경에 끌리신 거에요.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제주도에서 일부러 찾아오시기도 하고, 해외에서도 많이 오세요. 미국에 오래 살던 한국분이 오셨는데 멀리서 왜 우리 사진관을 일부러 찾아왔냐고 물었더니, '한국적 느낌이 나는 곳이라 좋았다'고 하더군요. 처음에 사진관 디자인에 신경쓴 것이 통하는구나 싶었어요."

    -기억나는 촬영 에피소드 또는 사람이 있나.
    "1년전쯤 70대 어르신이 사진관을 찾아오셨어요. 추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편한 차림으로 오셨는데 상의는 깔끔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양복자켓을 걸치고 오셨죠. '내 마지막 모습을 담아주소'라고 하시더군요.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신 거였어요. 저도 영정사진을 찍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 분의 환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또 한 번은 딸, 사위와 함께 온 어머님이에요.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편찮으신 모습이었어요. 세 분이서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다음에 어머님 혼자서 영정사진을 찍었어요. 촬영 전 "내가 너희들에게 미안하구나"하시더니 눈물을 흘리셨죠. 하지만 입가는 웃고 있었어요. 그런 분들이 기억이 납니다. 짧지만 그 찰나, 먹먹함을 주셨던 분들입니다.

    20대의 마지막을 남기고 싶다던 스물아홉 아가씨도 기억나요. 단체사진을 찍을때면 항상 뒤로 숨거나, 셀카를 찍어도 보정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는데 청춘의 한 시절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어요."

    (왼)흑백 필름촬영한 할아버지와 손자 (오)손을 맞잡은 엄마와 딸 / '연희동사진관' 제공

    김씨는 필름 및 아날로그 사진을 주로 다룬다. 필름사진은 흑백 120㎜중형 필름으로 찍고, 아날로그 사진은 폴라로이드로 찍는다. 필름사진은 흑백과 컬러로 나누는데 흑백 필름 촬영의 경우 촬영과 원본 비용을 합해서 20만원이다.

    촬영 후 필름 사진을 인화하는데 보통 한 달이 걸린다. 필름 사진은 보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촬영으로 테스트 촬영을 20컷 정도 한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한 컷에 3만원이다.

    폴라로이드 촬영 후 인화까지 30초~1분 정도 소요되는데 그 동안 사진관 외관 앞에서 무료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준다. 이 서비스 때문에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서 저절로 홍보가 됐다. 김씨는 "사진관 자체가 아날로그 컨셉이기 때문에 온라인 홍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고객들 사이에 자연스레 홍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비도 오래된 옛날 장비를 선호한다. 그가 사용하는 필름카메라는, 'hasseblad' 카메라로 1980년대 스웨덴에서 제작된 것이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1970년대 후반 제작된 '위스타'이다. 이 카메라는 소형 카메라가 없던 시절, 촬영용으로 흔히 사용되던 오래된 카메라다. 오래된 카메라로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사진을 찍는 것이다.

    소박한 사진관 내부 / '연희동사진관' 제공

    -사람들이나 얼마나 찾아오나.
    "하루 기준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은 평일엔 15~20장, 40~50장을 찍습니다. 필름 사진은 최종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말엔 3팀 정도 찍어요. 사진관은 날씨가 화창한 봄, 가을이 성수기인데 그럴 때는 하루에 폴라로이드 사진 70장 정도 찍습니다."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한 달 2500만원 작년 매출은 1원대 중반이었고, 현재 한달 총매출은 2500만원 정도입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억원 이상이었고, 연말까지 2억원 내외로 예상하고 있어요. 필름 촬영 업체의 평균적인 매출과 비교하면 조금 높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순수익률이 높지는 않아요. 필름, 재료비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촬영 때 장비 렌탈비가 꽤 드는 편입니다. 사실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이 문의하는 것처럼 필름의 값은 비싸지 않거든요. 가격에는 손기술이 포함된 거죠. 손기술에 대한 가치를 더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흑백 필름촬영은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사진을 만들어낸다. / '연희동사진관' 제공

    -연희동엔 연희동사진관 하나뿐이지만, 다른 지역에 필름 촬영 사진관이 몇 개 더 있다. 연희동사진관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우선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보통 필름 촬영 전문 업체들의 평균 가격이 6~8컷에 50만~100만원 정도인데 비해 저희는 12컷에 20만원이니까요. 물론 저희는 인화와 액자값이 별도이긴 하지만, 꼭 액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보통 액자값까지 가격에 포함시켜 강매를 하거든요.

    또 한 가지, 원본 데이터 사진을 무료로 드립니다. 사진관에서는 촬영한 원본 사진을 사진관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객에게 줄 때도 대부분 유료로 주죠. 하지만 저희는 무료로 드려요.

    연희동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이 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진만 찍기 위해 집을 나서기는 쉽지 않잖아요. 사진 촬영하고 볼거리가 많은 연희동에서 데이트하거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동네가 주는 분위기가 사진관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요.

    보통 필름 촬영 업체들이 흑백 사진진을 다룬다는 이유로 무거운 분위기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사진관은 그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인 것도 장점이에요."

    필름사진을 찍으면 카메라에서 롤필름이 나온다. 이때는 아직 상(像)이 맺혀있기만 할뿐 약품과정을 거치지 않아 희미하게만 보인다. 이것을 '라킹이미지(잠상)'라고 하는데 우리 눈에 보이게끔 하는 것이 현상 작업이다. 이때부터 빨간색 암실에서 길고 세밀한 작업이 이루어진다.

    인화는 사진과 싸우는 과정이다. 톤 보정을 하고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우선 적게는 3~4장, 많게는 10장을 골라낸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사진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매순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약품 반응을 하면서 빛의 흔적만 남게 되는 게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진이다. 이 과정에서 저절로 사진에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다.

    (왼)사진을 인화하는 암실 내부 (오)연희동사진관 외부를 흑백촬영한 사진 / 김규현 씨 제공

    -사실 요즘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
    "사진을 손쉽게 찍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은 제게 믿고 맡기는 거죠. 저를 신뢰해준다는 게 즐겁고 감사해요. 한 번 방문했던 분들이 꾸준히 찾아오시는 것도 보람되고요. 결혼할 때 커플 사진 찍고 임신했을 때 또 찍고 아기가 태어나면 가족사진을 찍으러 오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그리고 모든 동네 사진관들이 디지털 촬영으로 바꿀 때 대세를 따르지 않고 아날로그 필름을 사용하고 필름 시장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같은 직업이지만 내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게 해내고 있다는 거, 그리고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거, 직업인으로 대단한 행복 아닌가요?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거, 그리고 꾸준히 해온 결과 지금은 특별한 사진이 됐다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사진을 업으로 삼아서 느끼는 어려운점이 있다면.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마냥 좋지는 않죠. 고객을 만나는 게 주된 업무다보니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고요.

    가장 힘든 건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는 고객들이에요. 특히 저희 연희동사진관은 필름촬영을 주로 하는데 필름촬영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시간이 정해져있어요. 평일엔 1~6시, 주말엔 2~4시반까지만 가능합니다. 예약시간에 늦거나 무단으로 취소하시면 운영에 차질이 생겨요.

    그런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촬영 가격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약금으로 받거나 늦게 오는 사람은 아예 촬영을 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일단 해결하고 있어요.

    특히 어려운 점은 저희 사진관의 촬영과 반대의 컨셉을 원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에요. 필름 촬영이고 보정이 없는 사진이라는 걸 알고 오시는 분들도 막상 와서는 보정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어요. 그럴때는 힘들긴 하지만 설득을 하죠. 우리 촬영의 컨셉을 설명하면 대부분 받아들이세요."

    -사진업은 요즘 '사양 사업'으로 여겨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현재진행형이에요. 하지만 대세의 흐름은 어쩔수없다고 봐요.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을 수 있게 된게 오히려 디테일한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를 높이는데도 기여를 했다고 봅니다.

    사진관도 자체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죠. 디지털 기술로만 전환하고 가격을 싸게 하려고만 하지 말고, 원래 갖고 있는 전문 촬영 기술과 필름 시장을 살려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네 사진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준비중이에요. 동네 사진관들끼리 서로 어울려 일반인들에게 사진 기술 강좌도 열고 촬영 기법도 전하고. 우리가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과 전문가들이 찍는 사진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촬영은 간편하지만 당장 사진이 실물로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스마트폰 메모장이 있어도 급할 땐 종이와 펜을 찾는거처럼 있듯이 아날로그는 사라질 수 없어요. 더구나 사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가져가는 거잖아요. 한 사람의 일생 동안요. 사진관도 없어지진 않겠지만 방향 설정을 다시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희동사진관에는 가족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 '연희동사진관' 제공

    -필름 촬영의 매력은 무엇인가.
    "필름 촬영은 정해진 컷에서 결과물을 얻어야 하는 만큼 한 컷 찍을때 심혈을 기울이게 돼요. 그만큼 한 컷에서 다음 컷으로의 호흡도 길고요. 암실에서 인화작업 할 때도 사진 한장 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돼요.

    신기한 건, 사진을 찍는 저 못지 않게 사진을 찍히는 사람도 더 주의깊게 찍으려 한다는 거에요. 필름 사진은 보정을 안해주니까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사람들의 영정사진을 잘 찍고 싶어요. 사진가들이 많이 하는 1년에 몇 번 양로원 가서 봉사활동으로 찍는 그런 거 말고요. 배경, 조명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신경써서 멋지고 화려하게요. 영정사진이라고 꼭 무겁고 어두울 필요는 없거든요. 그렇지만 진중하고 책임감있는 마음으로 찍고 싶어요. 그 사람의 인생 가장 전성기 때 모습을 컨셉으로 찍어도 좋을 거 같고요. 그건 제가 좀 더 내공을 쌓았을때 이룰 수 있는 꿈입니다. 그리고 삶을 꾸려가느라 잠시 놓아둔 독일 유학에 대한 꿈도 조금씩 다시 준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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