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자들, 일일 사장님 되어 실전 익힌다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대학가의 한 베트남 국수 프랜차이즈 전문점. 주문이 들어오자 지점장이 재빠르게 쌀국수 면을 삶고, 미리 손질해 둔 야채를 썰기 시작했다. 지점장의 손길이 움직이는 대로 김재현(43)씨의 눈길이 바쁘게 쫓아갔다. 김씨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원하는 예비 창업자다. 창업 컨설팅 업체 '나도사장님'의 주선으로 이날 '1일 점주 체험'을 했다. 김씨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해보니 날씨에 따라 매출이 10분의 1토막이 나고, 일반 카페는 50m 반경 내 경쟁 업소가 50개 들어서더라"며 "안정적인 프랜차이즈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경영 컨설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상권 조사부터 업종 변환에 이르기까지 창업·경영 전 과정에 걸친 노하우를 교육해 주는 식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22만개, 10개 중 1개 폐업

은퇴자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창업 아이템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가맹이다. 수익을 본사와 나눠야 하지만, 독자적으로 가게를 열 때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73개, 전체 가맹점은 약 22만개였다. 평균 폐업률은 9.22%지만,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갈린다. 서양식 외식 업종, 아이스크림·빙수 업종의 경우 폐업률이 각각 17.40%, 16.88%로 높았다. 피자(5.56%), 커피(8.51%) 업종은 비교적 폐업 비율이 낮았다. 본사 직원 이직률, 물류 공급 시스템,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 본사 지원 시스템 등을 꼼꼼히 따져서 업종과 본사를 선택해야 한다.

◇업종 선택부터 변경까지 창업 전 과정 컨설팅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업종·브랜드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업 컨설팅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에게 업종·프랜차이즈 본사 선택, 상권 분석, 1일 점포 체험, 정책 자금 대출 및 상가 임대, 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다. 나도사장님 관계자는 "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창업한다면 주류 도매 업체로부터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고, 또 업종 변경·폐업 시에는 테이블·냉장고 등 집기를 직거래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이런 '창업 꿀팁'을 쉽게 전수받을 수 있는 것도 컨설팅의 장점"이라고 했다.

◇"경영 컨설팅받은 업체 매출 2배 늘기도"

이미 창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도 인기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업체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부터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에 가입한 영업장을 대상으로 고객 서비스, 홍보 마케팅, 세무·회계·노무 등 기초 과목부터 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 대박집 성공 비결, 불만 고객이 남긴 리뷰 관리법 등 다양한 경영 팁을 알려준다. 우아한형제들은 "사연을 받아 지원이 시급한 사장님에게 우선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는데, 경쟁률이 3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라며 "연간 한 번 이상 교육에 참가한 업주 1546명의 경우 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숙박 중개 앱 '야놀자'는 작년 1월 '야놀자 평생교육원' 인가를 받고, 중소형 숙박 시설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유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중소형 호텔 창업과정'은 시장조사뿐 아니라 인테리어 및 시공, 프런트 업무, 세무, 대출 등 교육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