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으로 수십억 번 기업가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이유는?

  •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7.05.25 09:36

    코스닥 상장으로 수십억 번 사업가, 스타트업 창업
    '스마트 멀티 카드'로 해외 시장 공략
    이틀만에 크라우드펀딩 목표액 2배 '돌풍'


    최근 미국 크라우드 펀딩 업계는 ‘Plastc 사태’로 시끄럽다. 약 3년 전 Plastc(플라스틱)사(社)는 동명(同名)의 스마트카드 ‘Plastc’의 콘셉트 영상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 얼리어댑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 세계 8만명이 900만달러(약 102억원) 어치를 선주문(pre-order) 했지만, 지난달 20일 플라스틱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개발을 계속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지 못했다”면서 파산신청 소식을 알렸다.
    플라스틱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안내문
    8만명이 135~155달러(약 15만~17만원)를 허공에 날렸다.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플라스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다시는 실물이 없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카드는 ‘화이트 카드’, ‘올인원 카드’ 등으로도 불리는데, 한 장의 카드에 여러 개의 신용·체크카드를 담아 쓸 수 있는 제품. 대게 서너 장씩은 있게 마련인 카드는 지갑을 ‘뚱뚱’하게 만드는 주범. 스마트카드는 지갑을 홀쭉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스마트 카드는 지갑용 ‘다이어트’ 제품이다. 플라스틱 외에도 몇몇 해외 스타트업이 스마트카드 개발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제대로 개발한 곳은 한국의 스타트업 ‘브릴리언츠(Brilliantts)’가 유일하다.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jobsN

    브릴리언츠는 5월 23일(현지시각)부터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com)를 통해 자사의 스마트카드 ‘Fuze(퓨즈)’ 선주문을 받고 있다. 퓨즈는 카드 한 장에 신용·체크카드를 30장까지 담아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퓨즈 사용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배재훈(45) 브릴리언츠 대표는 “플라스틱의 파산으로 화이트 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걱정이지만 브릴리언츠는 플라스틱과는 다르다"고 했다. “플라스틱은 제품 개발 전에 마케팅만 요란하게 했지만, 우리는 제품 개발 및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에서 주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퓨즈는 인디고고에 런칭한 지 이틀 만에 당초 펀딩 목표 금액(5만달러·약 56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1만달러 어치를 주문 받았다.

    사실 배 대표는 2000년대 초 한 벤처기업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회사를 상장시키고 지분을 매각,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성공한 벤처인이다. “편히 쉬면서 골프나 치러 다니면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하드웨어로 시장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또다시 창업에 나선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벤처 DNA가 있는지, 가만히 놀고먹진 못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상장으로 수십억 번 사업가, 새로운 도전

    1997년 청주대 광학공학과를 졸업한 배 대표는 ‘015 삐삐’로 유명한 서울이동통신의 모(母) 회사 두일전자통신을 거쳐 2001년 스마트폰 부품 업체 ‘크루셜텍’의 창업에 참여했다. 배 대표는 개발총괄을 맡아 인풋 디바이스(입력장치·Input Device) ‘옵티컬 트랙패드(OTP)’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옵티컬 트랙패드는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일종의 광 마우스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간 옵티컬 트랙패드

    마우스는 1970년 등장한 제품이지만, 이를 휴대전화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보통 우리가 쓰는 마우스는 모듈 두께가 30~40mm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꺼워서는 휴대전화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려면 3mm 이내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기술이었죠.”

    2006년 삼성전자에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엔 ‘오바마폰’으로 유명한 ‘블랙베리’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OTP의 성공으로 크루셜텍은 2010년 7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배 대표는 2011년 말 지분을 정리하고 퇴사했다. 크루셜텍 지분을 처분해 손에 쥔 돈도 5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듬해 4월 브릴리언츠를 설립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단어 ‘브릴리언트(brilliant·아주 뛰어난)’에 기술(Technology)과 솔루션(Solution)의 앞 글자 TS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가슴 뛰는 도전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맨땅에서 시작해 상장사까지 키우는 데 일조한 경험을 썩히기도 싫었고요."
     
    ◇야심차게 시작한 ‘스마트 TV’ 사업 실패로 위기

    브릴리언츠의 첫 사업 아이템인 브릴리언츠 TV/브릴리언츠 제공
    브릴리언츠의 첫 사업은 ‘스마트 TV’였다. 배 대표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잘 꿰어 소비자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스마트 TV 모듈을 개발하고, 중국의 가전업체 ‘스카이워스’와 합작해 브릴리언츠 TV를 출시했다. 2013년 초 개발이 완료됐고, 2013년 8월 15일 롯데백화점 전 지점에 브릴리언츠 브랜드로 납품을 시작했다. “신생업체가 백화점에, 그것도 단순 소품이 아닌 TV를 납품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죠. 당시 한 경제지 1면에 제 사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2013년 8월 15일자 한국경제 1면. 왼쪽 상단에 배 대표의 사진이 나왔다.
    하지만 브릴리언츠 TV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브릴리언츠는 불과 3개월여만에  스마트 TV 사업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인터넷으로 광고도 해보고, 직접 전단지도 뿌려봤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 TV 아니면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품도 잘 만들었고, AS 망도 구축했는데, 제일 마지막 단계인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 데는 실패한 거죠.” 스마트 TV 재고만 해도 15억원어치나 됐다. ‘눈물의 세일’로 재고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 TV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지분을 팔아 번 돈도 거의 다 까먹었다. 그해 말 배 대표는 미국으로 향했다. “최단기에 최다액을 날린 기록이 아닐까요? 하지만 전 끈기는 있는 사람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로 날아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플러그 앤 플레이'를 방문한 배 대표/배 대표 제공

    이때 배 대표의 눈에 띈 것이 스마트 멀티 카드다. 외국에선 앉은 자리에서 종업원에게 카드를 건네주고 음식 대금을 결제하는 ‘테이블 결제’ 방식이 보편화돼있어 전통적인 카드 결제 방식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 이 때문에 해외의 몇몇 스타트업에서 실물 없이 콘셉트로만 홍보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관건은 ‘얇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쓰는 신용카드의 두께는 0.84mm. 그와 똑같은 두께로 만들어야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카드 결제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배 대표는 OTP를 만들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브릴리언츠의 스마트 카드 '퓨즈'/jobsN

    “아무나 얇게 만들 수는 없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전 OTP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0.84mm 안에 모든 걸 집어넣을 수 있다는 자신이 들었어요. 이 아이템으로 승부를 보자고 생각해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와 개발에 나섰습니다.”

    ◇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자 기술로 승부해야”

    2014년 1월 배 대표는 스마트 카드 개발에 나섰다. 스마트 TV 사업을 할 때 브릴리언츠의 직원은 18명까지 늘었지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엔지니어 한 명과 배 대표, 둘이서 개발을 시작했다. ‘괜히 사업해서 돈만 날렸다’는 후회도 했지만, ‘하드웨어로 시장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브릴리언츠를 세울 때의 목표를 되새기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개발비는 조금 남겨 놓은 지분 매각 대금에서 충당하고, 이것도 모자라 대기업의 디바이스 개발 용역을 받기도 했다. KTB네트웍스 등 VC(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배재훈 대표/jobsN

    2015년 말 개발 착수 2년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고,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2016년 7월 양산 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처음 시제품은 결제 성공률이 40% 정도였습니다. 10군데에서 ‘긁으면’, 6군데 정도에선 제대로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 7월에 나온 양산형 제품은 모든 가맹점에서 통했습니다.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100명의 베타테스터를 모집,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실제로 사용하게끔 했다.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스마트카드의 이름도 ‘브릴리언트 카드’에서 ‘Bpay(비페이)’, ‘thinpl(씬플)’로 몇 차례 바꾼 끝에 ‘Fuze(퓨즈)’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플라스틱의 파산 신청이 퓨즈의 데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퓨즈도 실물 없이 마케팅으로 돈만 빼먹고 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생길까 봐 두렵죠.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부담입니다. 하지만 저흰 실제 제품을 가지고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에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하고, 돈 벌었다고 뒤로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이 우선 바탕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 갖고는 돈 못 법니다. 유니크한 하드웨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뒤에서 받쳐줘야 합니다. 또 돈 좀 벌었다고 건물주 돼서 놀러 다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창업 성공의 경험이 현장에서 계속 이어져야 일자리도 만들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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