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근에 中企 전용 연구단지 만들자"

본지는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룬 '중기발(發) 제조업 공동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

    입력 : 2017.04.21 03:00

    [중기發 제조업 공동화] [4·끝] 설문조사와 좌담회

    "대기업 공장들 대부분 해외로… 국내에 떨어질 콩고물 없어
    대기업이 임금 눈높이 너무 올려 中企에 대학생들이 안 온다
    中企에 취직하는 근로자는 3년간 소득세 감면 혜택을"

    본지는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룬 '중기발(發) 제조업 공동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했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중소기업학회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민남규 자랑스러운중소기업인협의회 회장,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와 함께 중소기업의 현실 인식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었다.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흉년이 들면 해외서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는 '농부의 역설'에 빠졌다"면서 "대기업 수출이 호전되더라도 중소기업에 더 이상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대기업이 부진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와 인재 유치를 위해 "서울 인근에 중소기업 전문연구단지를 만들고, 중소기업 입사자에게는 취업 후 3년간 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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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중소기업인들과 중소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중소기업이 당면한 현실과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대표,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민남규 자랑스러운중소기업인협의회 회장. /주완중 기자
    ―올해 수출액이 늘면서 경제 회복 국면이라는데 중기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체감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박성택 요즘은 대기업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도 호전되는 '낙수효과'가 아니라 '낙수 피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기업이 손해가 날 것 같으면 부품 공급 가격을 깎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전가한다.

    민남규 솔직히 대기업 공장들은 이제 대부분 해외에 있지 않나. 더 이상 국내 업체들에 납품을 늘려주지 않는다. 국내 업체에 떨어질 콩고물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물량도 업체 간 경합을 붙여 납품 단가를 깎고 또 깎는다. 결국 죽어나는 건 중소기업이다.

    이정희 우리 중기업체들이 '농부의 역설'에 빠졌다. 풍년이든 흉년이든 농부가 힘든 것처럼 중기 제조업체들도 대기업이 업황이 좋든 나쁘든 추가로 얻어갈 수익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중기 제조업 전반에 '40대 신입사원'이 유행하고 있다. 20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조용준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에 취업 못 하면 루저(loser)'라고 부른다. 취업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대기업에 가겠다고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임금이 많기 때문이다.

    이정희 대기업들이 전투적인 노조(勞組)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계속 들어준 게 문제다. 대기업들은 늘어난 임금 부담을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깎으면서 채웠다. 중소기업은 이 부담을 감당하느라 직원의 임금을 올려주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다.

    노민선 중소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어떻게 올릴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근로자 임금을 인상한 중기에 세액 공제를 해주는 것도 방안이다. 일본은 올 초 임금 인상한 중소기업에 대해 임금 인상분의 22%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기로 했다.

    ―좋은 인재가 대기업으로 쏠리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한무경 신입사원을 기껏 교육해 쓸만큼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데려간다. 사람을 데려가는 것은 우리가 연구한 기술까지 같이 빼앗는 것과 같다. 대기업의 이런 행태를 막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 반대로 대기업이나 국가 연구소에서 일해온 인재들이 중소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노민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게 이익'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 가령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소득세를 3년간 100% 감면해주는 것이다. 대기업의 40대 근로자들을 중소기업으로 데려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가 고용 보조금 제도를 마련해 대기업에서 중기로 오는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면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는 물론이고 연구·개발 능력도 강화된다.

    박성택 중소기업도 반성할 게 많다. 중소기업을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식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고 하면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중소기업중앙회 차원에서 정부와 함께 중소기업 근무 환경과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중소기업인들이 경영 환경이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기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을 자주 하는 이유는.

    박성택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으면 그날로 차압이 들어온다. 이게 정의로운 금융인가. 대마불사가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왜 늘 저모양이냐고 그러는데, 생태계가 불공정한데 잘할 수가 있겠나. 공룡(대기업)이 뛰놀기 좋은 벌판에서 캥거루(중소기업)가 뛸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조용준 금융기관들이 대기업에는 신용만으로 대출해주면서 신용등급이 훨씬 높은 중소기업에는 온갖 담보를 요구하고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어음 제도도 문제다. 대기업이 대금 지급을 미루는 수단으로 여전히 어음 제도를 악용하지 않나.

    ―다음 달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바라는 중기 정책은.

    조용준 서울 인근에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단지를 만들어달라. 중소기업은 서울에 연구소를 만들기 힘들어 석·박사급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걸어도 지방 연구소는 뛰어난 인재가 안 오려고 한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중소기업 전용 연구단지만 만들면 좋은 중기의 연구소가 입주해 인재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박성택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확실하게 처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 경제 생태계를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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