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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율 100%, 국내 최다 사건 수임, 국내 최초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 "척보면 압니다"

  •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7.04.05 10:06 | 수정 : 2017.04.05 10:06

    국내 최초 교통사고 피해보상 전문 한문철 변호사
    교통사고 관련 사건만 6000건…승소율 100%에 가까워
    '변호사 2만명 시대', 변호사도 달라져야 먹고 산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동 ‘스스로닷컴’ 사무실. 한문철(56) 변호사가 스스로닷컴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에 답변하고 있었다.

    스스로닷컴 한문철 변호사/스스로닷컴 제공

    “반대편에서 차가 달려옵니다. 상대차는 완전히 신호위반이에요. 빨간불로 바뀌었는데, 그냥 달려왔거든. 그런데 의뢰인 차는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 것을 못 보고,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유턴! 빨리 달려오던 차와 쾅! 과실비율이 어떻게 될까요? 신호가 바뀌는 순간에는 뒤늦게 무리하게 달려오는 차가 있기 때문에 내 신호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앞을 살펴보고. 다른 차가 오지 않을 때 유턴해야죠. 이 부분이 하나 있고, 지금 의뢰인 차가 점선으로 된 유턴 구역을 지나서 노란 실선 있는 데서 유턴했죠? 좀 뒤에서 돌았다면 볼 수 있는 각도가 커져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보고 피할 수도 있었겠죠. 종합해보면, 상대차와 의뢰인 차의 과실비율은 70대 30. 경우에 따라선 60대 40 정도까지도 감안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업로드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과실 비율과 대응 요령을 알려준다. “문의 글이 많아 글로 쓰려면 한참이 걸려요. TV에 소비자가 문제를 의뢰한 블랙박스 영상을 틀어놓고 제가 설명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업로드 합니다."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한 변호사/KBS·SBS 캡처

    그는 국내 최초의 교통사고 피해보상 전문 변호사다. 10년 넘게 TV·라디오의 전문가·패널, 교통 프로 진행자로 활약해 일반 시청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전문성에다 대중성까지 갖춰 “정치할 생각 없느냐”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는 게 정치”라면서 “20년쯤 한우물만 팠더니 이제야 빛이 조금 보이는데, 확실히 빛을 볼 때까지 더 파보겠다”고 했다. 
     
    ◇ 억울한 피해자 없도록 ‘브로커’ 판치는 시장에 뛰어들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17기)·군법무관을 거쳐 199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하지만 1993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다른 변호사들처럼 한 변호사도 초창기에는 형사 사건을 주로 맡았다. 그러던 1995년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버스공제조합 고문 변호사를 맡으며 ‘교통사고’와 인연을 맺었다. 버스공제조합은 버스 운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회사와 같은 곳이다. 버스공제조합 고문 변호사로 있던 5년간 1000건 가까운 사건을 맡으면서 ‘연전연승(連戰連勝)’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들이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겁니다. 그저 사무장이 알려주는 내용만 듣고 온 거죠. 사건 내용을 훤히 다 파악하고 저한테 상대가 되겠습니까? 성공보수를 많이 받아서 좋긴 한데 문득 피해자들이 불쌍해지더라고요. 피해자들에게 ‘최소한 이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일종의 권리장전이랄까요.”

    스스로닷컴 홈페이지/인터넷 캡
    2000년 ‘스스로닷컴’을 만들었다. 처음엔 피해자를 대리해서 소송할 생각이 없었다. 이용료를 조금씩 받고 질문에 답해주면 이용자들이 스스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도 스스로닷컴이다. “1년에 교통사고를 내는 사람, 교통사고로 피해를 보는 사람을 합치면 100만명쯤 됩니다. 1인당 1만원씩만 받아도 100억원은 벌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 의뢰인과의 만남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외과의사 한 분이 ‘교통사고로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며 저를 찾아왔어요. 스스로닷컴을 보고 소장(訴狀)까지는 썼는데 혼자 소송은 못하겠다고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전 ‘소장까지 다 쓰셨으면 거의 다됐는데, 제가 조금씩 도와줄 테니 혼자 하시죠’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이렇더군요. ‘변호사님, 맹장수술 정말 쉬운 수술이에요. 하는 방법 인터넷에 올려놓을 테니 막히는 부분 있으면 저한테 물어가면서 해보실래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소송을 직접 하는 건 또 다른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직접 소송을 진행하되 수임료를 낮추기로 했다. “수임료가 낮으면 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거든요. 다른 변호사가 받는 수준의 25~30%로 낮췄습니다. 저도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교통사고 관련 소송은 ‘브로커’가 판을 쳤어요. 제가 수임료를 낮추자 다른 변호사들도 수임료를 낮췄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지니까 브로커들도 이 바닥을 떠났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과실 비율을 판단 중인 한 변호사/jobsN

    해마다 수백건의 사건이 몰렸다. 2000년 스스로닷컴을 연 이후 5000건의 교통사고 소송사건을 처리했다. 그의 활약상은 2004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의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인터넷 법률사이트가 교통사고 손해배상사건을 독점하면서 사건브로커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 언급된 법률사이트가 한 변호사의 스스로닷컴이다.
     
    ◇교통사고 소송만 6000건…“척 보면 척”

    지금까지 6000여건의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맡았다. 이제는 ‘척 보면 척’이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한 변호사가 개인 변호사로는 가장 많은 사건을 진행해본 변호사라는 게 법조계의 ‘통설’이다. “소송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설 무렵부터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90%쯤은 과실 비율이 몇 대 몇 인지 한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10%의 교통사고 사건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 무료 교통사고 상담을 활발히 진행한다. 답답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한 변호사 자신에겐 공부할 기회라고 했다. “무료상담을 하면 일각에서는 '호주머니를 불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일주일에 보통 100개 정도 질문 글에 답을 해주는데요, 한 300~400건 답변하면 한 건 정도나 실제 수임으로 연결되는 수준입니다.” 문의가 너무 많아 일주일에 한두 시간만 문의게시판을 열어둔다. 그 1~2시간 동안 질문 100여건이 쇄도한다. 모든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물론이다.

    질문글에 답변하고 있는 한 변호사/jobsN

    블랙박스가 생기면서 스스로닷컴에 올라오는 교통사고 관련 문의에는 대게 블랙박스 영상을 첨부한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블랙박스 영상과 그가 질문에 대해 답한 영상, 각종 사건 기록들을 합치면 400TB(테라바이트)가 넘는다고 했다. 보통 영화 한 편의 크기가 2GB(기가바이트) 정도니, 대략 영화 20만편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각종 방송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구할 때도 제일 먼저 한 변호사에게 요청한다. “블랙박스가 없을 땐 과실 비율을 정확하게 따지지 못했어요. 하지만 블랙박스가 생긴 후로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과실 비율이 0일 수 없다는 얘기도 옛날 얘깁니다. 블랙박스 이전의 시기가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라면, 블랙박스가 생긴 뒤는 문명시대라고나 할까요.”
     
    ◇ “꼭 이길 사건만 맡는다”

    자신이 맡은 사건의 승소율은 100%에 가깝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길 사건만 맡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이길 만한 사건’이란 의뢰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사건이다.
     
    “소송 실익을 판단할 때 의뢰인의 이익을 가장 우선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3000만원을 제시했다고 가정합시다. 소송을 진행해 4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면 실제 소송을 해야 할까요? 소송비용을 제외하고 소송에 걸리는 시간이나 스트레스를 따져봐서 의뢰인이 이익을 볼 때만 소송을 하자고 합니다.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해보면 여기서 멈춰야 할지, 더 가야 할지 명확한 답이 나옵니다. ”

    소송을 끝낸 의뢰인들이 한 변호사에게 남긴 글/스스로닷컴 캡처

    한 변호사는 “사건이 끝나면 의뢰인이 고맙다고 얘기할만한 사건만 한다”고도 했다. “어떤 변호사들은 이기면 수임료를  받고 지면 받지 않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거 정말 나쁜 얘깁니다. 소송에서 지면 상대편의 소송 비용을 물어줘야 합니다. 3~4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청구하면 소송비용만 1000만원에 가깝습니다. 이걸 얘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소송 비용 얘기도 꼭 합니다. 의뢰인이 제 전도사가 되면 자연스레 사건을 맡을 수 있죠.”
    법에는 사고 시점과 손해배상 시점 사이에 간격이 있을 경우 '지연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교통사고 사건에서 지연이자를 받지 않는게 관행이었다. 지연이자를 받아내기 시작한 것도 한 변호사다.

    ◇변호사 2만명 시대… “제2의 한문철 돼야 먹고 산다”

    예전에는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사무실 운영비도 못 버는 변호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로펌 변호사들 빼고 매월 고정적으로 500만원씩 집에 가져다주는 변호사가 얼마나 될까요? 제가 보기엔 10%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변호사도 변해야 합니다. ‘제2의 한문철’이 나와야 하는 거죠. 이혼이다 세무다 누구나 다하는 걸 전문으로 하면 편의점 사이에 또 편의점 내는 꼴밖에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야 해요."

    jobsN

    그는 변호사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요즘 변호사는 명문고, 명문대 나오면 오히려 힘들어요. 출신 고등학교·대학교에 변호사가 없어야 총동창회 가서 ‘영업’을 하는데, 명문고와 명문대를 나온 변호사가 이미 많거든요.

    시장으로 가는 방법도 있겠네요. 동대문 시장처럼 큰 시장엔 변호사가 들어가 있으니 동네 시장이 좋겠습니다. 시장 상인들 단풍놀이 갈 때 따라가서 ‘시다바리’도 하면서 친해져야 사건도 줍니다. 아니면 아예 시골로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시골로 가면 사무실 임대료가 많이 안 나가니 꽤 먹고 살 만할 겁니다. 그렇게 버티면서 지명도를 높여야 합니다. 최소 10년에서 20년은 꾸준히 파야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요즘 한창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하루 평균 1만5000걸음쯤 걷는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레그프레스는 240kg, 데드리프트는 70kg까지 들면서 체력을 유지한다. 앞으로 20년쯤은 더 일하려는 체력을 키운다고 했다.

    “처음엔 10년만 고생하면 돈 벌어서 고생한 가족에게도 보상을 해주고 주위에도 나눠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팠고, 대한민국에서 교통사고에서만큼은 1등인 변호산데도 생각만큼 큰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사무실 비용에다 세금까지 ‘제대로’ 내니까 그런 겁니다.  그래도 순전히 노력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딸 수 있다는 걸 후배 변호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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