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문 닫는 대왕카스텔라 가맹점주 "죄 없는 수 천명이 일자리 잃을 위기"

  • 글 jobsN 이병희

    입력 : 2017.04.03 11:09

    “손님이 뚝 끊겼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요, 가게 내놨습니다.”

    경기도의 한 대왕 카스텔라 대리점 점주 김영한(가명·43)씨는 더 이상 매장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1월에 매장을 내고 3개월 만이다. 하루 150만~200만원이던 매출은 10만~20만원으로 꺾였다. 직원도 5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른 점주들과 이야기 해봐도 사정이 다들 비슷합니다."

    ‘대왕 카스텔라’는 대만에서 유행하는 커다란 빵이다. 한개 크기가 가로 20cm 세로 10cm 두께 10cm 정도다. 2016년 말부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대왕 카스텔라를 파는 제과 브랜드들이 20여개 생겼다. 전체 가맹점 수만 전국 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300만원어치를 파는 대리점도 있었다.  

    하지만 3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A 브랜드 카스텔라에는 ‘식용유를 넣어 만든다’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낸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대왕 카스텔라=불량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카스텔라를 만드는데 식용유를 넣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왕 카스텔라 가게 점주들은 "이미 폐업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대왕 카스텔라 업계 관계자는 "통상 한 카스텔라 매장에 보통 4~5명씩 근무하고 있다.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라고 말했다. 대왕 카스텔라집을 연지 3개월 만에 폐업한 김영한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수이 대왕카스테라 홈페이지 캡처

    ◇ 소비자 발길 끊긴 대왕카스텔라

    -타격이 어느 정도인가요. 

    “2월에 500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3월에는 500만원도 못 판 것 같습니다. 월세 내고 관리비 빼면 같이 일하는 직원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 ‘한두 달 지나면 상황이 나아진다’ 이런 확신이라도 있으면 계속해보고 싶어요. 하다못해 손해만 나지 않는 수준이어도 기다려볼 마음이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안됩니다. 문 연지 석달 만에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월세 2년 계약했는데, 장사가 안 되도 세는 내야 하거든요. 권리금은 5000만원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새롭게 들어온다는 사람이 없어서 권리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입니다. 불경기라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김씨는 서울의 한 작은 식품회사에서 13년을 일하며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카스텔라 가맹점을 냈다. 8평짜리 매장을 여는데 약 9000만 원이 들었다. 권리금과 인테리어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현금 1억원을 예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출도 조금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진 대왕카스테라(좌), 단수이 대왕카스테라 모습./각사 페이스북 캡처

    2016년 10월,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빵집 수 십 군데를 다녔다. "카스텔라를 먹으려고 부산까지 직접가기도 했습니다. ‘B 브랜드는 퍽퍽하다’, ‘C 브랜드는 달다’ 이런 평가를 하면서 두 달 동안 준비했습니다.”

    창업 후 두 달 간 장사는 꽤 잘 된 편이었다. "카스텔라를 하루 25~30판 만들었습니다.” 카스텔라 한 판은 10개로 잘라서 판다. 한 개당 6000원인 것을 계산하면 한판 가격은 6만원, 하루 매출액은 150만~180만원 수준이었다. “사람 한 명 덜 쓰고, 제가 일을 더 하면 그만큼 남으니까 열심히 했습니다. 월급 받을 때보다는 사정이 좋았죠.”

    하지만 호시절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망했습니다. 완전 망했다고요.” 

    ◇인테리어 공사 마치고도 장사 시작 못하는 점포도

    그는 “우리 브랜드는 방송에 나간 브랜드와 다르다"고 했다. "저는 빵을 만들 때 식용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다 같은 카스텔라로 봅니다. 그래서 아예 사러 오지 않으세요.”

    행인들이 손가락질하며 ‘저기서 파는 게 기름빵이래’라고 수군거리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말씀하시는 게 다 들립니다. 우리는 식용유를 넣지 않는다는 입간판도 세워놨지만,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가게에 손님이 오셔야 아니라고 변명도 할 텐데 그럴 기회도 없습니다.”    

    김씨처럼 대왕 카스텔라 가게 문을 열자마자 졸지에 망한 자영업자들이 많다. 직장을 다니다  대왕 카스텔라사업을 시작한 임모(30)씨는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오픈하는 날 '카스텔라 식용유' 방송이 터졌다"며 "다른 지점 실적이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빈 가게만 지키고 있다, 답답하다"고 했다.

    충청도의 단수이 대왕카스테라 가맹점 모습./단수 대왕카스테라 홈페이지 캡처(위 가맹점은 인터뷰 가맹점주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김영한씨는 "새벽 3~4시까지 눈뜨고 있다가 지치면 잠든다"고 했다. "TV만 켜놓고 있습니다. 화면도 눈에 안 들어오고, 소리도 귀에 안 들립니다. 그냥 틀어놓는 겁니다.”

    -가족들은 뭐라고 합니까

    “아내는 잘 될 거라고 힘내라 하고, 친척들은 걱정된다며 전화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들한테 힘들다면서 다시 걱정시켜드릴 수도 없잖아요. ‘나아지겠죠’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 아닙니까. 잠 안 자고 일을 열심히 해서 상황이 나아진다면 밤새워서 일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니까.”

    소비자의 인식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빵을 사 가셨다가 환불해달라고 오시는 손님도 있습니다.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런 빵인 줄 몰랐다고요. 손님하고 다툴 수도 없고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여러 명 환불해드렸습니다."

    ◇인기 편승한 프랜차이즈, 창업 쉽지만 2년 넘기기 어려워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왕 카스텔라가 이번 '카스텔라 식용유 방송'이 아니라도 언제든 인기가 쪼그라들 수 있었던 요식업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쏠림현상에 편승해 성공한 요식업 아이템은 '반짝 성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렌드성 사업에는 창업자가 한꺼번에 몰려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점이 있다"며 "한 번에 떴다가 사라지는 문제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빨리 바뀌는 요식업에서는 특히 '나는 망하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버블티 전문점, 멀티방 사업, 보드게임 카페도 금방 시들해졌다. 불닭, 치즈 등갈비, 대패 삼겹살 같은 요식업 아이템도 부침을 겪었다.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계연보'를 보자.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 같은 해 기준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이었다. 매일 3000명이 창업하고 2000명이 사업을 접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음식업을 폐업한 자영업자는 15만3000명으로 전체의 20.6%에 달했다.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나세희 컨설턴트는 "가맹점이 순식간에 늘어나는 프랜차이즈의 트렌드 사업이라도 2년을 넘기기 어렵다"며 "쏠림현상이 있는지, 장수할 수 있는 나만의 차별화한 사업 아이템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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