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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뒤로하고 '국민 명함앱' 리멤버 만든 30대, 과연 돈 벌 수 있을까

  •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7.04.03 09:39

    억대연봉 받던 컨설턴트가 만든 명함앱 '리멤버'
    사람이 직접 입력, 정확도 높여 이용자 수 150만명 확보
    수익모델이 관건… "다양한 유료부가기능으로 시장의 우려 떨칠 것"

    직장인이라면 스마트폰에 꼭 깔아야 한다고 소문난 ‘앱’이 있다. 명함관리앱 ‘리멤버(remember)’다.

    명함관리 앱은 리멤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멤버 이전 명함앱들은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광학 문자 판독) 방식을 사용했다. 사용자가 카메라로 명함을 찍으면, 앱이 회사명(名)과 사람 이름,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입력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몇 번 쓰고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롱앱’이 되기 일쑤였다. 이름·전화번호가 정확하게 인식되지 않아 사용자가 일일이 고쳐주는 불편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명함을 찍기만 하면 사람이 직접 명함을 입력해주는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리멤버는 다소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람 손으로 직접 명함을 입력하게끔 한 것이다. 사용자가 리멤버를 켜고 명함 사진을 찍으면, 리멤버의 ‘타이피스트’가 이를 직접 입력한다. 사람이 직접 입력하니 정확성이 높다. 명함에 손 글씨로 쓴 메모까지 옮겨줄 정도다. 정확성에 편리성까지 겸비한 리멤버에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2014년 1월 출시된 리멤버는 3년여가 지난 현재 사용자가 150만명에 달하고, 명함 입력 건수도 7000만건이나 된다.

    대한민국 5000만 인구 중에 경제 활동 인구가 절반쯤이다. 이중 명함을 활발히 주고받는 ‘화이트칼라’가 1500만명쯤. 실질적으로 명함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10명 중 1명이 리멤버를 사용하는 셈이다. ‘국민 명함앱’이란 별명이 어울린다. 하지만 리멤버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편리하고 정확해서 좋긴 한데, 명함을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만한 수익모델이 마땅히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리멤버에 저장해 둔 명함이 1000장을 넘어서면서 ‘리멤버 운영이 중단되면 앞으로 명함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리멤버를 만든 최재호(35) 드라마앤컴퍼니 대표의 연락처를 수배해 전화를 걸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통화가 끝나자 리멤버로 최 대표의 명함이 들어왔다. 그와 만났을 땐 명함 교환 절차를 할 필요가 없었다. 리멤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인터넷 쇼핑몰 사장 ⇒ ‘잘 나가는’ 컨설턴트 ⇒ 스타트업 대표까지

    리멤버 앱 설명하는 최재호 대표/최 대표 페이스북

    경기과학고, 카이스트 전자과를 출신인 최 대표는 전공 공부보다는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3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크게 전공 공부에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군대 다녀오니 전에 배웠던 것도 다 까먹으니 더 공부하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이라고 하기도 부끄럽지만, 어쨌든 저만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졸업도 하기 전인 2005년 최 대표는 동대문에서 옷을 떼다 오픈마켓에서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다. “쇼핑몰 시작할 때만 해도 꽤 잘됐어요. 동대문에서 옷 떼다가 파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겁니다. 제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니고, 떼다 파는 건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일을 접을 때쯤엔 동대문 가면 죄다 인터넷 쇼핑몰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2007년 인터넷 쇼핑몰을 그만둔 그는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에 입사했다. “작게나마 사업을 해보니 사업을 제대로 배워야겠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대학 동기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은 힘들지만 단기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컨설팅 회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딜로이트에서 4년을 일한 그는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으로 자리를 옮겼다. BCG는 베인앤컴퍼니, 맥킨지와 함께 ‘빅3’로 불리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다. “ 좀 더 ‘큰물’에서 재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BCG로 옮긴 뒤 2년 만인 2013년 퇴사했다. 기업 평가 사이트 잡플래닛에 따르면 BCG의 평균연봉은 1억1228만원이다. 높은 연봉을 뒤로한 채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성장’과 ‘성취’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 ‘성장’은 어느 정도 맛봤어요. 그것도 ‘압축적인’ 성장이죠. 그런데 성취라는 측면에선 조금 부족했어요. 조언자지, 의사결정자는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기업에 3가지 안(案)을 제시하면서 저는 2안이 가장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첨부합니다. 하지만, 실행과정에서 1안이나 3안이 채택되는 거죠. 그런 게 아쉬웠습니다. 제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재호 대표

    2013년 7월 최 대표는 창업했다. 꿈꾸고, 이루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멋있게’ 써보니 ‘Dream and Make it happen’이 됐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앞글자를 따서 ‘드라마’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를 붙여 회사 이름을 드라마앤컴퍼니로 정했다. 그리고는 명함을 아이템으로 정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BCG 다닐 때 비즈니스 인맥을 찾아주는 링크드인(Linkedin)을 많이 썼어요. 미국에선 경제활동 인구의 80%가 링크드인을 사용하는데, 한국과 일본에선 거의 안 쓰더군요. 문화적 차이를 원인이라고 봤습니다. 미국에선 온라인으로도 비즈니스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유연한 문화라 링크드인이 활성화됐지만, 한국에선 오프라인에서 명함을 주고받아야 비즈니스 관계가 시작합니다. 명함을 매개로 한 비즈니스 인맥 SNS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명함관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비서에게 맡기거든요”

    명함을 컨셉으로 잡았으니, 사람을 모으는 게 일이었다. 최 대표는 앱 개발 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명함 관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기존의 명함앱은 정확도가 낮아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한 사람의 대답에 주목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던 중 명함관리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명함관리가 중요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명함 받아오면 비서에게 주고 입력하라고 한다’라는 답이 나왔어요.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불편함이 없게 우리가 비서의 역할을 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한 게 지금의 리멤버가 됐습니다.” 현재 리멤버는 900명가량의 ‘타이피스트’가 직접 명함을 입력해주고 있다. 자신이 입력할 수 있는 시간에 틈틈이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이 주부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리멤버에 명함을 입렫해 두면, 전화가 올때 그 사람의 명함이 뜬다.
    리멤버가 출시된 2014년 1월부터 1년간 ‘가설검증’의 시기였다. “시장에서 손으로 직접 입력해 주는 방식의 명함앱이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2014년 5월 누적 명함 처리 건수가 100만건을 돌파했고, 같은 해 11월엔 500만건을 넘어섰다. 이듬해 2월엔 1000만건도 넘어섰다. 가설이 어느 정도 검증된 2015년은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했고, 2016년 초 이용자 수가 100만명으로 늘었다.
    리멤버 사용자들의 반응/인터넷 캡처

    2016년엔 서비스를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힘썼다. 예전엔 명함을 찍어 올리면 입력까지 완료되는데 평균 2~3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최근엔 평균 15분 정도로 대기 시간이 확 줄었다. OCR기술을 활용, 입력 요청이 들어온 명함이 이미 입력된 명함과 같은 것이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입력한다.  “명함 입력 속도와 비용도 꽤 줄었습니다.”

    ◇“‘리멤버 3.0’안착과 유료 부가기능 탑재로 우려 씻을 것”

    드라마앤컴퍼니는 현재까지 여러 벤처캐피탈 회사들로부터 95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직원 30명에 설립한 지 3년밖에 안 된 회사치고는 꽤 큰 금액이다. 전문투자자들이 리멤버의 성공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수익모델 발굴 실패로 거액의 투자금만 까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현재까지는 내부적으로 정한 로드맵에 따라 잘 가고 있다”면서 “리멤버 1.0, 2.0에 이어 올해 리멤버 3.0 단계로 접어들면 수익모델이 잡혀갈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가 말하는 로드맵에 따르면 ‘리멤버 1.0’ 단계는 명함을 매개로 사용자를 모으는 단계다. 이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리멤버 2.0’은 사용자들끼리 관계를 강화시키는 단계다. 명함 한번 주고받은 사이에서 좀 더 긴밀한 단계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리멤버는 ‘꺼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예를 들어 입력한 명함의 직장정보가 바뀌면 “○○○님의 직장 정보가 변경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안부 메시지를 보내보세요”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직장 정보나 직위가 바뀐 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로 삼으란 얘기다. 최근 시작한 메신저 서비스도 ‘꺼리’를 풀어내기 위한 도구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에 추가된 메신저 기능


    “비즈니스 관계라도 아주 긴밀한 사이에선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등 당연히 별도의 소통 채널이 있겠죠. 저희 메신저 서비스는 아직 긴밀하지 않은, 명함 한번 주고받은 사이가 일단 대상입니다. 직장정보가 바뀌었을 때 ‘어디 옮기셨느냐’ ‘승진 축하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미팅 한 번 하고 나서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다’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그걸로 두 사람 사이가 더 가까워지길 바란 겁니다.” 메시지는 물론이고, 승진 축하 난을 보내는 등의 부가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이후의 단계가 쌓인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리멤버 3.0’ 단계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올해 안에 리멤버 3.0을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인맥을 쌓는 것만으론 소용이 없습니다. 그 인맥을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비즈니스 인맥이 되는 겁니다.” 자신이 명함을 등록한 사람에게 ‘IT개발자를 구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보내 원하는 인재를 찾을 수 있다.

    ‘쓸만한’ 수익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인 ‘팀 명함첩’을 유료화하거나, 법률·세무·노무 이슈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리멤버가 필요한 인재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도 고민하고 있다. “’외국의 앱스토어에 올려서 해외 진출해달라’는 해외 교포들의 요청도 물밀듯 들어옵니다. 한국에서 리멤버가 확고한 수익모델을 만들어 자리를 잡으면 해외에도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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