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따로 면접'… 시끌시끌한 기업 공채

"실무 면접은 한 조(組)당 4명씩 남녀 따로 나눠서 실시합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유모(여·24)씨는 지난해 10월 생활용품을 만드는 대기업 A사(社)의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했다가…

    입력 : 2017.03.17 03:10 | 수정 : 2017.03.17 07:48

    [일부 기업 신입채용 방식 논란]

    - 일부 취준생들 "남녀 차별"
    "女지원자가 대체로 면접 잘봐… 남자가 적게 뽑힐까봐 분리면접"

    - 407개 기업 설문해보니
    60% "채용시 지원자 성별 고려"
    70% "남성이 유리할 때가 많아"

    "실무 면접은 한 조(組)당 4명씩 남녀 따로 나눠서 실시합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 유모(여·24)씨는 지난해 10월 생활용품을 만드는 대기업 A사(社)의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했다가 이런 안내를 받았다. 서류와 필기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성별(性別)로 나눠 실무 면접을 따로 본 것이다. 면접에서 탈락한 유씨는 "여성 지원자들의 성적이 남자들보다 더 좋았다고 들었는데, 일부러 남자를 많이 뽑으려고 분리 면접을 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작년 말 신입 행원을 뽑은 B 시중은행도 남녀 지원자를 분리해 면접을 봤다. 10명씩 들어간 실무면접, 6명씩 들어간 임원 면접 모두 남녀 따로 조를 편성했다. 이 은행 채용에 합격한 양모(28)씨는 입행 후 사석에서 만난 면접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일반적으로 여성 지원자들이 면접을 잘 보기 때문에 남자가 적게 뽑힐 우려가 있어 분리 면접을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이 은행 최종 합격자 130여명 중 여성은 30명 정도에 불과했다.

    3월 기업들의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시작된 가운데 남녀 지원자를 구분해 면접을 실시하는 일부 기업의 채용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같은 기업·직군에 응시한 지원자를 '성별'로 구분하는 것은 '미리 정해둔 성비(性比)에 맞춰 뽑으려는 편법 아니냐'는 것이다.

    주로 여성 취업 준비생들이 불만을 터트린다. 3년째 대기업 공채에 도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김모(여·29)씨는 "'같은 스펙일 경우 남자가 뽑힌다' '남녀 합격자 성비를 7:3에 맞춘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공공연한 소문"이라며 "남자 직원을 더 많이 뽑으려고 일부러 조를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이 4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 시 지원자의 성별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59.9%에 달했다. 이 중 46.7%는 "채용 평가 결과보다 성비에 맞춰 선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성별을 고려할 때 '남성이 유리할 때가 많다'는 응답이 69.8%로 여성(30.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 제약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영업 등 일부 직무에 남성이 더 적합하고, 여성 직원은 뽑아도 금세 퇴사하기 때문에 7:3의 비율로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기업들은 "남성 지원자를 우대하기 위해 남녀를 구분한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A사 측은 "생활용품을 파는 업종 특성상 여성 직원이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남성 지원자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며 "더 공정하게 지원자 실력을 판가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성별로 조를 나눈 것은 단순 편의 차원으로 남녀 선발 비율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남녀를 분리해 면접을 보는 것이 오히려 서로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한 공기업 면접에서 남자 5명과 한 조가 됐던 권모(여·27)씨는 "혼자만 여자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면접관의 관심도 끌지 못해 떨어졌다"며 "같은 성별끼리 면접을 보는 게 응시자 입장에서 더 나은 방식일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별을 나누어 면접을 보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면서도 "특정 성별을 우대하려는 의도가 명백할 경우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낮아 생기는 갈등으로 보인다"며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채용 Q&A

    기업에 궁금한 점을 남기면 인사담당자가 선택해 답변해 드립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