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창구 여직원에서 수천억원 굴리는 '스타 PB' 된 그의 영업 노하우는?

  •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7.03.13 09:26

    미래에셋증권 여성 최초 임원, 2015년 IBK투자증권으로 이직
    고객 돈 수천억원 굴리는 40대, 직장인·아내·엄마·며느리 1인 4역 완벽히
    사회초년생, 배당주 투자·퇴직연금 추가납부로 종자돈, 노후자금 준비해야

    투신사 창구 여직원에서 시작해 고객 돈 수천억원을 굴리는 ‘스타 PB’가 된 여성이 있다. IBK투자증권 WM강남센터장 전진희(47)이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일투자신탁에 창구 여직원으로 입사, 삼성증권, 현대투자증권을 거쳐 2005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뛰어난 영업성과로 2010년말 미래에셋증권 최초의 리테일(지점 영업) 부문 여성 임원이 되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스타 PB’라는 수식어 외에 ‘여성 최초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붙는다. 2015년 초 IBK투자증권이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업계 스타 PB들을 영입하면서 전 이사도 IBK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진희 IBK투자증권 WM강남센터장/jobsN

    전 이사는 경력의 대부분을 서울 강남권 지점에서 활약하면서 실적 순위 ‘탑 랭커’였다. 열번 수익이 나도 한번 손실 나면 주저 없이 돌아서는 냉정한 ‘강남 VIP’ 고객의 특성상 단기 수익률보다는 철저한 리스크(위험)관리로 고객 돈을 안전하게 굴려줬던 게 첫 번째 비결이다.

    하지만 단지 고객 돈을 잘 굴려줬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스타 PB’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그에게 이른바 ‘VIP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노하우를 들어봤다.
     
    ◇’텔러’에서 시작 ‘스타 PB’ 까지… 까다로운 고객 마음 사로잡는 법

    199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전 이사는 한일투자신탁에 창구직원, 즉 ‘텔러’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창구직원과 일반 직원은 신분이 달랐다. 보통 창구직원은 지점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단순히 친절하게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 대화하면서 얻은 ‘정보’를 파악해 노트에 정리해뒀다. ‘A고객은 커피를 싫어한다’ ‘B고객 손자의 생일은 언제다’ ‘C고객은 향수를 무엇을 쓴다’는 식이다.
     
    다음에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면 미리 파악한 고객의 특징을 이용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난번에 따님 결혼하신다던데 결혼식은 잘 치르셨나요?” “손자 생일이 내일이라면서요?”라며 지점 방문 고객들을 대하자 그들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전 이사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딱히 목표가 있어서 고객을 파악했던 것이 아닙니다. 일이 정말 재밌었던 데다 제가 고객을 알아봐 주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더 신경 써야겠다’ 싶었죠.” 이후 고객들은 지점에 와서 지점장이나 부지점장 등 ‘높은 사람’을 찾기보다는 “전진희씨 어디 갔어”라며 전 이사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여파로 한일투자신탁이 어려워졌고, 전 이사도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1998년 전 이사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때 도움이 됐던 게 고객 정보를 정리한 노트였다. “노트를 보여주면서 ‘난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는 점을 보여줬더니 삼성에서도 놀랐습니다. 창구직원은 물론이고, 책임자급에서도 이렇게 고객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3년간 삼성증권에서 창구 직원 생활을 한 전 이사는 2003년 현대투자증권으로 옮겨 법인 영업을 담당하게 됐다. ‘창구 직원’에서 ‘영업사원’으로 본격적인 변신하게 된 계기였다.

    전진희 센터장 /jobsN
    “당시만 해도 법인 영업은 여성이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법인 자금 담당자가 대부분 남자였거든요.” 늦은 밤 술자리 혹은 주말 골프장에서 영업이 이뤄졌다. 가정이 있는 여성으로선 쉽게 하기 어려운 유형의 영업이었다.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법인 자금 담당자들을 찾아가며 ‘안면’을 텄고, 그들의 가족을 공략했다. “남자들 사회생활하다 보면 가정 잘 못 챙기잖아요. ‘화이트데이’ 같은 날 조그만 초콜릿을 하나 사서 ‘부인께 드리라’면서 건넸습니다.”
     
    자신을 각인시키고, 만남이 이어지게끔 하는 것도 전 이사가 신경 썼던 부분이다. “판촉물 하나도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아이템이 휴대전화 줄이었는데요, 화투의 ‘3광’과 ‘8광’을 휴대전화 줄로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날 때 ‘3광’이 달린 휴대전화 줄을 주면서 ‘다음에 만날 때 8광을 드리겠다. 이걸 사모님께 드리면 두 사람이 만나 3·8 광땡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얘기하면 다시 만날 확률이 올라갑니다.” 휴대전화 줄을 보면서 전진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레 다음 만남까지 유도한 것이다.
    '섯다'에서 3광(왼쪽) 8광(오른쪽)이 모두 들어오면 가장 높은 패를 잡은 것이다/인터넷 캡처

    단순히 많이 만나고, 그를 잘 안다고 해서 고객들이 돈을 맡기진 않았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는 ‘전진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힘썼다. “여성으로서 디테일한 부분을 잘 챙기는 것만으론 부족했어요. ‘여성은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편견을 깨기 위해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금이 필요한 건설사와 돈을 굴릴 금융사를 연결해주는 거죠.” 고객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전진희가 하는 일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였다.
     
    2005년 전 이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겼다. 전문 PB로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당시만해도 증권사면 주식, 투신사면 채권 이렇게 영역이 나뉘어 있었지만, 조금씩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고객 자산을 통째로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틀이 잡혀가던 시기다. 전 이사는 바뀐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 야간 대학에 진학해 부동산을 공부했고, 사이버대에 진학해 경영학도 배웠다. “고객 대부분이 부동산을 재산으로 갖고 있었어요. 부동산을 모르면 고객 자산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공부했습니다. 좀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 경영학도 배웠죠.”
     
    퇴직연금 상품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2010년 미래에셋 최초 리테일 부문 여성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퇴직연금이라는 게 생소했지만, 전 이사가 얘기하는 것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법인 자금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직장인, 아내, 엄마, 며느리 1인 4역… “핵심 잡으면 모두 잘할 수 있다”

    전 이사는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아내와 엄마 그리고 며느리 역할까지 1인 4역을 훌륭히 소화해낸다. “일단 마음도 몸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물론 사람 몸이 하나라 부지런하기 만해서는 안됩니다. 핵심 포인트를 잘 잡아야 모두 잘할 수 있습니다.” 전 이사는 자정을 넘긴 12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 30분쯤 일어나 6시 20분에는 집에서 나온다고 했다.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쯤인 셈이다.
     
    우선 그는 며느리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조금 우습지만, VIP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대했습니다. 한 달에 두어번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어머님이 나가시는 노인정에 가서 ‘으쓱’하게도 만들어 드렸고요, 어디 편찮으시면 직접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어머님을 극진히 모시니 그 사랑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제 아들에게 갔습니다. 아들이 어렸을 땐 어머님이 잘 보살펴주셨죠.”
     
    아들이 학교에 갈 무렵에는 ‘엄마’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전 이사는 이번에도 핵심을 잡았다. 금융교육이다. “다른 엄마들처럼 자주 학교에 찾아가질 못하잖아요. 저는 제 장점을 살려서 아이들 금융교육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금융교육도 은근히 품이 많이 듭니다. 아이들 대상으로 하다 보니 동영상 자료도 준비해야 하죠. 쉽게 다가가기 위해 마술도 배웠고요. 주말마다 남편과 금융교육 자료 모으고 편집하고 연습하느라 늦잠도 못 잤습니다.”
     
    직장인으로서는 고객들의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후배들의 멘토가 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직원이 나아가야 할 큰 그림은 회사가 그려준다면, 디테일한 부분은 선배가 채워줘야 합니다. 전 책임자나 고객이 꼭 찾는 선배들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탁월한 분야가 한가지씩은 꼭 있더라고요. 그걸 뽑아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노하우를 후배에게 물려주고도 싶고요.”
     
    2015년 초 전 이사가 IBK투자증권으로 이직한 것도 이런 생각이 바탕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규모 5~6위권의 대형 증권사였던 반면, IBK투자증권은 20위권의 중소형 증권사였다. “큰 회사가 주는 안정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식기 전에 성장하는 회사로 가서 제 역량을 더 크게 펼치고, 후배들의 성장도 이끌어주고 싶었습니다.”

    전진희 이사 / jobsN

    전 이사는 IBK투자증권 WM강남센터 여성 PB 4명과 창구 여직원 3명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갖는다. PB들에게는 영업과 고객 자산 관리 노하우를, 여직원들에게는 새로운 꿈을 갖게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회사서 잘 나가는 선배를 보면 목표를 갖잖아요. 반대로 선배가 회사를 관두거나 하면 후배들은 ‘이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증권업계가 어렵잖아요. 이들이 꿈을 잘 키워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배당주 투자로 ‘종자돈’, 퇴직연금 추가납부로 노후도 챙겨야

    전 이사가 고객 돈을 관리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안전성이다. “저는 주로 확정금리형 상품에 자산의 60~70% 배분하고, 나머지를 성장형 쪽으로 배분하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합니다. 덕분에 지난해 초 중국발 금융불안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시장이 출렁거리는 가운데서도 고객 돈을 잃지 않았어요. 당장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기보단, 고객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쪽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 이사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재테크 방법도 귀띔했다. “사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직장인이 월급 받아서 월세 내고, 학교 다니면서 썼던 학비 대출 갚고 하면 남는 게 없잖아요. 단돈 10만~20만원이라도 여유자금을 만들어 배당주를 매달 적립식으로 사는 것을 권장합니다. 한해 배당을 주가 대비 3~4%씩 주는 고배당 주식도 있으니, 은행 예금 이자보다는 자산을 불려가는 데 유리합니다. 물론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할 순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면 배당을 많이 주는 종목은 등락이 심하지 않아서 안정성도 꽤 좋습니다.”

    전진희 이사/jobsN
    여기에 회사에서 넣어주는 퇴직연금에 추가납부를 하는 것도 먼 미래를 위해 놓치지 않아야 하는 ‘팁’이라는 게 전 이사의 얘기다. “당장 돈이 없으면, 금융상품들 해지하게 마련입니다. 상품에 따라 원금도 못 찾는 경우가 많죠. 저는 회사에서 내는 퇴직연금에 여유가 되는 만큼 추가납부를 하라고 권합니다. 해지할 수가 없으니 미래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뻔하지만,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제가 본 부자들은 모두 절약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안 쓰고 안 입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꼭 써야 할 데가 아니면, 10원짜리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거죠. 저도 이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요.”
     
    그는 사회초년생들이 무서워하지 말고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PB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증권사 지점을 방문했는데, PB가 ‘돈 없으니 가라’고 내칠까요?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 될 이유를 찾는 게 사람입니다. 반대로 된다고 마음먹으면 꼭 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그런 ‘용기’를 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PB들은 도와주려고 할 겁니다. 단순히 돈을 굴려주는 PB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PB를 찾는다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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