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맛살 대명사 '크래미' 개발자 인터뷰

  • 글 jobsN 이연주

    입력 : 2017.03.06 09:56

    고급 맛살 대명사 '크래미'
    2001년 출시해 18년째 시장점유율 1위
    최초 개발자와 현 기획자 인터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식품유통업계에서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이상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제품이 가끔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농심 신라면이다.

    라면의 절대강자 신라면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18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있는 식품 브랜드들이 있다. 2001년 맛살 시장에 등장한 한성 기업의 ‘크래미’가 그 가운데 하나다.

    게를 뜻하는 크랩(crab)과 아름다울 미(美)의 합성어다. 요즘 고급 맛살을 부르는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크래미’의 원조가 한성기업이다. 한 봉지 180g당 3800원꼴로 일반 맛살보다 4~5배 비싸다. 2016년 기준 고급 맛살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이중 크래미 매출은 520억원이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국내에 고급 맛살 시장을 만들어낸 사람은 한성 기업의 상품관리실 한병수(49) 이사다. 1993년 입사해 23년 동안 상품개발에 몰두했다. 식품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그는 100여개 수산 식품을 만들었다.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 식품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고 수산물제조기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상품관리실 직원 20여명이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한다. 매주 화·목요일에 ‘관능검사’를 한다.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이용해 기존 제품과 신상품을 맛본다. 포장지는 쉽게 뜯을 수 있는지, 조리한 후 맛은 어떤지 다양하게 평가한다. “가장 배고픈 오전 9시와 오후 4시에 관능검사를 해요. 그래야 오감이 예민해서 잘 맛볼 수 있어요.”

    크래미를 최초로 기획·개발한 한병수 이사(왼쪽)와 현재 크래미를 담당하고 있는 홍재희 매니저. /jobsN

    ◇저급형 맛살에서 고급 '진짜 맛살'로

    1980년 처음 등장한 게맛살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식재료다. 김밥을 말 때나 명절 때 ‘꼬치’를 만들기에 알맞다. 90년대 들어 8개 식품 회사가 맛살 제품을 내놓았다. 가격 경쟁 때문에 게맛살은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저급 식재료가 됐다. 참고로 게맛살은 게살이 아니라 명태 같은 흰살 생선으로 만든다. 그래서 게살이 아니라 게맛살이다.

    1999년 31살 대리였던 한 이사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식품을 개발할 때 중점을 두는 건 ‘시장성’이다. 시장성은 곧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뜻한다.

    소비자 소득수준이 향상하면서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었다. “원래 맛살은 고급이었어요. 그런데 김밥을 만들 때나 쓰는 부속 재료가 된 겁니다. ‘맛살’만 먹어도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실제 게살과 비슷한 샐러드용 맛살이 유행했다. 길쭉한 것만 있는 한국과 달리 네모, 동그라미, 마름모, 꽃 등 7~8가지 모양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식(食)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샐러드용 맛살이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한병수 이사. /jobsN

    국내 30~42세 사이에 자녀가 있는 월소득 200만원 이상의 주부 총 24명을 포함해 다양한 그룹을 심층 면담했다. “진짜 게살처럼 ‘그대로 먹을 수 있는’ 맛살이 있다면 구매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2000년 본격적으로 고급 맛살 개발을 시작했다. 한 이사를 중심으로 6명이 뭉친 ‘고급 맛살 전담 개발팀’까지 생겼다. 크래미를 상징하는 ‘30도 대각선 결무늬’는 진짜 게살을 연구한 결과다. 

    “원래 긴 맛살은 약간 힘을 들여 세로로 뜯어내야 해요. 그런데 진짜 게살은 그 보다 쉽게 찢어져요. 또 게의 어깨 부분 살이 사선으로 찢어집니다. 이 느낌을 그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존 맛살의 길이는 18.5cm이지만 크래미는 절반인 9cm다. 가로 길이는 4cm로 직사각형이다. “한 손에 잡고 3cm씩 세번 나눠 먹기 좋은 크기예요. 또 손으로 찢기에도 편합니다.”

    jobsN

    ◇경영진 반대 잠재운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

    식품연구소 연구원들과 상품관리 직원들, 경영진이 함께 ‘관능평가’를 했다.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1000명이 넘는 소비자도 참여했다.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5가지 요소를 평가합니다. 외관, 시각, 풍미(향), 맛, 식감, 후미(먹고난 후 입안에 남는 맛)를 따집니다. 처음에는 후미가 ‘텁텁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염도를 높였더니 그다음엔 ‘짜다’는 평가가 나왔죠. 6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너무 비싸다’는 경영진 반대에 부딪혔다. 기존 맛살보다 좋은 원료를 사용해 원가가 높아진 탓이었다. 생선 명태를 으깨 만든 것을 ‘연육’이라 한다. 총 6가지 등급이 있는데 크래미를 만들 때는 최고 등급인 SA급을 썼다.

    “당시에 일반 맛살 가격이 100g 당 300원이었는데 크래미는 1500원이었어요. 5배나 비쌌죠. 내부에서 ‘아무리 고급이어도 그렇지 이렇게 비싸서 사람들이 사먹겠냐’, ‘그래봤자 게맛살인데 얼마나 먹겠냐’는 반대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소비자 패널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5점 만점에 4점이 넘었거든요.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을 겨냥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jobsN

    2001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소비자 시식 평가’를 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 단계다.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을 겨냥해 판매활동을 하는 '하이엔드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백화점 고객층부터 공략했습니다. 크래미가 고급 맛살이니까 고급 유통 채널을 먼저 공략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게살 아니냐’, ‘애들 간식으로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식평가 기간에만 한달에 3000만~3500만원 매출을 냈다. 당시 일반 맛살의 월 매출이 1000만원을 넘지 못할 때였다. 2001년 2월 크래미를 출시하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첫해 5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금은 중국, 대만, 미국, 호주로 수출하고 있다. 

    2002년 공로를 인정받아 '한성대상'을 받았다. 상금 100만원에 일주일 포상 휴가를 받았다. 또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홍재희 매니저. /jobsN

    ◇'크래미 식문화' 만드는 중

    지금은 상품관리실 홍재희(29) 매니저가 크래미를 관리하고 있다. 매일 크래미를 맛보고 개선하기 위해 연구한다. 크래미의 손익을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홍 매니저의 몫이다. 크래미를 리뉴얼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래미 바이트’, 빵에 발라먹는 ‘크래미 스프레드’를 탄생시켰다.

    홍 매니저는 동국대에서 가정교육학과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2012년 입사했다. 2년간 준비하던 임용고시를 포기한 이유는 "카트에 내가 만든 식품을 소비자가 담는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것을 계속 먹어야 하니 질릴 법도 하지만 새로운 조리법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있다. 크래미를 이용한 조리법만 수천 가지다. 크래미를 이용한 식문화를 만들 생각이다.

    "'우리가 최고다'라는 걸 강조하며 홍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소비자들이 크래미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레시피나 응용제품을 만드는 게 저희 몫인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말씀드리자면, 크래미 위에 마요네즈와 청양고추를 얹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크래미를 찢어서 계란에 넣고 섞은 다음 전을 부쳐 먹어도 좋습니다. 또 팬에 살짝 구우면 게살 맛이랑 똑같아요. 크래미로 만든 모든 음식은 맥주랑 정말 잘 어울립니다. 요새 저희가 '크맥'으로 밀고 있어요."

    식품 회사에 취업하려면 식품공학이나 영양학 전공자가 유리하지만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음식만 좋아해선 안된다. 마케팅이나 영업 지식도 공부해야 한다. 신제품, 기존 제품에 대해 '소비자 조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통계도 알아야 한다. 한성기업의 경우, 채용 시 식품 관련·어학 자격증을 우대한다.

    “신제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수많은 실험과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반응을 얻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시장에 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출시했다 하더라도 소위 말해 ‘대박’을 치는 제품은 5%에 불과합니다. 대박을 쳤다해도 곧 사라지는 제품도 있습니다. 좌절하더라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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