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아버지 "막걸리 회사 지분 모두 물려줬다"

그동안 ‘막걸리 회사 회장 아들’로만 알려졌던 로이킴이 이제 막걸리 회사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아버지인 김홍택(63) 홍익대 건설도시공학부 교수는 최근 잡스엔과 인터뷰를 갖고 “3년전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에게 지분을 모두 물려줬다”고 밝혔다. 로이킴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김 교수가 지분 상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대째 이어간 24살 ‘막걸리 사장’

서울탁주는 산하에 7개의 막걸리 제조장을 두고 있다. 영등포·구로·강동·서부·도봉·성동·태능연합제조장이다. 각 제조장마다 여러 명의 공동 대표가 있다. 김 교수는 성동연합제조장 공동 대표 중 1명이었다.

그는 “각 제조장마다 대표 숫자가 다른데 성동의 경우 6~7명”이라며 “아버지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았고, 이제 그 지분을 다시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상속받을 때도, 상속을 할 때도 모두 정당한 대가(상속세)를 치렀다”고 말했다. 로이킴까지 3대에 걸쳐 막걸리 회사 지분이 상속된 셈이다. 김 교수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조금 독특한 구조인 이 막걸리 회사 지배구조를 이해하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2년 정부는 서울 지역의 모든 막걸리 제조장을 통폐합했다. 판매권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고 세금 징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각 제조장의 대표 51명이 회원이자 주주로 참여해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인 서울탁주를 설립했다. 김 교수의 아버지도 조합 설립에 참여했다. 모두가 동일 지분을 나눠갖는 형태였다.  51명은 7개 제조장별로 나뉘어 공동대표를 맡았다.

50여년이 흐른 현재 여전히 서울탁주의 회원은 51명. ‘1세대 주주’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로이킴처럼 3세 혹은 2세 주주들이다. 김 교수는 “막걸리 회사 지분은 합유(合有) 재산(공동소유자 사이의 공동사업경영을 목적으로 재산을 공동소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쉽게 팔 수도 없는 재산”이라며 “대개는 저처럼 직계 가족에게 물려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탁주는 외부 경영인을 따로 두진 않는다”며 “51명이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거 협회 감사와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대부분 대표는 비상근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 로이킴도 비상근 대표다.

51명의 대표들은 각자 속한 제조장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 서울탁주측은 배당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업황이 좋을 때는 대표 1인당 연간 수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탁주의 국내 막걸리 시장 점유율은 약40%, 연 매출은 10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 집안에 가수가 나오다니 정말 신기”

김 교수는 1987년부터 홍익대에 몸을 담아 현재까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총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한양대 공학 학사 과정을 거쳐 미국 노트르담대학교대학원 공학 석사와 사우스다코타주립대대학원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2011년에는 서울시 토목상 대상을 수상했다. 흙 속에 보강재를 넣어 지반을 안정화하는 공법을 국내에 도입, 서울지하철 9호선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 등 여러 현장에 활용하도록 한 점을 인정받았다. 2018년부터는 대한토목학회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로이킴이 가수가 된 것에 대해 그는 “살다보니 별일을 다 겪는다”며 “평범한 길을 걷던 애가 느닷없이 가수가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집안에 그쪽(연예계) 일을 했던 사람도 전혀 없는데 정말 신기하다”고도 했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시간 많을 때 마음이 편할때잖아요. 원래 노래는 좋아했으니까 (슈퍼스타K에) 나갔다가 덜컥 돼 버린거죠. 그때부터 아들의 인생 궤도가 틀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중학교까지 국내에서 학교를 다닌 로이킴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애쉬빌 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 DC 소재 조지타운 대학교에 합격했다. 입학 전에 슈퍼스타K 시즌 4에 나갔다. ‘우승하면 상금(5억원)을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실제로 로이킴은 우승 이후 이 약속을 지켰다.

당시만 해도 지분을 물려받지 않았던 로이킴은 막걸리 공연을 하겠다던 또 다른 우승 공약도 지켰다.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신경섬유종을 앓는 심현희씨에게 4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시설 봉사공연이나 자선 콘서트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금수저? 우리는 평범하다”

로이킴은 아직은 서울탁주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진 않다. 김 교수는 “(로이킴처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대를 이어 하는, 일종의 가업(家業)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시간이 흐른뒤 로이킴이 서울탁주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이다.

로이킴 어머니의 생각도 비슷하다. 어머니 정효원씨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뭘 하든 좋아하는 일을 충실히 하면서 가업도 이어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니 가업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로이킴은 '모범생' 스타일인 아버지와 달리 어릴 적부터 예술쪽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성악대회나 동요대회에서 전문 레슨을 받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기어코 우승을 하곤 했다. 유학 시절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창구도 음악이었다.

음악에 빠진 이들은 학창 시절 방황하거나 겉도는 학생이라는 편견도 있으나 로이킴은 학창 시절 내내 전교 학생회장을 도맡을 정도로 학교 생활에 열성적이었다. 유학을 떠난 미국에서 다닌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받은 A가 빼곡히 담긴 성적표를 방송에서 공개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현재는 정규앨범 4집을 준비 중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있다. 김 교수는 처음엔 로이킴이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가장 든든한 팬 중 한 명이다. 그는 “대학은 나와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아들이 ‘방학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다들 대학을 가잖아요. 아들도 아직은 학생입니다. 주로 여름방학에 국내로 들어와 가수 활동을 하고, 학기가 시작되면 공부를 하죠. ‘방학 가수’인거죠.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좀 색다른 길을 가고 있는 우리 아들,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