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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차리려다 화나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90억 모은 20대 청년

  • 글 jobsN 감혜림

    입력 : 2017.03.03 09:17

    불리한 프랜차이즈 계약서 보고 놀라
    무작정 자영업자 만나고 다녀
    노쇼 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

    "저희는 IT 회사가 아닙니다. 로컬 식당들이 맛과 서비스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하고,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외식산업 플랫폼입니다." 

    2016년 말, 맛집 정보 앱 '포잉'을 만드는 '트러스트어스'의 투자 유치 포부. "맛집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외식산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네이버·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등 5개 투자사가 90억원을 투자했다.

    푸드테크(외식·신선식품 배달 등 음식 관련 서비스)는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다. 맛집 정보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은 4~5년새 수십개가 생기고 없어졌다. 비슷한 콘셉트의 대표주자였던 '윙스푼'은 2013년 서비스를 접었다. 창업 4년만에 90억 투자를 유치한 배경은 무엇일까.

    포잉을 만드는 트러스트어스 정범진 대표는 "단순히 맛집 정보를 전달하고 평가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외식산업 관련 플랫폼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트러스트어스 제공

    포잉은 맛집 정보와 예약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당 2800여곳이 등록돼 있다. 온라인 예약 누적 건수는 14만건이 넘는다. 하지만 다른 회사와 달리 예약 수수료나 앱 광고로 수익을 얻지 않는다. "광고로 돈을 벌려면 형편없는 식당을 위로 올리거나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지 못할 수 있다"라는 게 이유다.

    대신 식당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 유통, 보안서비스, 회계 등을 관리해주고 월 회비 15만~25만원을 받는다. 2016년 식당 100곳을 정해 시범운영했다. 뮤직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에 들어갈 식음료 부스도 기획한다. 2016년 매출은 10억원 가량, 2017년에는 100억원대 매출이 목표다.

    1.  의학전문대학원을 때려친 창업자

    정범진(28) 트러스트어스 대표는 2012년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합격했지만 출석 한 번 안하고 관뒀다. "전공(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때문에 의전원 준비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의사가 되고 싶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게 좋아 시험을 봤습니다."

    의사 대신 장사를 해보고 싶었다. 대학 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아이템은 커피숍. "멋있어 보였습니다. 단순했죠." 각종 프랜차이즈 설명회에 가봤다. 한 업체와 계약 직전까지 갔다. "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나치게 본사에 유리한 구조였습니다. '이걸 왜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2. 꼭 풀고 싶은 숙제가 생겼다

    자영업과 외식업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돈 벌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자영업이 굴러가는 구조를 알고 싶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 가로수길에 있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가게마다 들어가서 '뭐가 힘드시냐' 물어봤어요. 당연히 아무도 상대를 안해줬습니다. 그래도 계속 얼굴을 비췄어요."
     
    외식업자의 고민은 비슷했다. 사람 뽑기 어렵다, 결제시스템이 불편하다, 노쇼(예약 후 오지 않는 고객)가 많다…. 식당이 신경써야하는 사항이 200개쯤 됐다. 숙제 1번이 생겼다. '외식업자가 맛과 서비스에만 집중하게 할 순 없을까?'.

    3. 외식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

    우선 메뉴판과 웹사이트 제작을 해봤다. 대학에서 포토샵, 코딩을 배운 덕에 시중 가격의 30%만 받고 만들어줬다. 한계가 있었다. "개별 식당에서 서비스 한두 개 고쳐서는 소용 없었습니다."

    장기적 목표를 세웠다. ① 식당이 맛과 서비스 외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여주자 ② 로컬 식당을 대신해 회계·채용·보안 등을 담당할 회사와 계약할 때 협상력을 갖자 ③ 비용을 줄이되 맛과 서비스를 높여 식당 매출이 늘수 있도록 하자.

    이런 내용을 반영해 사업 분야를 2가지로 나눴다. ① 식당을 소개하고 외식업계 소식을 다루는 매체, ② 맛과 서비스를 제외하고 식당이 신경써야 하는 재료 수급부터 채용, 회계 등 모든 과정을 컨설팅하는 멤버십 서비스.

    "자영업 중에 만만하게 도전하는 게 외식업이잖아요. 실패 확률도 크죠. 또 먹는 것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을 주고, 외식업자와 외식업계 전체에 도움이 되려면 무조건 상생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창업 초창기 모습. 처음 창업할 때 외식업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4명이 모여 밤낮없이 일했다. 카페에서 일하다가 공유 사무실로 옮겼다. 이후 인원이 늘고 사업이 커지면서 정식 사무실을 얻었다. 최근 서울 한남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정범진 대표 페이스북

    4. 목표는 IT비즈니스 아닌 외식산업 플랫폼

    먼저 모바일 기반 매체를 만들기로 했다. 원칙을 세웠다.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멋있게 만들어 업계에서 인정받자.' 콘텐츠로는 돈을 벌지 않기로 했다. 콘텐츠로 신뢰를 쌓으면 오프라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다.

    고등학교 친구인 이성수 트러스트어스 COO와 의기투합했다. 개발자를 구하려 각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뒤졌다. "외식산업을 돕는 일을 할건데, 함께 일하면 재밌을 거다"라고 제안했다. 100여명 중 1명이 수락했다. 현재 개발본부에 있는 김책일씨다. 디자인 담당 박민진씨까지 4명이 2012년 9월 공동창업을 했다.

    5. 발품을 팔아야 믿을 수 있는 정보 얻는다

    자본금은 4명이 각자 모은 돈을 합친 5000만원. 처음에는 사무실도 없이 커피숍을 전전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없이 일했다. 병원이나 미용실 등 각종 자영업자를 만나봤다. 앱을 보여주자마자 "우리는 그런 거 안한다"며 거절하는 사장님도 많았다.

    먼저 식당 예약 서비스 '마이부킹'을 만들었다. 매일 1곳 이상 식당을 찾아다니며 데이터를 모았다. 직접 음식 맛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음식, 분위기, 서비스 등을 직원들이 직접 평가해 솔직하게 올렸다.

    정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인 이성수씨(왼쪽)는 현재 COO를 맡고 있다. 창업 6개월 후 합류한 정 대표의 누나 정인아씨(오른쪽). 뉴욕에서 공부한 정인아씨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밟이 넓어 초반 영업과 마케팅에 큰 역할을 했다. /트러스트어스 제공

    6. 경쟁업체 '우리 서비스를 인수해달라'

    1년 후 예상 못한 제안을 받았다. 경쟁업체였던 '예약왕 포잉'을 운영하던 파이브락스 노정석 대표가 "우리 서비스를 인수해서 키워달라"고 했다. 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던 마이부킹과 달리, 예약왕 포잉은 데이터 기반 서비스였다.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름은 '포잉'으로 정했다. "원래 새로운 이름을 지으려고 했어요. 예약왕 포잉 홍보담당자였던 이미나 이사님이 '자식같은 서비스니까 잘 부탁드린다'라고 하셨어요. 이를 테면 입양을 한거니까 이름만은 가져가기로 했죠." 이후 옐로모바일과 DSC인베스트먼트에서 첫 투자를 받았다. 

    7. 양보다 질…호텔을 공략하다

    포잉은 식당 숫자를 늘리기보다 고급화 전략을 짰다. 인수한 예약왕포잉이 갖고 있던 식당 3만개 DB를 2000여개로 줄였다. 앱 사용자들이 올리는 리뷰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최소 30자를 입력하도록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맛집 앱에 올라온 리뷰는 한줄이 많아요. '맛없음' '별로임'…. 의미있는 리뷰 한 개가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호텔 식당도 공략했다. 무작정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여러번 거절당했다. "그때는 호텔 운영이 숙박과 레스토랑으로 나눠져 있는지, 식음료팀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창업 초반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해 호텔 식당을 공략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세계적 요리사 피에르 가르니에는 포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러스트어스 제공

    어렵게 식당 지배인을 만나 포잉에 대해 설명했다. 호텔 식당도 고민이 있었다. 숙박은 온라인 예약이 잘돼 있지만, 식당은 여전히 전화 예약에 의존했다. "지배인들이 주로 미국 연수를 한 분들이라 포잉과 비슷한 '오픈테이블' 같은 해외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또 호텔 식당들도 새로운 고객을 찾으려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2014년 6월부터 반얀트리, 그랜드 하얏트, 신라호텔 등 서울 시내 호텔 식당 200곳과 제휴를 맺었다. 업계 최초로 호텔 숙박권과 식당이용권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했다.

    트러스트어스의 효자상품이 된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 오세득(왼쪽) 셰프. 음식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던 노쇼를 없애자는 취지로 최현석, 오세득 등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캠페인도 했다(오른쪽). /트러스트어스 제공

    8. 재즈 페스티벌·노쇼 예방 캠페인 등 영역 넓혀

    이때부터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회사의 효자종목이 된 '서울 재즈 페스티벌' 식음료부스 프로젝트는 2015년 시작했다. 한 직원의 말이 계기가 됐다. "티켓 값이 수십만원이고, 세계 유명 음악인이 오는데 음식 부스는 부실하더라."

    서울재즈페스티벌 사무국에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했다. "처음엔 '누구세요'라고 하셨어요. 직접 만나 말씀드리니 취지에 공감하시더군요. 페스티벌측도 방법을 몰라 손을 못 대고 있었던 거였어요."

    우선 8개 부스를 계약했다. 오세득, 최현석 등 스타셰프들을 초대했다. 그동안 네트워크를 쌓아 온 음식점을 배치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는 20개 부스를 맡는다. 2년 전부터 음식점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노쇼를 예방하자는 캠페인도 한다.

    4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직원 55명이 됐다. 초반엔 밤낮없이 일했지만 '잘 쉬어야 능률이 오른다'라는 걸 깨달았다. 최대한 야근 없이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정범진 대표는 '미션을 수행하는 리더'라는 생각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지 않고 일한다. 왼쪽 사진은 기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트러스트어스에 대한 평가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잡플래닛 캡처, 트러스트어스 제공

    9. 창업 힘들지만 숙제 푸는 재미 있다

    창업 4년째에 접어들면서 직원이 55명으로 늘었다. 두 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주주와 투자자도 생겼다. 책임감이 커졌다. 직원 뿐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는 걸 체감했다.

    앞으로 목표는 3가지다.

    첫째는 2016년 베타서비스로 시작한 멤버십 서비스를 확대하고 체계화하는 것. 100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해오던 것을 정비해 올 3월 정식 런칭한다. 두 번째는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포잉 앱을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 계획이다. 마지막은 직원이 늘어난만큼 사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매일 매일 '괜히 시작했나' 고민할 정도로 해결해야할 일들이 생겨요. 근데 아직 1번 숙제였던 '어떻게 하면 음식점이 맛과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까'를 못 풀었거든요. 못 풀 것 같으면 포기할텐데 다행히 계속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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