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연봉 4800만원 인턴 실험…그 결과는?

글 jobsN 안중현

      입력 : 2017.02.20 09:35

      1년 전 화제 연봉 4800만원 '금턴', 이달 초 97.1% 정규직 전환 
      높은 연봉 받으니 회사에 대한 믿음 생겨 
      통합 KB증권 이끌어 갈 주춧돌 될 것
      지금으로부터 약 1년전, 당시 현대증권(현 KB증권)은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사원을 뽑으면서 4800만원의 연봉을 주기로 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 공공기관들의 신입사원 평균 초봉(2017년 기준)이 3985만원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이 때문에 이들은 ‘금(金)턴’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당시 회사는 “탈락자에게 1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라며 “급여나 복리후생은 기존 신입사원과 동일하게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입사원을 이름만 '인턴'으로 뽑고 1년 뒤 회사의 입맛에 맞는 사람만 남기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1년 전 인턴사원으로 채용된 36명 가운데 33명이 이달 1일자 정규직 발령을 받았다. 개인 사정으로 중도 퇴사한 2명을 제외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에 실패한 인턴 사원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율은 97.1%로 당초 계획했던 80%를 훌쩍 넘어섰다. 
      2월 1일자로 인턴산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KB증권 현슬기, 범기원 사원/jobsN
      KB증권 관계자는 “지난 1년간 교육과 평가를 진행한 결과 인턴사원들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보여줬고, 업무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인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가도 놀랐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정규직 채용 숫자에 놀랐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인턴 기간 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고, 인턴사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해 서로 윈윈(win-win)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앞으로도 채용형 인턴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합병 법인 출범으로 아직 어떤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할지 정확한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채용형 인턴 제도가 성공한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인턴사원들은 현대증권으로 입사했지만, 지난해 말 현대증권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서 통합 KB증권의 첫 정규직 사원이 됐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3위 증권사로 도약한 KB증권은 이들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또 이들은 지난 1년간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덕목은 열정과 도전정신
      KB증권 노종갑 인사관리팀장은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별게 아니다”면서 “열정과 도전정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베테랑처럼 일을 척척해내길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 팀장은 “사회 많은 분야가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금융권의 경우 글로벌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카멜레온’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증권의 채용형 인턴 프로그램은 인턴사원들의 잠재력을 잘 끌어냈다는 게 노 팀장의 얘기다. 
      노종갑 KB증권 인사관리팀장 / KB증권 제공
      -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나요?

      “1년간 인턴사원들은 혹독한 교육과 엄격한 평가를 거쳤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번 인턴사원들이 다른 인턴들에 비해 근로의욕이 넘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저희는 기존 인턴제도와는 달리 정규직 신입사원과 동일한 대우를 해줬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충분한 열정을 갖고 일한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회사 차원의 비전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인턴 사원들은 많이 받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배웠고, 꼭 정규직 사원이 돼야겠다는 의지도 강했습니다. 결국 저희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이 많았고, 예상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하게 됐습니다.”
       
      -KB증권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회사든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것이 특별하지는 않을겁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를 막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특정분야의 전문가(specialist)가 되기를 강요하거나,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는 사람(generalist)이 되길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들은 하얀 캔버스 같은 존재죠. 거기에 어떤 수준의 그림이 그려질지는 열정과 도전정신에 달렸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지도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글로벌 저(低)성장이 지속하면서 금융업권의 경영환경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고 있습니다. 저희 KB증권도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프로세스, 상품, 시스템 등을 통해 지속적인 진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자질입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인턴 사원은 결국 1년을 허비한 셈 아닌가요?

      “사실 그 부분이 채용형 인턴제도를 시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을 하고자, 인턴 직원에 대한 대우를 정규직 직원과 동일하게 맞추어 줬던거죠. 물론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1년간 지속된 엄격한 평가와 최종 심사를 통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 직원에게도 지난 1년의 경험은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규직으로 전환 된 인턴들은 통합 KB증권의 첫 정규직 사원인데, 회사는 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각자가 스스로 자신하는 본인의 전문 영역뿐만 아니라, 회사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핵심 역량을 수행할 인재로 성장하여 주리라 믿습니다. KB증권뿐만 아니라 KB금융 전 계열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One Firm KB’를 추구하는 핵심 인재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예정입니다.”
       
      ◇ 높은 연봉 받으니 되려 회사에 대한 믿음 생겨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턴사원들 중 대치지점으로 발령 받은 범기원(29) 사원과 화정지점에서 일하게 된 현슬기(27) 사원은 “높은 연봉을 받으니 되려 회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잠시 있다갈 인턴사원에게 높은 연봉은 물론이고 정규직 사원과 같은 복지 혜택까지 주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이들은 우선 영업점에서 고객서비스업무를 담당한다. 이후 고객을 대하는 업무가 숙달되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PB(Private Banker)로 일하게 된다.
      (왼쪽부터)현슬기, 범기원 사원/jobsN
      -정규직으로 채용된 소감은요?

      범기원 사원(이하 범) “회사에서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과일바구니를 집으로 보냈어요. 어머니께서 기쁘셨는지,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때서야 ‘아 내가 진짜 KB증권 직원이 됐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물론 두려움과 설렘이 반반씩 섞인 기분입니다. 금융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러나 제가 목표로 하는 금융인의 모습은 아직 멀었기에 단단한 채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죠.”
      범기원 사원의 어머니가 받은 과일바구니/범기원 사원 제공
      현슬기 사원(이하 현) “취업준비하면서 공들여 쓴 서류가 붙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떨리는지, 면접의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몸소 느껴봤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정규직으로 채용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시기에 채용을 결정해 준 회사에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보통 인턴기간은 6개월인데, 1년의 인턴기간을 거쳐야하고, 정규직 전환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현) “처음 인턴 합격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하지만 길다면 긴 1년이란 시간을 인턴으로 보내야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내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체계적으로 짜인 교육 프로그램을 보고 ‘정규 사원으로 채용할 게 아니라면 회사가 이렇게까지 공들여 교육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1년 간 경제지표, 매매 기법, 채권투자 등 매달 강의를 들으면서 기초를 배웠고, 본사 교육과 연수를 통해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고객 응대하는 방법들도 상세히 배웠습니다.”
       
      (범) “저는 처음부터 크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월급을 주면서 잠시 고용하는 인턴을 채용하는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직원의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업의 특성상 회사도 1년간 지켜보고 신입사원을 뽑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도 생각했어요. 결국 팀워크를 갖춘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만 증명해 내면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고민 없이 1년을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현) “동기들과 스터디를 꾸려 거시경제, 산업, 개별 종목을 분석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각자 공부해와야 할 부분을 정해 1주일 동안 리서치를 한 뒤, 일주일에 한 번 퇴근 후 모여 발표와 토론을 했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니 제가 미쳐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배우기도 하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위 ‘금융 3종’이라고 불리는 펀드, 증권, 파생상품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과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주말이나 평일에는 워렌버핏, 피터린치, 벤자민 그레이엄 등 투자 대가가 쓴 투자 서적이나 채권투자, 기초적인 회계를 배울 수 있는 책도 읽었습니다.”
      현슬기 사원/jobsN
      (범) “저는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것은 기본 그 이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은 ‘약속’을 지키는 자세라 생각했습니다. 출근시간을 정확히 지켰고, 한 번 지적 받은 일은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지키니 선배들과도 신뢰가 쌓였죠.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 선배들과 더 솔직하게, 격식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고, 불만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사항을 건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범기원 사원/jobsN
      -1년간 인턴생활을 하면서 실수했던 경험은요?

      (현)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잘못 안내해드려 고객이 두 번 지점을 방문하게 했었어요. 진땀이 났죠. 지점에 배치 받은 지 얼마 안 됐고 처음으로 저지른 큰 실수라 너무 당황해서 얼굴만 새빨게 진 채 고객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뒤에 계셨던 팀장님께서 앞에 나와 두 번 발걸음 하게 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셨고, 고객도 화를 누그러뜨리고 돌아가셨습니다. 도와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일은 잘 마무리 지었으나, 실수한 당일은 퇴근해서도 잠이 안 올 정도로 놀라고 걱정이 됐었어요.”
       
      (범) “인턴생활 중 지점발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는 과장님과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갑자기 지점장님의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전화기를 바라보는 순간, 지점장님과 먼저 잡아뒀던 점심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전화를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저의 모습을 본 과장님은 ‘선약이 우선'이라며 빨리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비록 지점장님과 식사를 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과장님이 이해해주신 덕분에 약속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부터 저는 약속을 까먹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에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습니다.”
       
      -금융권 취업을 꿈꾸는 취준생에게 조언은?

      (범) “저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어요. 상경계열이 아닌 제가 금융권에 입사하니 후배들이 금융권 입사에 대해 자주 묻고는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저는 후배들에게 금융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있는지, 신문과 경제신문은 보고 있는지 되묻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금융원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막상 공부는 하고 있지 않은 후배를 많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게 결국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가, ‘너 노력하고 있지 않아, 징징대고 있는거야.’ 라는 말입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취업을 원하는 후배들에게도 냉정하게 본인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결과가 아닌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고 정성이 부족했을 뿐, 더욱 정성을 들여 노력하면 언젠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원, 현슬기 사원/jobsN
      (현)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경험도 많지 않아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지원하고자 하는 업종과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몇 차례 면접을 봤을 때에도 실무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 보다는 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됐는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로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원 시기까지 시간이 있다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는 인턴이나 학회, 스터디 등의 활동을 통해서 면접 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식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고 배우려는 열의가 보인다면 면접관들이 좋게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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