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장'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 금융위기後 최대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삼성인데요. 채용 계획이 안 나오니까 불안해요. 그래서 요즘은 공기업 시험 준비도 병행하고 있어요." 삼성그룹의 입사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준비 중인 정모…

    입력 : 2017.02.16 03:00

    [고용 한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수출·내수 부진까지 겹쳐 직격타
    삼성 등 대기업 채용 계획 깜깜… 일자리 없자 자영업 17만명 몰려

    - 청년실업 9.5→8.6%로 줄었다지만
    취업난에 늘어난 구직 포기자 통계서 빠져 나타난 '왜곡 현상'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삼성인데요. 채용 계획이 안 나오니까 불안해요. 그래서 요즘은 공기업 시험 준비도 병행하고 있어요."

    삼성그룹의 입사 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준비 중인 정모(여·24)씨는 요즘 초조하다. 삼성이 올해 채용 규모와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년에 삼성은 1월에 상반기 공채 인원을 확정하고 3월에 신입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올해는 그룹 수뇌부가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어수선한 통에 채용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1만40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언제 몇 명을 뽑을지도 깜깜한 실정이다. 취업 준비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아르바이트하며 삼성 공채에 올인했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초조하다'는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매일 수십개 올라온다.

    대기업들 채용 규모·일정 확정 못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대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특검 수사가 재계를 광범위하게 관통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신규 인력 채용을 머뭇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재계 1위 삼성이 채용 일정을 정하지 못하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10대 그룹 중 SK, GS, 한화만 채용 규모를 확정했을 뿐 현대자동차그룹 등 7곳은 아직 미정이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918곳에 문의한 결과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힌 기업은 45%에 그쳤다. 응답한 기업 중 지난해 채용을 진행한 곳은 68.6%였다. 적잖은 기업들이 올해 얼마나 어떻게 신입사원을 받을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에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일자리 창출의 젖줄 역할을 해온 제조업 업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우리나라의 제조업 취업자는 16만명이나 줄어들었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취업의 門이… 지난달 실업자 수가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해운 구조 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숫자가 1년새 16만명 줄어드는 등 연초부터 취업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는 중이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취업의 門이… - 지난달 실업자 수가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해운 구조 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숫자가 1년새 16만명 줄어드는 등 연초부터 취업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는 중이다.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 김지호, 그래픽 박상훈 기자
    최근 2년간 수출이 급감한 데다 민간 소비 부진으로 물건이 안 팔리면서 공장 가동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작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서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조선업이 비틀대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자 고용 시장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을 겪은 해운업도 고용 냉각기를 맞고 있다.

    내수 침체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로 명절 때 일시적인 고용 증대 효과마저 올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 설 연휴를 앞두면 선물용 택배 배달 등에 인력이 필요해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 1월 임시직 취업자는 작년 1월보다 18만명이나 줄어들었다.

    일자리 잃고 자영업으로 내몰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쏟아지지만 재취업이 어렵자 생존을 위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1월 자영업자는 작년 1월보다 17만명이 늘어 547만명이 됐다. 종업원을 두지 않은 영세한 '나 홀로 자영업자'만 작년 말 기준으로 403만명에 달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민간 소비가 줄면 그에 발맞춰 자영업자도 줄어야 정상이지만 재취업이 어려운 '비자발적인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보릿고개'는 2월에 더 심각해진다. 졸업 시즌을 맞아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1월 청년 실업률은 8.6%로 작년 1월보다 0.9%포인트 낮아졌는데, 아예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는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 들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수출이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조업이 호전되고 일자리도 다시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20여개 일자리 과제를 발표하고, 3월에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주도로 나랏돈을 풀어 임시직을 만드는 것보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지운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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