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N 프론티어④

31살 IT천재, “두달 배워 평생 먹고살자”

  • 글 jobsN 이연주

    입력 : 2017.02.15 09:23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박사 과정 6명 뭉쳐
    카이스트·디지스트·美 콜로라도 대에서 도입
    비전공생도, 직장인도 쉽게 배우는 코딩 목표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도 8주만 열심히 배우면 코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불가능한 목표처럼 들리지만 울림이 있다. 국내 이공계 영재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나 해외 유명 대학이 교육 과정에 도입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창업 경진 대회에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다.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신개념 플랫폼 '엘리스'가 요즘 프로그래머와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사람들이 사이에서 화제다. 인공지능으로 코딩을 배우는 학습자의 수준을 알려줘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김재원(31)씨가 만들었다.

    국내 최고 IT 전문가를 길러 낸다는 카이스트에서는 2016년 1학기부터 ‘기초 프로그래밍’ 수업에서 엘리스를 쓴다. 학기당 500명이 듣는 전교생 필수 과목이다. 대구경북과학대학교(DGIST), 미국 콜라라도 대학교에서도 쓴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도 직원 교육을 위해 엘리스를 도입했다.

    김재원 대표 /jobsN

    ◇3년 인턴 경험, 조교해보니 ‘해외 보다 코딩 교육 부족'

    김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 대학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 이민 갔다. 공대로 유명한 캐나다 워털루 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공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학문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김 대표가 코딩을 처음 배운 건 고등학생 때였다. “2003~2005년이었는데 외국에서는 이미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어요.”

    코딩은 4차 산업의 ‘쌀’이다. 간단한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부터 사물인터넷, 핀테크도 모두 코딩이 기초다. 영국은 코딩을 2014년부터 초·중·고교 필수 과목으로 도입했다. 1994년부터 코딩 교육을 한 이스라엘은 지금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스타트업을 만든 창업국가다.

    워털루 공대는 5년제로 총 14학기를 다녀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8학기 수업을 듣고, 6학기는 기업에서 인턴 경험이 있어야 했다. 총 글로벌 IT기업에서 3년간 인턴을 했다. 애플 캐나다, 글로벌 CPU 제작 회사 AMD,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반도체를 만든다는 엔비디아(NVIDIA) 등 6군데 회사에서 SW 테스트 엔지니어로 일했다. 업무는 프로그램의 결함을 찾아내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일이었다.

    엘리스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분석해 보여준다. 교육자 및 조교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학생 수준에 알맞은 다음 과제를 낼 수 있다. /엘리스 제공

    2012년 한국에 왔다. 원서를 넣어 먼저 합격한 카이스트 전산학부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개발자와 조교로 일하면서 한국 코딩 교육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명령어를 외우는 단순 암기식 교육이 대부분이다. 강의시간에 배우는 코딩 교육은 C언어, 자바 같은 명령어를 외우고 적는 수준이었다.

    "코딩 수업에서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격차가 큽니다. 너무 어렵기 때문이죠. 조교가 학생을 도와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교가 학생을 돕기 쉽지 않았다. 사람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코드를 짠다. 하지만 컴퓨터는 0과 1로된 기계어만 인식한다. 사람이 짠 코드를 컴퓨터에서 실행시키려면 일종의 번역인 ‘컴파일’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학생이 코드를 제대로 짰는지 알아보려면 조교가 일일이 컴파일러에 넣어서 실행해봐야 했다. 학생 개별로 신경써 가르치기 힘들다.

    2016년 여름 엘리스에서 진행한 무료 워크숍 모습. 참가자가 엘리스를 이용해 LoL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엘리스 제공

    ◇계속 배우고 싶은 코딩 교육을 위해

    코딩 교육의 한계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다. 오혜연 교수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해보라고 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선후배 6명도 함께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엔 사업보다는 ‘불편함을 해결하자’는 생각이 컸어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번거롭게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웹에서 로그인만 하면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조교(교육자)와 학생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에서 지원금을 받았다. 2014년 여름부터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플랫폼 개발에 몰두했다. 코딩을 배우기 위해서 일일이 학생들이 자기 컴퓨터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컴퓨터의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코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컴퓨터 운영체제(OS) 가상화’다.

    “운영체제를 가상화하면, 세계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가상화 서버를 안정화하는 데만 반년이 걸렸어요. 버그가 생기면서 여태껏 한 작업을 전부 엎고 다시 개발하는 일을 수십 번 반복했어요. 이후 학생들이 직접 코딩을 하면서 조교와 채팅하고, 화면을 공유하는 기능을 넣었어요. 조교에게 막히는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서죠. 6개월에 1~2번씩 성능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2016년 여름 엘리스에서 진행한 무료 워크숍 모습. /엘리스 제공

    엘리스는 조교 대신 자동으로 채점하고 틀린 부분을 알려준다. 학생이 반에 몇 등을 하는지,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분포도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추가 과제를 낼 수 있다. 또 학생이 코딩을 실행해 봤는지, 몇 번 수정했는지도 알 수 있다.

    조교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모든 학생이 연습하는 코딩 화면을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실행할 수도 있다. 채팅창에서 대화도 가능하다. 조교가 학생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2016년 김 대표와 연구실 선후배들은 엘리스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리스를 이용해 코딩 공부를 한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교가 피드백을 주는 집단, 피드백을 주지 않는 집단, 조교 없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집단 중, 조교가 피드백을 주는 집단이 평균 20~25% 더 우수한 성적을 냈다.

    “엘리스로 8주를 배우면 윈도우에 깔려 있는 블랙잭 게임이나 마리오 게임 같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어요. 데이터 분석도 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결과물이 드러나니까 흥미가 생기죠.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만듭니다.”

    NAVER D2 FACTORY에 입주해 있는 엘리스 서울 사무실. 김재원 대표(오른쪽)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jobsN

    ◇3월 시작할 유료 수업이 새 수익모델

    엘리스로 각종 창업대회를 휩쓸었다. 2015년 카이스트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카이스트, 포스텍, 울산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예비창업자가 참여한 창업대전에서도 우승(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거머쥐었다. 대전창조경제 아이디어 대상,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한 빅데이터 대회에서도 대학팀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로 인기를 끄는 동시에 돈을 쓸어 담는 상태는 아니다. 
    현재 매출은 대학과 기업에서 받는 사용료와 위탁교육비가 전부다. 엘리스 소속 교육자가 현장에 나가 엘리스를 이용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오는 3월 시작하는 유료 코딩 강의가 새로운 수익모델이다. 가격은 기존 코딩 학원비보다 낮출 예정이다. 1월 초 10일 동안 ‘강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온라인 투표로 물었다. 대학생과 직장인 7000명이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엘리스를 발판으로 교육 격차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코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듯 누구나 쉽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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