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매출 300억' 부대찌개면 스프개발자 '하루 30식을 라면으로'

  • 글 jobsN 이신영

    입력 : 2017.02.09 09:12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스프 개발 연구원
    하루 30식 라면, 크래커와 식빵 번갈아 먹고 실험
    "지겹지 않아요. 주말에도 라면 먹습니다"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300억원을 낸 ‘파워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농심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개당 1500원씩 약 2000만개가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봉지라면이 성공을 거둬 컵라면으로 최근 리뉴얼해 출시했다.

    부대찌개면의 돌풍 뒤에는 스프 개발자의 노력이 숨어 있다. 농심에 2006년 입사한 스프개발실 연구원 마유현 과장(35). 그는 농심에서 ‘스프의 여왕’으로 통한다. 그동안 10개가 넘는 라면 스프를 개발했다. 오징어짬뽕 큰사발면ㆍ우육탕면ㆍ육개장라면이 대표 작품들이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 라면 연구개발실. 문을 열자 라면 스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육류, 해산물, 분말 원료와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를 담은 원료통들이 한쪽 벽면을 메우고 있다.

    마 과장이 가스레인지에 양은냄비를 올려놓고 라면 봉지를 뜯었다. 팔팔 끓는 물 500mL에 스프와 라면을 넣고 타이머를 눌렀다. “조리시간 4분 30초를 반드시 지켜야 라면이 꼬들꼬들하고 가장 맛있습니다. 1초라도 늦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라면을 매일 30번은 끓여 먹어가며 실험합니다.”  부대찌개면을 개발한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마유현 과장이 직접 끓인 부대찌개면을 먹고 있다/jobsN

    ◇ 단종된 상품을 재창조하다

    라면은 짧으면 6개월, 길면 3년 걸려 탄생한다. 아이디어는 소비자에게 얻는다. 보글보글 부대찌개면도 소비자의 요구로 태어난 작품이다. 마 과장은 1999년에 출시했지만, 판매 저조로 중단한 ‘보글보글 찌개면’에 착안했다고 했다. “단종된 상품인데도 전화와 메일로 다시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는 겁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대찌개를 라면에 접목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사전 조사를 했다. 부대찌개는 식당에서 최소 2인분을 주문해야 한다. 점점 1인 가구 ‘혼밥족’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이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먹을 수 없다. 부대찌개를 혼자 먹고 싶은 수요가 많다고 봤다.

    “현장을 나갔습니다. 의정부와 송탄에 부대찌개 맛집 10곳 이상을 다 찾아갔습니다. 의정부는 멸치로 국물을 우린 맑고 담백한 맛, 송탄은 사골을 이용한 진한 맛을 내더군요. 고민 끝에 ‘송탄 스타일’의 사골과 체다 치즈를 쓴 부대찌개면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부대찌개면을 타이머에 맞춰 끓이는 모습/jobsN

    개발 방향을 결정하면 본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매일 오전과 오후 치르는 ‘시식 보고회’를 통해 스프 맛을 평가 받는다. “연구원들이 실험해 만든 스프를  부서 팀장부터 경영진이 같이 참여해 먹습니다. ‘마늘을 더 넣어야 한다’ ‘고춧가루를 더 넣어보자’ 같은 피드백을 듣습니다. 반대로 ‘00 원료를 더 넣어보겠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라면 스프에 사용가능한 원료만 3000여 종류다. 햄, 파, 마늘, 양파, 콩나물같은 식재료들이다. 이 가운데 15g 분말 스프에 쓰는 재료를 25개 정도로 추린다. 식재료를 갈거나 건조를 해 분말 형태로 가공해 스프에 넣고 시식 한다. 스프 국물도 먹지만 국물이 스며든 면도 같이 먹어야 한다. “한번 시식하는데 라면 한 봉지로 다 배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스프 원료를 바꿔보고 또 실험해야 하니까요. 한두 젓가락 먹고 남은 면은 버립니다. 무게가 20㎏ 나가는 대형 음식물 쓰레기통 3개가 오전이 지나면 꽉 찹니다.” 이렇게 하루 20~30식을 라면으로 한다.

    부대찌개면은 3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완성했다. “먹다가 마늘 맛이 적어 마늘을 조금만 넣으면 마늘 맛이 너무 많이 나 문제입니다. 감칠맛을 내겠다며 햄을 추가하면 매콤한 맛이 줄어듭니다. 실험에 한계를 느끼면 각종 요리책을 뒤져 이런저런 레시피를 찾아 공부해야 합니다. 가장 적절한 ‘황금 조합’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jobN

    ◇ 라면 먹다 식빵, 다시 또 라면 '무한반복'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별해야 하는 스프 개발자는 ‘혀끝’으로 매일 승부를 봐야 하는 직업이다. 오전은 미각이 가장 예민해 맛을 가장 잘 감별할 수 있는 시간대다. 가장 긴장해야 하는 업무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은 공복 상태로 출근해 첫 끼니를 라면으로 시작한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시간에는 미각이 떨어진다. ”라면을 먹으면 입맛이 매워집니다. 정확한 맛 판단을 위해 매운 맛을 가라앉히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입맛을 ‘희석’하는 작업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크래커나 식빵을 도중에 먹어야 해요.“ ‘라면’→크래커→‘라면’→식빵 순서로 시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1차적으로 연구개발 부서와 경영진끼리 스프 맛을 결정했으면 라면 개발 과정의 70~80%가 끝난 것이다. 마지막 관문은 소비자 테스트다. ”대형 마트에 나가 시식 코너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묻습니다. 회사로 소비자들을 초대해 라면 시식과 토론을 하도록 합니다. 소비자들이 토론하는 과정에 의견은 제시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봅니다. ‘텁텁하다’ ‘비린 맛이 난다’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바로 반영해 최종 제품을 만듭니다.“ 

    매년 말 농심은 스낵ㆍ라면ㆍ음료 개발자 150여명이 각자 개발한 아이템으로 연구개발평가대회를 치른다. 마 과장은 2015년 말 열린 대회에서 개발을 완료한 부대찌개면으로 개발자들 가운데 1등(상금 1000만원)을 차지했다.  

    "아싸.이제 더는 부대찌개면 안 먹어도 되겠다."  지난해 8월 부대찌개면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속이 시원해 집니다. 자식을 낳는 기분이 들 정도로 행복합니다. 그런데 출시한 제품은 잘 안 먹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우동 스프를 개발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 우동은 국물조차 입에 안 댑니다. ”

    농심 홈페이지,jobsN

    ◇ ”살이 많이 찌면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뜻“

    매일 라면만 먹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 역시 라면이라고 했다. ”주말에도 라면을 먹습니다. 절대 질리지 않는 라면은 짜파게티와 너구리입니다. 진리의 맛입니다.” 직업병도 있다. 어디서든 끊임없이 요리를 평가한다는 습관이다. “식당에 가면 ‘이 원료가 들어가면 좋았을 텐데‘란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간이 덜 된 음식을 먹으면 자꾸 혼자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깁니다.”

    매일 배부른 상태에서 퇴근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저녁을 잘 안 먹는다. “헬스장에서 쉬는 날 운동하며 살과 사투를 벌이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다만 신입사원은 조금 달라요. 우스개소리지만 신입이 입사하고 6개월간 몸매가 멀쩡하면 ’살이 안 쪘네? 일 안 한 모양이다‘란 말을 듣기도 하지요.”

    라면 스프 개발자로 어떻게 취업할 수 있을까. 식품회사에서 제품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식품공학을 전공한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면 영양사로 취업한다. 마 과장은 충북대 식품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식품 기사 자격증을 딴 뒤 입사했다. 음식의 생산과 공정의 이해도를 측정하는 식품 기사(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자격증이 있으면 입사 우대 점수를 받는다. 농심 대리급 식품 개발자의 연봉은 약 4000~5000만원, 과장급은 5500만원 이상 받는다고 했다.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단순히 음식만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365일 중 300일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만큼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성과가 단기간에 나지 않으니까요. 무엇보다 매일 라면 국물만 먹어도 ‘난 행복하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5000만 국민을 ‘식당 손님’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레스토랑 셰프는 많아야 하루 수백명이 고객이잖아요. 저는 국민에게 요리하는 셰프라는 자부심으로 즐겁게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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