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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 전공자, 벽돌 제조업에 뛰어들다

  • 글 jobsN 신영주 인턴

    입력 : 2017.02.08 09:35

    예술 전공 여성 창업자가 만든 색깔 벽돌
    직장 어려워지자 창업 뛰어들어
    실행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소용없다

    지방대 졸업, 예체능 전공, 여자….

    취업하기 어려운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던 그녀는 창업을 결심한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면 좋은 일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녀의 창업은 비슷한 또래의 창업과 달랐다. IT(정보기술)이나 옷 화장품 같은 유통 대신 기계와 공장을 갖춘 전통 제조업에 승부를 건 것이다.

    김다영(31) 한별 대표는 창업 2년 만에 연 매출 5억원을 달성했다. 이력이 특이하다. 순수 미술인 한국화를 전공했다. 보석회사 인턴 디자이너, 건설회사 연구원을 거쳤다.

    '예(술 전공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취업이 어려운 예체능계 출신. 더구나 여성 창업자는 아직도 적다. 최신 유행하는 IT 창업도 아니다. 평범한 지방대생은 어떻게 길을 찾았을까.

    돌에 색을 입힌 컬러스톤으로 보도블록을 만든 김다영 주)한별 대표. 오른쪽 사진은 컬러스톤으로 만든 보도블록으로 천연 돌이라 물이 잘 빠지는 특성이 있다. /본인·주)한별 제공

    ◇ '컬러'라는 키워드로 차별화

    김다영 대표는 부산 신라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졸업을 앞둔 2008년 보석회사 인턴으로 일했다.

    -보석회사 인턴 생활은 어땠나요?
    "중국 칭다오에서 생활했습니다. 처음부터 인턴은 아니었고, 교수님 추천으로 보석 디자이너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졸업전시회를 계기로 한 보석회사 인턴이 됐습니다. 명품 브랜드에 납품하는 회사였어요. 디자이너를 도와 디자인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6개월 인턴 후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취업난에 정규직 일자리를 뿌리쳤네요?
    "일단 너무 바빴습니다. 명절이나 돼야 한국에 올 수 있었어요. 가족, 친구도 보고 싶고 한국 생활도 그리웠습니다. 돌아오고 살짝 후회하기도 했어요. 취업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한국에 돌아와 3개월 동안 27군데 이력서를 냈다. 미술과 관련 없어도 일단 지원했다. 쇼핑몰 창업도 생각해봤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었고, 부모님 지원도 받지 않았다.

    -첫 직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시멘트 회사의 컬러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시멘트에 들어갈 색깔을 정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색채 감각이 필요하다 보니 미대 출신이라 유리했습니다. 월급은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업무는 어땠나요?
    "매일 색깔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 계통은 다 똑같아 보이잖아요. 밝기나 채도에 따라 차이가 나거든요. 계속 색깔을 들여다보니 미묘한 차이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창업에 도움이 됐습니다."

    김다영 대표의 첫 창업 아이템 컬러스톤. 돌에 색을 입혔다. /주)한별

    ◇ 이직과 창업 사이

    2014년 회사를 그만뒀다. 건설업 침체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음 선택지는 창업이었다.

    -결국 창업을 택하셨네요?
    "이직할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점점 '내가 차려보자'라는 마음이 커졌어요. 회사 다니면서 건설 분야 지식을 많이 쌓았어요. 업계 소식을 듣다 보니 창업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무엇보다 5년간 일하다 보니 인맥이 꽤 생겼습니다. 요즘엔 창업 도와주는 사람이나 기관도 많으니 일단 도전하기로 한거죠."

    아이템부터 정했다. 시멘트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빨강, 파랑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힌 '컬러스톤'을 만들기로 했다.

    "건설 현장뿐 아니라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에도 쓰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료는 천연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멘트 회사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반으로, 책을 찾아보고 전문가를 만나 색을 입히는 기술을 배웠다. 기술과 운영 전반에 조언을 해준 최용주 멘토도 이때 만났다.

    -아이템을 정하고 바로 생산하게 된건가요?
    "아닙니다. 생산하기까지 고생 많이 했어요. 보통 IT 관련 창업은 컴퓨터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잖아요. 컬러스톤은 제조업이라 기본 설비를 갖춰야 했습니다. 돌 굽는 기계 하나에 3억~4억원씩 해서 처음엔 엄두가 안 났습니다."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나요?
    "전문가인 최용주 인제대 산학융합대학원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토목 전공이라 제품 개발 기술 부분에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기계는 중고로 샀습니다. 제가 모은 돈 전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받은 대출 1억원을 썼습니다."

    급한 마음에 기계를 먼저 산 다음 공장을 찾았다. 인터넷과 벼룩시장 같은 정보지를 뒤졌다. 경남 김해에 있는 지금 공장 자리를 찾아냈다. 돈을 아끼려고 공장 인테리어도 직접 했다. "페인트칠이며 카탈로그 작업도 제가 일일이 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지 6개월 만에 공장을 열었다. 컬러스톤과 함께 가로수 밑동을 보호하는 보호판을 생산했다.

    생산라인을 갖췄지만 거래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관련 회사를 찾았다. 카탈로그를 보냈다. 전화를 걸고 직접 방문해 설득했다. 한 콘크리트 회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첫 고객이 생겼다. 창업 첫해 매출은 3500만원이었다.

    왼쪽 사진은 직접 천연 자갈과 돌 등 컬러스톤 재료를 찾아다니는 김다영 대표. 오른쪽 사진은 청소년 진로교육 강연이 마친 후 학생들과 함께 한 모습. /본인 제공

    ◇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실천하라

    점차 고객을 늘려나갔다. 입소문도 났다. 2015년 매출은 3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직원도 한명 채용했다. 창업 1년만에 꽤 안정적인 기반을 닦았다.

    2016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컬러스톤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른바 '투수(透水)블록'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로에 까는 보도블록에 구멍을 내 빗물이 잘 빠질 수 있게 만든 제품이었다.

    김다영 대표가 만든 투수블록 /한별 제공

    -투수블록이라는 말이 낯선데요.
    "쉽게 말하면 물이 잘 빠지는 보도블록입니다. 장마철에는 길을 걸어만 다녀도 신발이 젖잖아요. 보도블록에 물이 고여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 재료로 만든 제품은 빗물이 잘 안 빠져요. 보통 블록에 구멍을 뚫어서 물을 빼는데, 미세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물이 잘 안 빠집니다."

    천연석에 특수 코팅을 해 보도블록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전문가의 시각이나 반응이 궁금했다. 2016년 6월 스타트업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 K-스타트업 2016'에 출연했다. 6500명 중 최종 2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그램이 서바이벌 형식이라 3개월 동안 방송국과 집을 오갔습니다. 하루에 한 시간도 못 잘 때도 있었어요. 방송도 하고 원래 하던 사업도 하느라 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배운 게 많았습니다."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다영 대표 /KBS 캡처

    물이 통과된다는 걸 심사위원 앞에서 증명해야했다. 아크릴통으로 상자를 만들어 투수블럭을 넣기로 했다. 그 위에 물을 뿌려 물이 투과되도록 계획을 세웠다.

    손으로 시안을 그려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몇 번이나 수정했다. 어떻게 물이 통과하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실제 빗물 효과를 내야했다. 수도 관련 설비를 파는 가게를 몇 번이나 찾아갔다. 수도 가게 아저씨가 힌트를 줬다. 볼트를 바꿔보길 추천했다. 3~4번 실패 끝에 성공했다.

    방송을 하면서 배운 건 다른 사람 앞에서 아이템을 직접 발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카메라 앞이라 평소보다 더 떨렸다.

    "프로그램 중에 '100초 안에 발표하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눈앞이 캄캄했어요. 몇 년을 가꿔온 회사를 1분 40초 안에 설명하는 게 난감했어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프로그램은 잘 다뤄도 파워포인트는 잘 못 만들었거든요. 최용주 멘토님께 새벽에도 전화해서 문의할 정도로 열심히 매달렸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북카페 등 전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하기 연습을 했다. 신뢰감 주는 목소리 톤을 찾기 위해 같은 말을 높이와 크기 등을 조절해가며 내뱉었다.

    "예를 들어 '안녕하세요' 한마디를 할 때도 '세'와 '요'를 내려서 말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집에 전신거울을 사놓고 발표 내용에 맞춰 손짓도 연습했습니다."

    인사할 때도 허리를 굽히는 각도를 달리했고, 방송용 의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천을 사와 바느질까지 했다.

    이런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 '부산시멘트'와 협업을 하게 됐다. 2016년 전체 매출은 5억원. 1년 만에 35%가량 늘었다.

    -최근 창업 트렌드는 요식업이나 IT 기술이 기반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이 가진 매력은 뭔가요?
    "도로가 없으면 차나 사람이 다닐 수 없습니다. 특히 보도블록은 주로 도로나 공원 등 국가 기반 시설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사람이 살아있는 한 제조업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게 자랑스럽니다."

    -비슷한 꿈을 꾸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직접 실행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두려워 하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도 친구 만나서 노는 걸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창업하고서 친구들이 화낼 정도로 거의 못 만납니다. 직장인은 야근이 많긴 해도 일단 집에 와서는 쉴 수 있잖아요. 창업을 하면 집에 와서는 물론이고 꿈속에서도 일 생각만 하게 돼요. 제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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