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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 천국 만든 케이크집 사장님

  • 글 jobsN 감혜림

    입력 : 2017.02.06 09:45

    "저희 사장님은 아르바이트 면접 때부터 주휴수당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매주 1만8000원 정도를 수당으로 받으며 일합니다. 주휴수당에 대해 잘 몰랐는데, 사장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달 실시한 '주휴수당 주는 사장님을 찾습니다' 이벤트에 온 사연. 주휴수당은 1주일간 정해진 근무일수를 채우면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5일 일하기로 하고, 개근했으면 5일에 하루를 더해 6일치 일당을 받을 수 있다.

    사연 속 주인공은 신귀출(32) 슈케익하우스 홍대점 사장. '홍대 앞 만원짜리 케이크'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빵집이다. 지난해 결혼한 아내는 매장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의 친언니다. "우리 사장님 정말 좋다"며 언니를 소개팅 장소로 떠밀었다고 했다. '알바천국'을 만들어 평생 반려자까지 얻었다.

    슈케익하우스 홍대점 신귀출 사장이 매장에서 만든 케이크를 들고 있다. 신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을 잘 챙겨주는 '착한 사장님'으로 뽑혔다. /jobsN

    ◇ 장사가 너무 싫었던 소년 장사꾼 되다

    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릴 때부터 항상 형편이 어려웠어요." 부모님은 경기도 수원에 방 하나 딸린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옷집, 금은방, 쌀가게…. 수완 좋은 어머니는 업종을 바꿔가며 돈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가게를 지키고 쌀 배달을 하고 당연히 장사를 도와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1996년 경기도 분당에 빵집을 차렸다. 수원에서 2시간 거리라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몇 년 뒤 어머니는 신씨의 고등학교 앞으로 빵집을 옮겼다. 18㎡(5~6평)짜리 작은 공간. 교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일하는 어머니 모습이 보였다. 형편이 어려워 가게일을 도우면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전단지 돌리기, 샌드위치 가게 점원…. 장사는 지긋지긋했다. "공부를 잘한 편이라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절대 장사는 안하겠다고 다짐했죠."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봤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망쳤다. 재수 대신 빵집으로 가 빵을 만들고 영업을 했다. 당시 15년 된 자동차 '세피아'를 끌고 수원 전역을 돌아다니며 샌드위치와 바게뜨빵을 배달했다. 크리스마스, 새해, 발렌타인 데이 같은 대목에는 가게 앞에서 춤을 추면서 빵을 팔았다.

    수능을 망치고 부모님 빵집을 돕던 시절. 신씨보다 12살 어린 동생은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하고 지금은 특전사로 복무중이다. /본인 제공

    ② 교사되려 간 대학에서 군인을 꿈꾸다
    잠자는 시간 빼고 3년째 빵집에만 매달렸다. 갑자기 겁이 났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부모님 앞에서 엉엉 울었다. "대학에 가고 싶어요." 수능까지 4개월을 남기고 방에 틀어박혀 공부했다.

    "2007년 지방의 한 대학교 역사교육학과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임용고시 볼 엄두가 안났습니다. 머리가 굳어 경쟁이 힘들었습니다." 대신 군인의 길을 생각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들어갔다. 전국 ROTC 후보생 4000명 중 60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졸업 후에는 정훈장교로 입대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직업 군인을 생각했다.

    하지만 2012년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전역했다. 다시 '지긋지긋한' 빵집으로 돌아왔다.

    직업 군인을 꿈꾸던 장교 시절, /본인 제공

    ③ 프랜차이즈빵의 역습
    빵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경영을 맡았다. 직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동네 빵집이었지만 장사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루 매출은 150만원 정도. 1~2년 후 신씨네 빵집 바로 옆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왔다. 매출이 하루 20만~30만원으로 급락했다. "단골 손님들이 세련되고 깔끔한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가더군요."

    속수무책 당할 순 없었다.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프랜차이즈 빵집 바로 옆에 2호점을 냈다. 프랜차이즈 빵집 양옆에 슈케익하우스가 있는 형세였다. "그래도 못 당하겠더라고요. 장사는 여전히 안됐습니다."

    ④ 역발상 전략으로 성공
    부모님과 상의해 사업을 접기로 했다.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작은 빵집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아무리 작은 장사여도 그만두는 게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어머니가 마지막 아이디어를 내셨습니다."

    만원짜리 케이크였다. 신선한 재료를 쓰면서도 단순한 모양으로 만들어 비용을 절약했다. 작고 실속 있는 케이크를 원하는 손님들을 겨냥했다. "대학생 때 생일 파티를 할 때면 초를 꽂아 노래 부르고 한입씩 나눠먹으면 대형 케이크의 상당 부분이 처치곤란한 쓰레기로 변했습니다. 케이크가 항상 화려하고 커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 슈케익하우스라는 상호도 만들었다. "어머니와 총괄매니저가 함께 지었는데 처음에는 빵이름인 슈(Chou) 철자를 몰라 신발(Shoe)이라고 쓴 간판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올라왔다.

    ⑤ 새로운 도전
    2014년 매장을 3개 만들었다. 가족 사업으로 시작해 제법 규모가 커졌다. "그때만 해도 빵과 케이크를 함께 파는 평범한 동네 빵집이었습니다." 3개 매장 전체 케이크 판매량은 200개 정도였다.

    이후 홍대에 진출한다. "어느날 하도 유명하다고 해서 서울 홍대앞을 가봤습니다. 너무 화려해서 '이런 세상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홍대 앞을 몇 개월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군대 시절 저축에 빌린 돈을 합쳐 매장을 얻었다. 번화가에서 5m쯤 들어간 7평짜리 가게였다. 이번에는 케이크만 팔기로 했다. 하루에 20~30개가 팔렸다. 직원 월급과 복지, 월세 등 비용을 맞추려면 하루에 150개는 팔아야 했다.

    "처음 한달간 밥도 못 먹고 매일 설사를 했습니다. 망할까봐 걱정을 심하게 했거든요." 개업 한달이 넘어갈 때였다. 갑자기 손님이 줄을 섰고, 케이크가 500개 넘게 팔렸다.

    누군가 '홍대에서 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케이크'라는 내용으로 소개한 덕분이었다. 따로 홍보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매출이 급상승했다.

    신귀출씨 가족 사진. 왼쪽 두 번째 하얀옷을 입은 여성이 슈케익하우스 홍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친언니를 소개해준 처제다. 오른쪽 사진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슈케익하우스를 소개하는 콘텐츠다. /본인 제공

    ◇ 아르바이트생 위한 천국된 케이크집

    홍대점 이후 경기도 산본, 인천 등에 매장 2개를 더 냈다. 지금은 총 6개 지점에서 케이크만 1000개 넘게 팔린다. 정직원 30명, 아르바이트생 30명이 일한다.

    정직원은 재무·회계 등 경영지원과 제빵 업무를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제빵사를 돕거나 케이크 판매를 한다. 정직원 연봉은 경력에 따라 2400만~5000만원 정도. 아르바이트생 시급은 6500원이다. 정직원은 시작하고 3개월, 1년, 2년마다 월급을 올려준다. 아르바이트생도 해가 지날 때마다 시급을 올린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 추가 근무수당은 칼같이 챙겨준다. 아르바이트 면접 때부터 설명한다. "주휴수당 잘 챙겨주는 사장님으로 뽑힌 게 사실 좀 부끄럽습니다."

    슈케익하우스 홍대점 사진. /본인 제공

    2년 전 한 직원이 퇴사하면서 "왜 주휴수당을 안 챙겨주냐"고 말했다. "그때는 주휴수당이 뭔지 몰랐습니다. 처음에 법과 규정을 다 확인하고 장사를 시작했는데도 말이죠." 부랴부랴 찾아봤다. 법에 정해진 수당이지만 대부분 가게에서는 관행적으로 주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두 달 정도 고민했습니다. 비용이 늘어나는 거라서 선뜻 결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주휴수당으로만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20~30% 늘어날 정도였다.

    고민하는 두 달 동안 아르바이트생을 똑바로 보기가 어려웠다. 왠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다 귀한 아들딸이잖아요. 제가 고생했던 기억도 났습니다. 월급이나 시급을 갑자기 올려주긴 어려워도 해줘야 할 건 해주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덕에 회사가 잘 컸다는 고마움 때문이었다.

    슈케익하우스는 정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8시간 이내로 근무한다. 케이크가 잘 안팔리는 여름에는 4~5시간만 일해도 된다. "더 길게 일해봐야 피곤하니 손님들에게 불친절해집니다. 성수기인 겨울에 보충하면 되니까 절대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부담을 안 줍니다."

    2016년부터 직원에게 8일씩 휴가를 붙여 가도록 했다. "처음에는 오히려 직원들이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길게 떠난 적이 없어 걱정이 된거예요. 휴식을 해야 능률도 오르니 휴가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사기 위해 줄 선 고객들. /본인 제공

    ◇ 성심당 같은 빵집이 되고 싶다

    신씨는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원에게 매장 하나씩 내주자.' 홍대점이 잘되자 가맹점 문의 전화가 수백통 왔다. 직접 운영하겠다는 사람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도와주겠다는 컨설팅 회사까지 다양했다.

    고민하다가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 직영점도 안 내기로 했다. "6개 매장을 관리하다보니 엄청 힘듭니다. 더 만들면 오히려 제대로 관리가 안돼 망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매장을 내주고 독립시킬 계획이다. 가게 자리부터 인테리어까지 슈케익하우스에서 부담하고, 몇 년간 갚도록 하는 방식이다. 직원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나온 아이디어다. "모두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컸습니다. 우리 회사에 대해 이미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니 운영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이나 기부도 할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말동무를 해드리는 수준이지만 점차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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