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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인기 중국 방송인→롯데호텔 '에이스' 직원으로 변신한 그녀

  • 글 jobsN 이신영

    입력 : 2017.02.06 09:26

    한국생활 10년차 은동령씨
    '미녀들의 수다' 출연 이후 롯데호텔 에이스 직원으로
    "한국 직장인,야근서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2012년 20만 4000명에서 2015년 22만70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7.1%. 중국 관광객과 한국진출 중국기업이 늘어나면서 중국인 채용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객실ㆍ연회장 판촉 담당 사원으로 일하는 은동령(33·殷冬灵)씨도 이 중 한명이다. 중국 강소성 진강시에서 태어난 그는 북경언어대를 다니다 2006년 대구 계명대 관광경영학과에 편입했다. 2006년~2009년까지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그녀는 2011년 롯데호텔 ‘호텔리어’로 변신했다.

    국내외 중국 기업체와 여행사, 기관에 객실ㆍ행사 판촉을 담당하는 그는 2012년~2013년 두 차례 ‘월 판촉 우수사원’에 뽑힌 에이스 직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달 롯데호텔 전체인 판촉담당 직원 100여명 중 실적이 우수한 상위 5명에게 판축 우수사원 상을 준다”고 했다.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이런 성과를 내 2년 만에 정직원 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주임(매니저)으로 4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이젠 기름진 중국 음식 먹으면  속이 안 좋습니다. 한국 음식을 못 먹으면 살 수 없는 수준이랍니다. 한국이 고향이나 다름 없거든요."10년간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를 들어봤다.

    을지로 롯데호텔 앞에 포즈를 취한 은동령씨/jobsN

    ◇연간 6000개 호텔 객실을 파는 슈퍼 사원

    -판촉담당 사원의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을지로 롯데호텔 본점에서 5년 일하다 지난해 3월 잠실로 발령이 났습니다. 서울 명동에 머물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점 강남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영업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나 기관에 출장 오는 중국 직장인과 관료도 많아졌어요. 바쁘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다른 호텔에 고객을 뺏깁니다. 오전 8시40분에 출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래처 4~5곳을 돌아다닙니다.

    거래처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부터 호텔 이야기부터 꺼내면 안 돼요. 상대가 금융회사면 금융산업 흐름을 미리 파악한 뒤 대화를 시작합니다. 친분을 쌓고 ‘다음 달에 50명쯤 중국에서 방문한다’ ‘몇 달 뒤 중국 정부 측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있는데 마땅한 호텔을 못 찾았더라’같은 중요 정보를 얻어 냅니다.”

    -기억나는 실적이 무엇입니까.
    2012년 여수 엑스포 때 중국 정부측 행사를 유치했어요. 중국 국가 서열 ‘넘버 6’에 해당하는 부주석을 모시기도 했습니다. 작년 잠실 롯데호텔로 옮긴 다음에는 객실 판촉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연간 6000실 정도를 팔았어요.  물론 저보다 실적이 훨씬 뛰어난 한국인 직장 동료 선후배들도 많아서 명함을 내밀 수준이 아니에요.”

    -아무리 중국인이라도 중국 고객을 호텔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잖아요.
    “중국 비즈니스맨이 한국 비즈니스맨과 다릅니다. 한국에선 하루면 끝날 의사결정이 중국에선 2~3주가 걸립니다. 많은 중국 고객들이 ‘호텔에 묵고 싶다’고 먼저 요청을 합니다. 바로 계약이 끝날 것 같지만 현실은 이제 시작입니다. 먼저 말 꺼내놓고도 한 달 넘게 ‘미안하다 결정 안됐다’고 몸을 사립니다.”

    jobsN

    -슈퍼 사원이 된 비결이 뭔가요.
    “한국 직장인 중에 ‘슈퍼’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저는 ‘슈퍼 사원’이 아닙니다. 그냥 중국에 대해 좀 더 많이 아는 사원에 불과합니다. 중국인과 일하려면 ‘밀당’을 잘해야 합니다.

    중국인들은 결재나 업무처리가 느리죠. 그래서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정중하게 압박을 가할 수 있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예약 안 하시면 다른 업체가 들어 온다, 내일까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식으로 말해야 합니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일정을 자주 바꿉니다. 관리하는 거래처만 100여곳이 넘어서 매일 일정표와 싸우며 삽니다.”

    은씨는 학창시절 역사와 정치분야 연구원이 꿈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한류에 빠졌다. “HOT, 젝스키스같은 한국 가수들에 푹 빠졌습니다. 중국서 대학에 진학해서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우호적이다’는 한국 유학생의 말을 듣고 한국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서 대학을 다니다 학교 추천을 받아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미녀들의 수다 방송에 3년간 고정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대구시, 병원, 시민단체 홍보대사 활동을 병행하다 2009년 그만뒀다.

    -외국인 방송인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전혀요. 한국 아이돌 연습생보다 예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100% TV에 나오지 않고 자극적으로 편집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카메라 울렁증도 있어 촬영 때마다 시선을 돌렸습니다.” 

    미수다 출연 당시 은동령씨 모습/방송화면 캡처

    ◇ “상사에게 실수로 반말, 높임말 적응 어려워요”

    계명대 석사 학위를 받고 호텔에 취업하기로 맘을 먹었다 일본의 한 호텔기업에도 합격했지만 보수와 처우가 좋은 롯데호텔을 선택했다고 했다. 취업한 이후 외국인으로 한국 직장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문화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제가 1984년 1월생이거든요. 그런데 같은 해 4월생 동료가 ‘앞으로 언니라고 부를게요’라고 해 한동안 어쩔 줄 몰랐습니다. 요즘 한국말로 ‘멘붕’이 오더군요. 1~2월생은 1년 먼저 학교에 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직 이해가 안 되는 한국 사회 미스터리 같아요.

    여전히 실수하는 게 높임말입니다.  한번은 호텔에서 손님에게 실수로 반말을 했어요. ‘왜 한국말도 못하는 직원 바꿔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고객에게 ‘외국인이라 한국말이 서툽니다. 이해 부탁합니다’라고 거듭 고개숙여 사과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상사에게 반말할 때가 있어요. 높임말은 적응이 여전히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높임말 문화가 없어 적응이 어렵군요.
    “네. 중국보다 한국이 더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더 충실한 것 같아요.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밥 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혼자 밥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한국도 ‘혼밥족’이 생기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자 밥 먹으면 ‘친구가 없나’란 소리를 듣잖아요. 주변의 어떤 지인이 혼자 사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장면을 두 그릇씩 시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은동령씨와 을지로 롯데호텔 모습.jobsN, 나무위키

    -야근문화는요.
    “중국에는 야근하는 기업이 거의 없습니다. 회사 일이 몰려 야근을 할 때면 진짜 울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이 2200시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더군요. 종종 오후 6시~7시에 중국이나 해외 친구들에게 메신저를 보내면 ‘아직도 일하고 있어’란 대답이 돌아옵니다.

    오후 6~7시만 해도 다른 나라에선 ‘야근’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열심히 일해 한국이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한국 직장인들이 조금 더 마음과 업무에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올봄에 결혼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너무 비싸네요. 결혼해 집을 장만하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젊은 사람들이 헬조선이란 말을 쓰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 한국이 좋습니다.

    요즘 중국에 가면 친구들이 최근 한국 정국에 대해 물어봐요. ‘한국이 왜 요즘 혼란스러운가’ 질문하는데 이상하게 화가 납니다. 그냥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대답합니다. 한국이 어려우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니 저도 한국 사람 다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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