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로 꿈 접은 유도 선수→1년에 552대 '중고차 판매왕' 눈물로 일군 제2의 인생

  • jobsN 오유교

    입력 : 2017.02.01 09:20

    유도 최고 명문 용인대 중퇴, 전문대 입학
    학업과 알바 병행…눈물과 땀으로 일군 SK엔카직영 입사
    2016년 입사 2년 미만 직원 가운데 최다판매 영예 누려

    2016년 12월 중고차 판매회사 SK엔카직영은 1년간 실적이 우수한 차량평가사에게 포상을 했다. SK엔카직영에서는 차를 진단하고 판매 혹은 구매하는 직원을 차량평가사라고 한다. 차를 많이 판 ‘판매’ 부문과 차를 많이 산 ‘구매’ 부문 두 분야에 상을 줬다. 입사 2년 미만 사원을 대상으로 시상한 ‘슈퍼루키상’도 있었다. 

    2016년 판매 부문 슈퍼루키 상의 주인공은 2015년 입사한 청주점의 조형석(30) 주임. 그는 1년간 552대의 중고차를 팔아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두 대꼴로 차를 판 셈이다. SK엔카직영 관계자는 “연차를 불문하고 전체 200여명의 판매부문 차량평가사 중 500대 이상 차를 판매한 직원은 10명 정도”라고 했다. 

    조형석 주임은 “평생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을 받았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땄어도 지금보다 행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형석 주임은 유도 명문 용인대에 입학했던 엘리트 운동 선수 출신이다. 남들보다 늦게 학업에 뛰어들어 곱절로 노력을 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그의 얘기를 들었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조형석 주임/조 주임 제공

     ◇생계가 앗아간 유도의 꿈

    조형석 주임은 어떤 사건의 정확한 연도나 날짜를 물을 때는 대부분 “정확히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한살배기 아들을 둔 결혼 2년차 유부남인 그는 심지어 “결혼 기념일도 모른다”고 했다.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생일도 까먹었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살았습니다.” 

    -유도는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전남 목포가 고향입니다. 방과 후 취미 생활로 체육관에 다니다 관장 눈에 띄었어요. 선수 해볼 생각 없냐고 하더군요.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도를 배웠습니다.”

    -실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고등학교까지는 전라남도 내에선 체급(55㎏ 이하급)에서 적수가 없었습니다. 고교 3년 내내 도대표로 전국체전에 나갔어요. 당시 전국규모 대회에서 입상을 세 번(개인전 기준) 했습니다. 덕분에 용인대 유도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용인대 유도학과는 한국 최고의 유도 명문. 용인대의 전신은 1953년 설립된 대한유도학교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도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안병근 용인대 교수(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를 비롯해 이원희 최민호 김재범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왜 그만뒀습니까 

    “운동을 하는 동안 전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존했어요. 그러나 입학 이후 갑작스레 집안 형편이 기울었습니다. 구체적으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업이 안 좋아지셨거든요. 선수로 돈좀 만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생계가 급했습니다. 결국 학교를 중퇴했어요.”

    -그만두고 뭘 했습니까 

    “일단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대를 갔습니다. 제대 후에 아버지가 자동차 정비 일을 배워보라고 하더군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목포과학대학 자동차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왼쪽은 유도선수 시절 전국대회 등에서 입상을 통해 따냈던 메달. 오른쪽은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땄던 자격증이다/조 주임 제공

    ◇주독야경(晝讀夜耕)

    -대학에 다시 가니 새로운 꿈이 보이던가요 

    “자동차학과를 다니면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았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각한 진로가 SK엔카직영 차량평가사였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관련 자격증도 틈틈이 준비했고요.”

    그러나 ‘제2의 인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가 입사를 위해 준비한 자격증은 자동차진단평가사 1급과 자동차정비기능사, 그리고 자동차정비산업기사. “운동만 했던 사람이라 자격증 공부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밥그릇은 제가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매달렸어요. 남들보다 2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전히 생계는 어려웠습니까

    “졸업 후 바로 취직을 못하다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어요. 생계도 여전히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습니다. 

    아침 8시에 자격증 학원에 갔어요. 하루 종일 공부를하고 학원 끝난 후 저녁에는 술집 서빙 알바 등을 하고 나면 새벽 2시. 몇시간 눈 붙이고 나서 다시 학원으로 갔습니다. 낮에는 학업, 밤에는 알바 뛰는 생활을 1년 정도 했어요. 기필코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스펙'을 만든 기간이었네요 

    “어찌됐던 한국에선 사람보다 먼저 스펙을 보잖아요. 가장 어려웠던 자동차정비산업기사 자격증은 세번 떨어져서 네번째에 붙었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포함하면 3년 이상을 공부한 셈이에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자격증 합격 발표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런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격증이었어요.”
     

    '제2의 인생'을 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형석 주임. 왼쪽은 차량을 진단하는 모습. 오른쪽은 한살배기 아들 돌잔치 기념 사진/조 주임 제공

    ◇판매왕 비결, 진정성에 있더라 

    ‘자격증 3종 세트’를 취득한 조형석 주임은 2015년 하반기 SK엔카직영 신입 공채에 합격했다. “무조건 붙어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면접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보다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는 신입 교육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 부문 차량평가사로 활동했다.

    -중고차를 파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매일 남들보다 5분이라도 일찍 출근합니다. 3대 이상의 중고차를 진단하고 직영몰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합니다. 그때마다 고객의 귀한 돈, 귀한 시간을 떠올립니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으로 물건을 사시는 거잖아요. 저를 믿거나 회사를 믿고 오는 고객을 위해 엄격하게 차량 상태를 진단합니다.”

    -차를 잘 파는 노하우가 뭔가요 

    “단체생활이 기본인 운동선수는 눈치가 생명이거든요. 고객이 원하는게 어떤건지 남들보다 상황 파악이 빠른 편입니다. 또한 매일같이 새벽 5시부터 야간까지 이어지는 훈련 스케줄을 통해 길러진 체력도 현재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가령 간단히 전화 문의만 주셔도 설명을 듣고 어떤 차종이 고객에게 어울릴지 머리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먼저 캐치하는 거죠. 직업 특성상 사계절 내내 사무실 바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체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신뢰가 철칙입니다. '사후관리'가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령 구매한 중고차에 이상이 생기거나 수리할 일이 생기면 담당 차량평가사가 보통 수리를 전담하는 부서인 서비스팀으로 업무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를 보고 차를 사셨는데 아예 모르던 사람에게 수리를 맡기면 믿음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남는대로 웬만하면 수리도 제가 직접 처리를 하는 편입니다. 정비도 배웠으니까요. 고객에게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입고만 잘 해달라'고 합니다. 입고란 차를 지점에 직접 가져오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쌓은 관계 덕분에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더군요. 지인을 소개하거나 선물을 주시는 경우도 많고요. 중고차를 4대 사간 고객도 있었습니다. 모든 고객의 이름과 정보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차량명과 차량번호를 휴대전화 연락처에 함께 저장합니다.”

    조형석 주임처럼 2년차인 SK엔카직영 차량평가사의 평균연봉은 3600만원. 차량 판매 대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붙는다. 연간 판매대수에 따라 3600만원보다 연봉이 적을수도, 많을 수도 있다.

    SK엔카직영 관계자는 “서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형석 주임도 말을 아꼈다. 그는 “확실하게 얘기드릴 수 있는건 매달 통장에 300만원 이상은 꽂힌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수령으로 월 300만원이면 실제 연봉(세전 기준)은 4000만원 이상이다. 

    -차량평가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오랜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외모가 뛰어나거나 언변이 화려한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면 좋은 차량평가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적은 나중 일입니다. 노력하면 보상은 따라오더군요.

    운동을 접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도 감히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선수 시절 앞만 보고 달리던 열정, 끈기가 사회 생활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힘냅시다. 여러분들이 그리는 제2의 인생에도 꽃길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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