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도 로켓배송은 우리가 책임진다 한환덕, 한찬덕 형제

로켓배송의 주인공
쿠팡맨 형 추천으로 쿠팡맨 된 동생
고향인 태안 지역 관리자가 목표

‘쿠팡에서 기저귀를 샀는데 주문한 지 3시간 만에 배송 왔습니다. 너무 신기하네요.’
 
쿠팡을 이용한 소비자가 블로그에 적은 ‘로켓배송’ 후기다. ‘로켓배송’은 소셜 커머스업체 쿠팡의 대표적인 서비스. 쿠팡이 업체로부터 물건을 직매입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로켓배송 전용 상품을 1만9800원 이상 구매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로켓배송의 중심에는 ‘쿠팡맨’이라 불리는 로켓배송 전담 배송기사가 있다. ‘쿠팡맨은 쿠팡의 얼굴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초봉은 3800만원. 주 5일 근무 기준. 본사 직원처럼 직원 대출 혜택, 제휴 리조트 이용, 경조사 지원금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환덕(32)·찬덕(30)씨는 형제 쿠팡맨이다. 형 환덕씨는 2014년 4월 쿠팡맨으로 입사했다. 지금은 쿠팡맨 스케줄을 관리하는 캠프(쿠팡 지역물류센터) 리더다. 쿠팡맨으로 일하던 형은 동생에게 입사를 권유했다. 동생은 2015년 쿠팡에 입사했다. 두명 모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쿠팡에 입사했다. 그들은 왜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을까.

◇ 로켓배송의 주인공, 쿠팡맨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환덕) ”대전에서 일하는 쿠팡맨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캠프리더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사부터 차량 관리까지 운영을 통솔합니다. 쿠팡맨으로 입사했다가 2015년 9월 승진했습니다.”
(찬덕) “인천 서구 지역 쿠팡맨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쿠팡맨 일과는 어떤가요

(환덕)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8시 퇴근합니다. 출근하자마자 음주측정기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합니다. 운전을 해야하니까요. 매일 아침 5분씩 쿠팡맨 전원이 체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각자 차량에 그날 배송해야 할 물건을 적재해 배송을 시작합니다. 보통 오후 5~6시에 배송이 끝나요. 남은 1~2시간 뒷정리를 하고 내일 배송업무를 준비합니다.”

◇ 형 따라서 동생도 쿠팡맨

서류, 면접 전형 후 운전테스트를 거쳐야 쿠팡맨으로 입사할 수 있다. 운전테스트에서는 수동 기어 트럭을 운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2년 계약직으로 입사 후, 일정 자격을 갖추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배송 시 사고 여부, 고객 평가 등을 종합평가한다.
 
-어떻게 쿠팡맨으로 일하게 됐나요

(환덕) “대기업 하청업체를 다니다 2013년부터 울산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안전관리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업무가 힘들어 다른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또 방사능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구직 사이트에서 쿠팡맨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수평적인 분위기가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
(찬덕) “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금속 알레르기가 생겨 어쩔 수 없이 퇴사했어요.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형이 입사를 권유했습니다. 마침 운전병 출신이라 수동 기어로 트럭을 운전해본 경험이 있어 장점이라 생각했습니다.”
 
-뭐가 좋아서 동생에게 추천했나요

(환덕) “3개월 일해보니 앞으로 회사가 지속성장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본사 직원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강한 애사심이 느껴졌죠. '이 회사는 뭔가 다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도 잘 맞았습니다.”
(찬덕) “주로 기업문화나 고객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평적인 문화였어요. 직원끼리 별명을 부르는 ‘님 문화’처럼요. 경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에는 직급이 없다. 대신 이름에 '님'자를 붙여 별명을 부른다.  직급이 없다 보니 승진 연한도 없다. 대신 개인별 성과와 기여도,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직위를 결정한다. 건강검진도 연 1회 받을 수 있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형 택배회사 직원들보다 비교적 좋은 대접을 받는다. 2012년부터 연초에 소정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매월 1회 팀 또는 부서 단위로 모두 오후 5시에 퇴근해 볼링 등 스포츠 활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쿠요일’이 있다. 회사에서는 1인당 5만원 한도 내에서 경비를 지원한다.

환덕·찬덕 형제는 주6일 근무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금은 주5일 근무를 한다.

-언제 가장 뿌듯했나요

(환덕) “쿠팡에서 배송안내 문자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객들에게 고객들이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배송 전에 미리 문자를 보내드렸어요. '1번 집 앞, 2번 경비실, 어디에 제품을 놔드릴까요' 배송 위치를 고객에게 직접 선택하도록 한 겁니다.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자, 상사가 본사 쪽에 건의해 전사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고객 편의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 새로운 배송 문화를 만든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찬덕) “한 고객의 장문 문자를 받고 뿌듯했습니다. 그동안 택배로 불편을 경험한 일을 하소연하면서 로켓배송 서비스가 눈물 날 정도로 좋다고 하더군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환덕) “동선에 따라 배송순서를 정하는데, 고객이 급하다고 빨리 배송을 재촉하는 경우 가장 난감합니다. 자꾸 전화해서 갖다달라고 하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루에 100집을 간다고 했을 때 한 두 집은 꼭 이런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체력적으로도 힘든 면도 분명히 있어요. 물량이 많은 시기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찬덕) “물건을 집으로 가져다 달라던 고객이 있어서 집으로 찾아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경비실에 맡긴 적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고객이 전화로 '난 집에 있었는데, 왜 물건을 경비실에 맡기냐. 다시 경비실에서 물건을 찾아서 나한테 갖다줘라'라고 말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 배송이 아닌 '서비스'

쿠팡에서는 택배를 ‘기프트’라고 표현한다. “택배가 아니라 고객들을 위해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설날 연휴에 물량 걱정은 없나요

(찬덕) “담당하는 배송 지역 마다 다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캠프는 설이나 추석에 물량이 많이 몰립니다. 그래서 바쁩니다 저나 동생이 속한 캠프는 생각처럼 물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환덕) “고향 태안에도 로켓배송을 시작한다면 그 지역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되고 싶어요. ”
(찬덕) “산지 곳곳까지 로켓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온 국민들이 쿠팡을 알 수 있도록요.”

두 사람은 쿠팡맨 업무가 잘 맞는다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업무강도가 세 초과근무가 많고 이에 비해 급여는 적다는 것, 주6일 근무로 쉬는날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물량이 몰리는 시기를 제외하고 정상근무 시간을 지킨다"며 "초과근무에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개인 역량에 따라 별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기본 근무조건이 주5일제로 전환됐으며, 기존 근무자는 선택제로 신규 입사자는 주5일 근무하고 있다. 입사 2년이 지난 쿠팡맨은 주5일을 근무해도 주6일 수준의 연봉으로 상향 지급하는 중이다. 환덕, 찬덕 형제도 이러한 혜택을 받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