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퇴사 '근성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글 jobsN 감혜림

    입력 : 2017.01.17 09:23


    주류회사→매일유업 신입으로 다시 입사
    직무·직종 가리지 않고 직장생활 해봐야
    취업 5종 세트 옥석 가려야

    '술 못 마시던 주류 회사 영업사원, 우유회사 신입사원 되다.'

    매일유업 신입사원 이병규(29)씨. 한 주류 회사에서 9개월 일한 '중고 신입'이다. 이직 준비에서 가장 큰 고민은 퇴사 이유에 대한 답변. 매일유업 면접장에서도 '왜 그만뒀냐'는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말했다. "술을 좋아했지만 잘 마시진 못했다." 면접관이 웃으며 건넨 말. "우리 회사에서 우유 많이 마셔야 하면 관둘거냐?" 압박면접은 아니었다. "분위기가 좋아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병규씨


    ◇ 직무는 좋은데 업계가 맞지 않아

    2015년 8월. 부경대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한 주류 회사에 합격했다. 채용전제형 인턴 전형이었다. 30개 넘는 회사에 지원한 끝에 얻은 결실. 그동안 서류 합격은 7개 회사, 최종 면접을 본 회사는 2곳이었다.

    "연봉이나 복지가 좋았고, 가장 즐겨 마시던 술을 만드는 회사라 입사하고 싶었습니다." 영업관리 직무에도 관심이 있었다.

    우선 서울에서 인턴을 했다. 정규직으로 첫 발령은 전주. 다음은 제주도였다. 연고지가 부산이었지만 근무지에 반영되진 않았다. 술을 잘 못마시는 체질도 문제였다. "술은 못 마셔도 술자리를 좋아해 문제 없을 줄 알았어요. 또 술을 파는 건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류회사 영업사원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제주에 근무할 때 큰 교통사고까지 나 2016년 5월 퇴사했다. 스물일곱살. 새로 취업하기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였다. "만약 회사나 동료와 갈등 때문이었다면 몇 년 더 버텨서 경력직으로 옮겼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주류 업계가 아닌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뜬 채로 계속 일하면 회사도 손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이해해주셨다.

    매일유업에 입사해 전북 고창면 상하면에 있는 '상하농원'을 견학하는 모습 /본인제공


    ◇ 퇴사 후 이직 장단점

    회사를 관두자 목표가 생겼다. 연봉이 낮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야근을 하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회사를 가겠다고 다짐했다.

    2016년 상반기 매일유업 공고가 났다. 출산·육아 등 복지 제도가 좋았다. 희귀 난치병 아기를 위해 수익이 안나는 특수 분야 유제품을 생산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도 마음에 들었다. 초봉은 영업직군 4000만원대, 경영직군은 3000만원대 후반이다.

    "채용설명회에 갔다와서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유업은 매년 상반기 채용설명회를 한다. 이씨는 2015~2016년 두 번 다 참석했다. 주류회사를 관두고 참석한 2016년 채용 설명회. 인사팀 직원이 '작년에도 오셨었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람을 잘 챙기는 회사라는 생각에 감동 받았습니다."

    인적성검사와 2차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지인들에게 받은 축하 인삿말. "이제 술 안 마셔도 되니 축하한다."

    경험자로서 퇴사에 대한 이씨의 생각은 뭘까. "직무나 회사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라고 권합니다. 직접 일해봐야 알 수 있거든요. 저는 주류회사 영업관리를 하면서, 주류업계에는 맞지 않지만 직무는 잘 맞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취업 준비하던 시절 이병규씨 / 본인제공


    ◇합격과 불합격 '자기소개서·면접' 어떻게 다른가

    이병규씨가 가장 신경 쓴 건 자기소개서. 2015년 첫 지원 때 10여개 회사에서 연달아 서류 탈락했다. "욕심이 앞서 경험이나 장단점을 두서 없이 나열했고, 업계와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지원동기와 입사 후 포부 문항에 가장 공들였다. 회사가 정해지면 2~3일씩 연구했다. "기본 회사 정보는 물론이고 회사와 업계에 대한 1년치 기사를 뒤져서 읽었습니다." 경험도 꼼꼼하게 정리했다. 학창시절부터 사소한 내용까지 모두 적어봤다. 그 중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내용을 걸러냈다.

    매일유업 자기소개서 작성 과정을 문항별로 소개한다 .

    ① 지원동기를 핵심가치 중 하나와 연결하여 서술하여 주십시오.
    핵심 가치를 '소통'으로 정했다. 여행기와 맛집을 소개하던 블로그를 예로 들었다. 100만명 가까운 방문자수, 500명이 넘는 블로그 이웃 등 수치 뿐 아니라 댓글로 주고 받은 내용 등이 근거였다.

    ② 해당 직무에 지원자님을 선발해야 하는 이유와 입사 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기술해 주십시오.
    주류 회사에 일하며 낸 업무 성과를 적었다. 시장점유율이나 월 목표 대비 판매율 증대 등 수치를 넣었다. '1등으로 만들겠다' 같은 두루뭉술한 내용 대신 수치나 프로모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자기소개는 면접에서도 유용했다. 주로 회사와 관계 있는 사물에 빗대어 표현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일하는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류회사 최종면접에서 '저는 노가리 같은 사람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실무면접에서는 '옥수수 전분 같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옥수수 전분은 별로였지만 노가리는 반응이 좋았습니다. 매일유업 면접 때는 '탈지 분유'라고 했습니다.

    면접을 몇 번 거치면서 면접 태도에 대한 고정관념도 깼다. 한 식품 회사 면접. 지원자 모두에게 공통 질문을 했다. 답변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신입사원의 패기를 보여주려고 먼저 손 들었습니다. 정작 대답은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질문에서 만회하려고 했지만, 그게 마지막 질문이었다. 결과는 불합격. "대답을 빨리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답하는 게 중요합니다."

    ◇ '수퍼루키' 취업 5종세트에 대해 말하다

    ① 토익점수 ②학점
    "토익은 800점대 중반, 학점은 3점대 후반입니다. 회사나 직종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③ 봉사활동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로 일했고,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방송댄스를 가르쳤습니다. 춤을 좋아해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스펙이나 시간을 채우기 보다 제 개인 생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취업 면접에서도 특이한 경력이라 좋은 무기였습니다."

    ④ 어학연수
    "1년간 어학연수를 하고 6개월간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서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많이 넓혔습니다. 블로그에 남긴 여행기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어 때문이라면 꼭 해외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만 영어를 공부해 두바이 유명 호텔에 취업한 친구가 있습니다. '남들도 가니까 일단 가야지'라는 마음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⑤ 자격증
    "유통관리사 2급과 어학연수를 하면서 영어능력평가 중 하나인 FCE를 땄습니다. 관련 분야이긴 하지만 취업할 때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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