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100만원에 약한 업무강도‥그녀가 간 신의직장은?

  • 글 jobsN 오유교

    입력 : 2017.01.11 09:13

    야구 상식과 외국어실력이 입사 판가름
    연봉은 중견기업 수준, 근무강도는 비교적 낮은편 
    모든 야구장 '프리패스', 지나친 환상은 곤란

    평생 프로야구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직업이 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야구팬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볼만한 곳이다. 국내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단체인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입사하면 프로야구를 공짜로 물릴 때까지 볼 수 있다.

    프로야구 인기와 함께 공채 경쟁률도 나날이 치솟고있다. KBO는 결원이 발생하거나 조직을 확장할 때 비정기적으로 공채를 실시한다. 2016년의 경우 KBO와 마케팅 자회사인 KBOP에서 총 3명을 뽑는데 지원자 430명이 몰려 1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KBO에는 총 4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사무실은 서울시 강남구 도곡1동 한국야구회관빌딩에 있다. 초봉은 3500만원 수준이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년 보장까지 일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평균연봉은 6124만원. 채용시 학력 기준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혹은 졸업예정자. 기획·홍보·관리·재무·운영·육성팀과 클린베이스볼센터 등 ‘6팀 1센터’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운영팀 막내인 사원 김소영(27)씨를 통해 KBO 취업과 업무에 대해 알아봤다.

    KBO 5년차 사원 김소영씨의 대학 졸업 당시 사진(왼쪽). 오른쪽은 KBO 사원증이다/김소영씨 제공

    ◇야구 상식과 외국어 실력이 입사 판가름 

    김씨는 2008년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에 입학했다. 2013년 12월 KBO 공개채용 시험에 합격, 올해로 5년째 근무 중이다. 첫 2년간은 관리팀에서 근무했고, 2016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팀에서 일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했나요

    “출신 지역(전북 익산)이 야구장과 거리가 멀어서 고등학생 때까지는 야구의 ‘야’자도 잘 몰랐어요. 하지만 대학 입학 후에 친구따라 야구장을 처음 접하면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응원 열기나 분위기가 너무 인상이 깊었던 거예요. 대학교 다니는 동안 야구장을 100번은 간 것 같아요.”
     
    -그러다 KBO 지원까지 하게 된 건가요

    “야구팬이 된 이후에는 스포츠 마케팅쪽으로 진출하고 싶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프로스포츠는 야구가 최고니까 KBO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2013년초 KBOP에 지원을 했는데 최종 면접 끝에 낙방했습니다. 재도전 끝에 2013년말 KBO 공채에 운 좋게 합격해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공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서류전형으로 한 차례 거른뒤 면접을 총 세 번 봤습니다. 서류 전형에서는 야구 발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제안서를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제출했어요. 일종의 포트폴리오죠. 일주일간 밤을 새워가며 25장 정도 만들었어요. 상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팬들을 위한 야구 인프라의 양적인 발전과 질적인 발전을 동시에 도모해야한다’는 주제였습니다.”
     
    -면접은요

    “1차는 팀장 면접, 2·3차는 부장급 이상 임원 면접입니다. 각 면접마다 몇 명씩 조를 짜서 들어간뒤 개별 질문 혹은 전체 질문을 받아요.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야구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이에요.

    면접 질문은 대부분 영어, 일부가 한국어입니다. 답변은 모두 영어로 해야합니다. 제가 면접을 볼 당시에는 마산야구장 이전 문제와 심판 오심 등 이슈로 떠올랐던 논란에 대한 질문도 있었어요. 평소에 야구에 관심이 없다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외국어 실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KBO 관계자는 “토익은 대부분 900점을 넘고 미국 시민권자나 해외대학 출신 등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채용을 안내할때 ‘우대사항’에 ‘외국어 능통자’를 적시한다”고 했다.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 연구하고, 해외 구단 등에 출장을 갈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KBO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소영씨. 오른쪽은 증명사진./김소영씨 제공

    ◇애정만 갖고 입사·근무 어려워
     
    당연히 야구 상식이 중요하다. 가령 면접에서 ‘2016년 홈런왕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김재환’이라고 대답을 하면 탈락의 지름길이다. 2016년 홈런왕은 공동 1위였던 최정(SK)과 테임즈(전 NC)였다.
     
    -운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준비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합격 전까지 휴학을 1년간 했어요. 그 1년 동안 아는 교수님 소개로 숭실사이버대학교 엔터비즈니스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 원래 전공이 스포츠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으니 여기서 배우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틈틈이 KBO에서 진행하는 심판아카데미도 다닌 적도 있어요.
     
    대학에서는 강의를 통해 일본 야구산업을 공부하는 등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배우려고 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하진 않았지만 KBO가 종종 진행하는 인턴십 제도도 적극 활용할만 합니다. 인턴을 거친 경험도 공채에서 중요한 평가 근거가 될 수 있어요.”
     
    -외국어 실력은 어떻게 쌓았습니까

    “전공 특성상 일본어로 프리 토킹이 가능한 수준이었어요.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 구단과 교류하거나 일본의 야구 정책을 참고할 때 유용합니다. KBO에서는 외국 파견을 가면 현지 언어가 가능한 직원을 파견해요. 통역을 쓰는 일이 없어요.  언어 하나만큼은 남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외국어를 숙달하는 것이 입사의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입사 이후엔 뭘 했나요

    “처음 배정받은 관리팀은 심판위원회, 기록위원회와의 업무협조가 주업무였어요. 일반 기업으로 치면 경영지원팀이 하는 역할입니다. 현재 근무 중인 운영팀은 3개의 파트로 나뉩니다. ‘KBO리그 파트’와 ‘퓨처스 리그 파트’ ‘운영정책 파트’예요.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파트는 각 구단의 운영팀과 업무협조를 하며 리그 일정을 짜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제가 속한 운영정책 파트는 ‘단일구 도입’ ‘스피드업’ ‘반(反)도핑’ 등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무를 진행했습니다.”

    KBO 사무국 조직도/KBO 홈페이지

    ◇KBO 근무의 장단점은?
     
    -밖에서 보는 것과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나요
     

    “요즘 논란이 됐던 ‘12월 훈련 금지’를 예로 들어볼게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당연히 쉬길 바랄 거예요. 저도 입사 전에는 그랬고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자비를 들여 훈련할 형편이 안 되는 2군 선수들이 이 금지 조항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괄적인 금지 때문에 야구장 문을 아예 열지 않는다면 그들이 훈련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KBO 직원만의 장점은 뭘까요

    “프로야구를 중심에서 이끌어나간다는 자부심이에요. 사원증만 있으면 전국의 모든 야구장을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요. 덕분에 취미이자 직업이 된 야구를 원없이 볼 수 있습니다. 각 구단 프런트, 선수와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고요.”
     
    -단점을 꼽자면요

    “스포츠를 다루기 때문에 ‘자유롭고 개방적일 것’이라는 환상은 과감히 버려야해요.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입니다. 실제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입사 이후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정말 야구에 관심 있고 야구를 좋아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가 속한 운영팀과 홍보팀은 취재 지원을 위한 야간 당직도 진행한다. 한달에 일주일씩 야구 경기가 끝나는 시각인 밤 11시30분 전후까지 기자실에서 일한다. 연장전이 치러지는 등 한 경기라도 늦게 끝날 경우 그만큼 퇴근시간이 늦춰진다. 2016년의 경우엔 경기 시간이 유독 길었던 한 구단에 대해 농담섞인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야간 당직자는 기록과 관련한 기자의 문의에 실시간으로 답변을 하거나 기록 집계에 오류는 없는지 검토에 검토를 거듭한다. 사소한 실수가 언론사의 오보로 나아가 팬들의 오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야근을 한 다음날은 오후 2시에 출근한다. 야간 당직이 아닌 날의 근무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김씨는 “보통은 오전  8시30분 전후로 출근해 오후 7시30분쯤 퇴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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