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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전직원 '주4일제'…일 덜했더니 매출 60억->100억 급등

  • 글 jobsN 이신영

    입력 : 2017.01.10 09:11

    충북 청주의 화장품 제조기업 '에네스티'
    주4일만 일하고 전직원 여행, 자기계발에
    회사는 오히려 빠르게 성장

    수원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황인호(43)씨. 주7일 근무가 기본인 삶을 살았다. 연봉은 약 6000여만원. 적지 않았지만 연일 회식이었고 주말에도 일에 파묻혀 살았다.

    유치원과 초ㆍ중학교를 다니는 3남매는 “아빠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며 놀아주는 아빠를 원했다. 2015년 결단을 내렸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직장에 가기로 한 것이다. 

    에네스티 직원들/에네스티 제공

    그가 이직한 회사는 충북 충주의 화장품제조회사 에네스티다. 전 직원이 월~목까지만 일하는 ‘주4일제’로 유명하다. 황씨는 직전 직장 대비 연봉이 줄었지만 인생이 훨씬 윤택해졌다고 했다.

    금요일에는 3남매를 직접 돌본다. 자녀들 등·하교를 책임지고 축구·영화감상을 같이 한다. 자녀 양육을 도맡았던 아내는 남편의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남편 수입은 줄었지만 아내 수입이 생기면서 전체 수입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요일 아침부터 아이들이 저를 놔주지 않아요. ‘아빠 오늘은 00하고 놀아요’ ‘친구들과 놀이터에 놀고 있을테니 데려와 주세요’ 휴대폰 메시지가 쉴새없이 와요. 한참 아이들과 놀아줄 시기에 아빠 역할을 다하고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요. 마음만 먹으면 돈은 더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벌 수 없잖아요.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에네스티 본사 모습 /에네스티 제공

    ◇ 국내 최장수 주4일제 기업

    에네스티는 충주 수안보 지역의 온천수를 이용해 기초화장품, 보습제를 만드는 화장품 제조기업이다. 국내 대형마트와 인천공항,갤러리아 면세점 등 전국 매장 1500곳에 납품한다. 중국,베트남,호주 등 20개국에 수출도 한다.

    회사는 5년째 전 직원 주4일제를 해오고 있다. 2010년 일부 도입해, 2011년 직원의 80%, 2013년 전직원으로 확장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주4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성공적으로 유지해오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매출은 늘었다. 2013년 매출은 60억원 2016년 매출은 약 100억원이다. 주4일을 전면 도입 후 3년이 지나자 매출이 66% 올랐다.

    원래 에네스티는 여느 회사처럼 주5일, 오전 9시~오후6시까지 근무하는 업체였다. 그런데 2010년 당시 디자인부서의 한 직원이 “가사일과 업무 때문에 5일 근무가 어렵다. 월급을 적게 받아도 되니 하루만 덜 일해도 되느냐”고 우성주 에네스티 대표에게 속사정을 털어놨다. 우 대표는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지만 직원 중심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성주 대표/에네스티 제공

    2011년부터 직원들에게 주4일, 주5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주4일 근무하면 임금동결, 주5일은 임금인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직원의 80%가 주4일을 선택했다. 대신 출근시간을 조정했다. 주4일 직원은 오전 8시30분~오후6시30분까지 일하도록 했다. 3개월에 한차례 직원 한명이 금요일 당직을 서도록 했다. 거래처 등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불가피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주말에 업무 지시가 오갈 수 있는 ‘단톡방’을 금지했다.

    법정 연차 15일 가운데 직원들이 똑같은 시기에 쉬는 공동연차(7일) 제도도 도입했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시기에 모두 연차를 따로 쓰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중국 지사도 똑같이 주4일제를 시행했다. 

    에네스티 사무실 모습 /에네스티 제공

    ◇ 목요일 밤이면 비행기 타고 해외로..확실한 자기충전

    제도 시행 이후 업무 중에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직원들이 줄었다.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직률도 10%대에서 3~4%로 내려왔다. 회사 매출이 오르자 2013년 전격적으로 전 직원 주4일제를 도입했다.

    일은 줄었는데 월급은 올랐다. 유종혁(36) 본부장은 “2013년 이후 매년 평균 8% 정도 연봉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입사 초봉은 2000만원 중후반. 4~5년이 지나 대리ㆍ과장급으로 승진하면 3000~4000만원대로 연봉이 오른다. 매출 상승에 따라 매달 인센티브를 나눠주고 명절과 연말에 별도 보너스를 지급한다.

    유 본부장은 “지난 6년간 매년 회사 경비로 일본, 동남아로 2박3일, 3박4일씩 직원들과 여행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설이나 추석 연휴 앞뒤로 하루씩 더 쉰다. 직원들은 연간 15~20일씩 휴가를 간다.

    에네스티 제공

    주4일제로 직원들의 일상은 달라졌다. 일단 여행이 늘어났다. 목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가깝게는 강원도나 제주도, 멀게는 동남아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 머리를 식힌다.

    화장품 용기를 디자인하는 정원종(35) 과장은 주말을 이용해 서울 강남에 있는 3D 모델링 디자인 학원에 다녔다. 그는 “3D 디자인 기술을 익혀 우리 회사의 화장품 용기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네스티의 오프라인 진출 계획을 위해 조만간 인테리어 관련 학원에 등록할 계획이다. “일주일에 3일을 쉬니 장점이 많아요. 금요일과 토요일은 자기계발에,일요일은 제 여가를 위해 쓰고 있어요.” 자기계발에 필요한 학원비는 회사가 쏜다.

    에네스티 제공

    지난해 2월 입사한 김병주(32) 사원은 “이전 직장에서 영업맨으로 일했는데 업무 강도가 세고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 이직한 이후 매주 금요일을 이용해 충주에 사는 장모의 벼농사를 도왔다. “부모님들께 효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금~일요일을 이용해 농사를 더 배워보려고 합니다.”

    우 대표는 "당초 큰 기대 없이 시행한 주4일 제도가 회사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며 “직원들이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회사는 지속가능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주4일제 덕분에 일주일 동안 직원들과 지내는 시간은 줄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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