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여성 둘 중 한명, 워킹맘은 괴로워

맞벌이 가사 부담, 남편 1시간 1분, 아내 2시간 43분
워킹맘 주변 사람도 괴로워
인구절벽 해소하며 공존하는 방법은?

워킹맘을 다루는 영화·드라마가 늘고 있습니다. 영화·드라마가 우리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는 걸 생각하면, 그만큼 워킹맘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죠.

성공하는 워킹맘도 늘고 있습니다. 여성 CEO가 낯설지 않고, 전문직 여성 비율도 크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하진 않습니다. 워킹맘의 현실을 통계로 알아봤습니다. 통계청, 여성정책연구원 등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기혼여성 취업률 47.8%

우선 워킹맘이 얼마나 많은지부터 보죠. 예전엔 결혼과 함께 직장 그만두는 여성이 많았지만, 요즘엔 계속 일하는 여성이 더 많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혼 여성의 취업률은 47.8%에 이릅니다. 세대 별로 첫째를 출산한 30대 여성의 취업률이 33.8%입니다. 상당수 여성이 출산 후에도 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취업률은 자녀 성장과 함께 계속 올라갑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여성의 취업률은 43.4%입니다.

앞으로 워킹맘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25~29세 여성에게 ‘언제까지 일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자녀출산시까지만 일하겠다’는 응답률은 17.4%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더 일하겠다는 거죠.

◇생계 위해 일하며 가사부담 시달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워킹맘이 많습니다. 재취업한 경단녀 대상으로 취업 이유를 물으니 자녀 교육비·학원비 마련(34%)이 가장 많았고, 생활비 마련(28%), 노후자금 확보(2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꽤 있는 거죠.

고충이 많습니다. 우선 가사 부담. 맞벌이 가구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을 조사한 결과 남편 1시간 1분, 아내 2시간 43분으로 조사됐습니다. 남편이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내 1시간 37분, 남편 1시간 28분으로 근소하나마 아내가 더 깁니다.

반면 주말 여가활동 시간은 남편 6시간 4분, 아내 4시간 38분으로 남편이 더 깁니다. 남편이 주말에 등산 가면, 아내가 밀린 집안일 하는 장면이 연상되실 겁니다.

물론 이 조사에는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끼어 있습니다. 부부 모두 전일제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만 따로 조사하면, 균형에 보다 가까울 겁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 아내의 가사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입니다.

실제 자녀양육, 가사, 자녀 공유시간 부족 등으로 어려움 겪는 워킹맘이 전체 워킹맘의 74.7%로 나타났습니다. 그중 5세 이하 자녀를 둔 정규직 워킹맘의 괴로움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급여는 보장되지만 가사 부담이 큰 상태에서 회사 일 하는 시간도 많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도우미를 구하자니 비용 문제가 걸리고, 맘 맞는 사람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많은 워킹맘이 이중, 삼중 고생하면서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40대 워킹맘의 31.6%가 신체·정신 건강악화를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도 괴로워

워킹맘의 최대 고민은 육아입니다. 물리적으로 자녀에게 쏟을 시간이 부족해, 일하고 남은 시간이라도 오롯이 자녀에게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 때문에 한계가 많습니다. 결국 자녀와 대화가 부족해지면서 자녀 인성 교육, 건강 관리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회가 잘 보듬어 줘야 합니다. 그러나 워킹맘 자녀를 받지 않겠다는 어린이집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육아도우미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잘 만나도 문제랍니다. 아이들이 엄마 보다 육아도우미를 더 따라 남몰래 눈물 훔치는 워킹맘이 많다고 하네요.

워킹맘 주변 사람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워킹맘의 주요 갈등 대상으로 회사제도와 분위기(53.7%), 직장상사·동료(29.2%), 자녀(27.4%), 남편(18.4%), 친정·시어머니(1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복수응답) 또 일반 직장인의 워킹맘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관리자는 ‘갑작스런 업무 공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동료는 ‘야근 등 힘든 업무 회피’를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습니다.

워킹맘은 그들대로 직장에서 인사상 불이익(42.4%), 만성적 야근 및 과다한 업무(32.9%), 예측하지 못하는 야근과 회식(29.9%), 미래 경력에 대한 불안감(29.9%),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26.5%), 관리자의 배려 부족(26.4%) 등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복수응답)

결국 각종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워킹맘 스스로나 주변 사람이 갖가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모두 양보합시다'

해결책으로 직장 보육 시설 확대, 엄마에게 부담주는 초등학교 학사 일정 개선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또 워킹맘의 사회 진출을 인정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사회적 의무로 보는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워킹맘이 맘놓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출산율 높여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요, 엄마입니다. 또 멀게는 우리의 딸이 겪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일부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긴 합니다. ‘만1세 미만 자녀를 둔 워킹맘을 당직 근무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는 내용의 설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답변이 81%로 나타났습니다. 사회 공동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완전히 정착시키기엔 갈 길이 멉니다. 회사에 모성친화적 제도가 있어도 상사의 눈치가 보이고(44.1%), 인사상 불이익이 두렵거나(37.5%), 회사의 의지가 부족해서(27.2%) 활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복수응답) 또 육아 휴직을 이용하는 남성은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워킹맘 스스로 노력도 필요합니다. 제도를 악용하는 워킹맘이 나오면 다른 워킹맘이 피해를 봅니다.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