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게·다면평가제·키친캐비닛

■ 휘게(hygge)

휘게란 '아늑함', '편안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다. 좋은 사람들과 따뜻하게 보내는 시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단어다. 1560년대 '포옹하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으로 쓰였던 노르웨이어 '후게(hugge)'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휘겔리'한 이 순간." 워킹맘 진은숙(38)씨가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이다.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남편과 탁자에 놓인 레몬차, 깜박이는 촛불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진씨가 쓴 '휘겔리(hyggeligt)' 라는 단어는 '안락한'이란 뜻의 덴마크어. '휘게(hygge·안락함)'의 형용사다. 영어도 한자어도 아닌 생경한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 경영 전략가, 트렌드 분석 전문가들도 '휘게'를 올해와 내년의 중요한 키워드로 꼽는다. 지난 15일 옥스퍼드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 후보 중 하나가 '휘게(hygge)'였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만족하는 마음,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하게 사는 기쁨, 이런 것들이 다 휘게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촛불을 켜고 그 순간의 아늑함을 만끽하는 것 같은 구체적인 장면이 휘게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휘게가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휘게 열풍은 다양한 징후로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최근 한 달 동안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작년 같은 기간보다 월등하게 많이 팔려나간 물품 중 하나가 바로 꽃병(전년 대비 270% 증가)과 향초(전년 대비 53% 증가), 코코아분말차(58%)였다. G마켓 오혜진 대리는 "모두 남에게 보여주려는 과시형 상품이 아닌 혼자 즐기는 자기만족형 아이템"이라면서 "20~30대 소비자들이 내면의 만족과 위로를 얻으려는 소비 행태로 분석된다"고 했다.

'북유럽 이민'을 알아 보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도 휘게 열풍을 지피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웨덴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의 수는 2007년 1223명이었으나 2013년엔 2510명으로 늘어났다. 20~30대 사이에선 북유럽 이민 스터디, 북유럽 이민 적금 모임도 생겨나는 추세다. 북유럽 이민을 알아 보고 있다는 대학원생 현시우(28)씨는 "휘게 라이프를 헬조선에서 억지로 찾아내는 데는 지쳤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다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 다면평가제

근무·인사 평가시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주체가 참여해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상사만 부하직원을 평가했던 단편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동료가 동료를, 후배가 선배를 평가하기도 한다.

상사의 폭언으로 젊은 검사가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다면평가제가 부활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던 검찰의 다면평가제는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내부 인사평가에서 다면평가제를 시행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발생한 여러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외부에서 하의상달식 의견 수렴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다면평가제를 다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재도입한 다면평가제에는 동료가 서로를 평가하거나 후배가 상사를 평가하는 등의 방식이 추가됐다. 검찰의 내부 인사평가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이뤄진다.

부장 검사급 이상 다면평가 중 부하 직원으로부터의 평가는 전년과 당해 연도에 같이 일한 후배 검사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하 직원은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 등 5단계의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상사를 평가한다. 최고 단계와 최하 단계로 상사를 평가할 때에는 이유를 함께 적어야 한다.
다면평가제는 노무현 정부 때 공무원 승진·성과급 지급·보직관리 등에 폭넓게 활용됐지만, 이명박 정권 중반기인 2010년 1월 인기투표와 감정적인 평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검찰은 그동안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검찰청별로 소속 검사를 대상으로 1등부터 줄을 세우는 방식의 강도 높은 평가를 해왔다. 3개월 이상 미제 사건 건수나 구속, 인지 등의 실적은 평가의 중요한 잣대였다. 그러나 객관적인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부장검사 등의 눈 밖에 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상사의 영향력이 막강해 상사의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키친캐비닛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은 대통령의 저녁 식사에 초대될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대통령과 어떤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한다.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워싱턴 DC의 주류 인사들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1829년 취임한 그는 첫 내각을 신뢰하지 않았다. 관직을 갖고 있지 않은 지인(知人)들의 비공식 조언에 더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잭슨의 반대파들이 그를 비판했다. 그가 부엌을 함께 드나들 정도로 허물없는 친구들만 의지한다는 의미에서 '키친 캐비닛(부엌 내각)'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 후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의 '비공식 자문 그룹'을 일컫는 말이 됐다. 조지아주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 때는 '조지아 마피아'가, 아버지·아들 부시 대통령 때는 '텍사스 서클'이 주로 키친 캐비닛 멤버가 됐다.

키친 캐비닛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식 라인에서 할 수 없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2014년 '오바마 대통령에겐 키친 캐비닛이 필요하다'는 글을 실었다. FP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이를 활용하면 외교·안보에서의 혼란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입장이 담긴 답변서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됐고, 여야 탄핵소추위원단이 18일 공개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정치적·도덕적 비난은 받을 수 있어도 탄핵 사유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을 '키친캐비닛'이라고 했다.

그러나 캐친캐비닛은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