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때문에 관료 꿈 잃었다? 오히려 공시생 2배 늘어난 신림동 고시촌

  • 글 jobsN 이민지·박선영 인턴

    입력 : 2016.12.19 09:30

    최순실 사태, 힘 빠지지만 공부해야 해
    헌법 과목 추가, “공부 시간 늘어 부담”
    '출석스터디', '인강' 선호하는 트랜드 나타나

    12월 9일 새벽 4시 4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24시 커피숍 앞. '헌법학 단과반 모집'이라고 적힌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은 가로등 사이로 후드티를 입은 20대 청년들이 카페로 몰려 들어갔다. 이어 5급 준비 문제집과 독서대를 끌어안은 학생이 커피숍으로 따라 들어갔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공시생들/jobsN

    고려대 인문학부를 나온 김모(26)씨도 이 중 한명이었다. "카페에서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공부해요.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거든요." 2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쓴 아메리카노 2잔은 먹어야 밤새 버틸 수 있어요. 올해 반드시 붙을 거에요."

    도림천을 낀 대학동 주변 신림 고시촌에 거주하는 이 일대 수험생 1만여명. '공무원의 꽃' 5급 시험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다. 올해 5급 공개경쟁채용(행정고시) 시험의 경쟁률은 44.4대1이었다. 내년 선발 인원은 383명(외교관 후보자 45명 포함). 내년에 방재 안전직렬이 추가돼 올해(346명)보다 조금 더 뽑는다. 시험 접수는 내년 1월 17일. 딱 한 달 남았다. 현장에서 공시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jobsN

    ◇  "최순실 사태 이후로 수강생 2배 가까이 늘어"

    신림동 고시촌은 불야성이었다. 24시간 커피숍 2~3곳에는 공시생이 20~30여명 옹기종기 모여 빨간펜으로 책에 줄을 쓱쓱 쳐가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최근 5급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대거 늘어났다. 사법고시 폐지로 사시 준비생들이 행정고시로 진로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경기와 고용 전망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더 늘었다.

    신림동 한림법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종합반에 등록한 수험생은 160명이었는데, 올해는 305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프라임 법학원 관계자도 "최순실 사태 이후 관료사회에 싫증을 느낀 일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포기할 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기우였다"고 말했다.

    새벽 5시, 24시 커피숍에서 5분 떨어진 고시원 앞에서 만난 한 최모(26)씨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2년째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그는 촛불집회에 여러 차례 나갔다.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했다.

    “의욕이 밑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진짜 더럽고 추해서 '이러려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나'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아무도 그만두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공직자가 돼서 공무원 사회를 바꾸겠다며 열의에 차있는 사람이 많은 걸 보고 열심히 공부 중이죠."

    또 다른 학생은 “공직자가 됐을 때 '꼭 해야 할 일' '반듯시 하면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모든 공직자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차피 정권은 바뀌지 않나요?"

    학원을 찾아가보니 헌법 특강이 이루어지는 곳이 많았다. / jobsN

    ◇ 시험 과목 '헌법' 추가, 더 까다로워진 전형

    5급 시험은 내년부터 까다로워진다. 공시생들은 언어, 자료해석, 상황판단영역 과목을 보는 PSAT 시험과 별도로 ‘헌법’ 시험을 봐야한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60점 이상만 맞으면 되는 절대평가 시험이기 때문에 고시생들에게 크게 부담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헌법 시험에 부담이 크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학원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최모(25)씨는 헌법 과목으로 공부 스케줄이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원래 다른 과목 공부할 시간인데…. 헌법 수업까지 들어야 해서 힘듭니다"

    한 학원에서의 헌법 수업(왼쪽)과 PSAT 수업(오른쪽) 모습/ jobsN
    PSAT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헌법’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70여명의 학생들로 북적였다. 공시생 임모(28)씨는 “60점만 넘으면 된다지만 공부가 쉽지는 않다"며 "하루 공부량이 10~20% 이상 많아져 잠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는 공시생들 (왼쪽)과 삼각깁밥 아침을 제공하는 독서실(오른쪽)/jobsN

    ◇'출석 스터디'에 인터넷 강의 열풍

    신림동에는 몇 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난 듯 했다. '출석 스터디'와 '카페 인터넷 강의 공부'다.

    새벽 6시 30분, 한 독서실로 앞에서 담요를 몸에 두른 송모(24)씨가 삼각김밥을 먹으며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출석 스터디' 때문이라고 했다. 출석 스터디는 말은 스터디지만 실제 같이 공부하려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이른 아침 특정 시간에 어느 장소에 모여 서로 얼굴확인만 하고 따로 공부하는 곳으로 흩어진다. 잠이 부족한 공시생들이 늦잠을 자지 않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

    스터디원 3명이 나타났다. "00씨는 안 왔네, 늦잠 자고 있나봐요." 송씨는 00씨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다.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스터디원'은 소정의 벌금을 낸다.
    요즘 신림동 카페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커피숍 알바생이다.  카페에 앉은 공시생들이 노트북 속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느라 내부가 조용했다. 공모(32)씨는 "5년 고시 준비 기간 동안 스터디와 학원은 도움되지 않았다"며 "인터넷 강의로만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인기"라고 했다. 신림동 카페베네 사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는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시간을 정해 카페에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는 공시생이 늘었다"고 했다.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노량진에도 공시생이 몰렸다/jobsN

    여전히 지방에서 상경한 공시생도 많았다.  제주대를 휴학하고 상경한 최모(24)씨는 "모든 걸 포기하고 1년째 공부 중"이라고 했다. 최씨는 "제주도를 벗어나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취업 현실이…" 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획재정부 예산 관련 부처에서 일하고 싶어요. 하위 계층을 위한 예산을 많이 편성해서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순실 사태요? 관심 없어요. 저는 고위직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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