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꿈의 기업 '현대자동차', 그만둔 이유는?

  • 글 jobsN 최슬기 인턴

    입력 : 2016.12.09 09:09


    연세대 공대졸업…26살 취업성공
    현대자동차, 자동차부품 같은 삶
    '개발자'로 새로운 시작

    취준생이 가고 싶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돈 많이 주는 회사, 복지가 좋은 회사, 야근 없는 회사, 저마다 다양하다. 곽동우(28)씨는 ‘사람답게 일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그는 대학 마지막 학기에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요즘 대학생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가 그가 합격한 회사였다. 하지만 일년 만에 회사를 때려쳤다. 그의 직장은 6만명이 넘게 다니는 글로벌 기업에서 30명(입사 당시)이 옹기종기 일하는 스타트업으로 바뀌었다. '회사의 부품이 되기 싫어 이직했다'는 그를 만났다. 

    곽동우 씨 / 잡아라잡


    ◇공대생의 꿈의 기업 '현대자동차' 한 번에 붙어

     
    곽씨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요즘 취업이 잘 된다는 공대 중에서도 일명 전화기다. 전공을 살려 건설회사에도 지원했지만, 결국 현대자동차를 선택했다.

    -대학전공으로 ‘기계설비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도 수학, 과학을 잘해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고 공대를 갔죠.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기계설비'를 세부전공으로 골랐어요.
     
    -현대자동차에선 어떤 일을 했나요
    자동차 외장설계부서 연구원이었어요. 캐드(CAD)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동차 외장부품을 설계했어요. 협력업체들과 연락해 자동차 도면을 기한 내에 만드는 일도 했어요. ‘아반떼AD’ 제작설계도 참여했죠. 차 앞유리 밑에 보면 와이퍼가 장착된 판이 있어요. 우리 팀은 그 부분을 담당했어요.
     
    -재밌었나요?
    프로그램으로 부품설계하는 건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큰 차의 일부분을 맡다보니 재미는 없더라구요. 저도 부품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제조업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또 입사동기 60명 중 여자는 단 3명이었어요. 남성중심 딱딱한 조직문화가 있었죠. 술을 좋아해 어울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뚜렷한 상하구조는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연세대 공대 재학시절 / 곽동우 제공


    ◇좀비같은 출근길, '10년 뒤에 행복할까'
     
    2013년 2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2014년 4월 퇴사했다. 그 후 6개월 동안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 2015년 1월 ‘직방’ 개발팀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퇴사를 고민하면서도 3~4개월 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6000만원이 넘는 연봉, 복지혜택, 이런 조건들이 제 발목을 잡더라구요. 그러던 어느날, 통근버스 수십대에서 직원 수백명이 우루루 내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저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에 배치받아 기숙사에 살고 있었어요. 줄지어 회사로 들어가는 광경을 보는데 좀비영화가 떠올랐어요. ‘나도 10년 뒤 저런 모습일까?’ 그날 미련없이 퇴사를 결정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두렵진 않았나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주변 사람들이 말리진 않았나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은행에서 40년 근속한 분이세요. 조금만 버티면 편할 거라고 말리셨어요. 나중에 그만둔 소식을 듣고 곧장 서울로 올라오셨죠. 지금은 행복해 보인다며 좋아하세요. 회사동기나 친구들은 용기있는 제가 부럽다고 했어요. 사실 가장 큰 힘이 된 건 형의 조언이었어요. 형은 대우인터내셔널을 그만두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프로그래밍 학원도 형의 추천을 받았어요. 형 덕분에 용기를 얻었죠.

    곽동우씨와 인터뷰를 구경하는 팀원들 / 잡아라잡


    ◇6개월 동안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

    -직방 개발팀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직방은 집이 팔리면 게시물이 내려가고 또다시 새로운 집이 올라와요. 그 과정에서 서비스오류가 없도록 꾸준히 체크합니다. 직방 웹사이트·중개사사이트·내부직원용 관리자사이트·모바일 서버를 관리해요. 저는 개발팀 '백엔드' 파트 소속입니다. 프론트엔드는 직방 웹사이트나 앱을 열면 보이는 화면을 담당하고, 백엔드팀은 그 화면이 잘 돌아가게끔 서포트해요. 거래양이 늘어나면서 관리할 데이터가 많아졌어요. 개발팀 직원수도 늘었구요. 제가 개발팀에 6번째로 입사했는데 지금 24명이 일하고 있어요.

    -6개월 공부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대학 때 프로그래밍강의를 들은 적 있어요. 익숙한 걸 한 번 더 배우는 거라 거부감이 없었어요. 내용을 빠르게 흡수했던 것 같아요. 입사 후에도 계속 공부했어요. 개발팀에 있던 선배 5명이 학교선배처럼 도와줬어요. 해야 할 일을 천천히 하나씩 시켰어요. 제가 이곳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지켜봐줬어요.

    곽동우씨와 개발팀 / 잡아라잡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야

     
    -‘직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무조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커리어를 쌓아 창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직원 수가 적고 대표와 가깝게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바로 옆에서 일을 배우려구요. ‘로켓펀치’라는 스타트업사이트에서 작은 회사들을 찾아봤죠. 당시 떠오르던 '직방'의 채용공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서류를 넣었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직방/ 잡아라잡

    -만족스럽나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만의 시간이 많아져요. 현대자동차에 비하면 월급은 반으로 줄었지만, 삶의 질은 두 배 이상 좋아졌어요. 직방에는 레슨비와 체력단련비를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있어요. 레슨비를 지원받아 수요일 저녁에 피아노학원을 가요.

    직방 사무실 내부 모습 / 잡아라잡

    -가장 좋을 때는 어떨 때인가요?

    개발팀에서 열심히 작업해 사용자가 직방서비스를 더 편하게 이용할 때 뿌듯하죠. 그리고 2년 전 입사했을 당시 직원이 30명이었어요. 지금은 130명이 됐고 큰 사무실로 이사도 왔죠.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매우 좋아요.
     
    -취업을 준비하는 이공계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돈을 많이 받고 일하는 회사는 그만큼 자기 시간을 파는 거예요. 이미 큰 회사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각각 장단점이 달라요. 저는 함께 성장하고 싶은 회사를 골랐어요. 자신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한 후에 고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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