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신입사원 '나이 제한 없는 기업 찾아헤맸다'

  • 글 jobsN 감혜림

    입력 : 2016.11.30 09:27

    첫 번째로 40세에 신입사원이 된 사람을 두 편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 상반기 새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인데요. 만나보니 몇 가지 공통된 말을 했습니다. 

    ①민간기업은 보이지 않는 나이제한이 있다.
    ②경력 3~5년차를 넘기면 이직이 쉽지 않다.
    ③고용 안정성이 중요하다.
    ④일과 개인 생활을 균형있게 하고 싶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공통된 고민을 하다,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신입으로 재입사한 것입니다. 40세 신입사원 중 최이윤 씨부터 만나 보시죠.

    ◇ 고용안정성 고민, 이직에 '나이' 걸림돌

    2016년 상반기 부산교통공사 신입사원이 된 최이윤(40)씨. 자동차 관련 민간기업에서 10년간 재무·회계를 담당했습니다. 2014년 회사를 관두고 2년간 이직 준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민간기업에 경력직으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후 마음을 바꿔 공공기관 입사준비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부산교통공사에 입사한 최이윤씨

     -퇴사를 결심한 이유가 뭔가요?
    “당시 다니던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당장 문 닫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원 일부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했어요. 아무래도 기술 개발 인력은 두고 제가 속한 관리 직군을 줄이려고 하더군요. 처음으로 '고용 불안정'을 느끼게 됐습니다.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가 만 38세, 한국 나이로 39세였네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만뒀는데 불안하지 않았나요?
    “당연히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몇 년 뒤에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한 살이라도 적을 때 그만두겠다고 다짐했어요. 떠밀리듯이 나오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입사원에 지원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는 경력직으로 이직하려고 했습니다. 10년 동안 일했던 걸 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민간기업 경력직을 알아봤는데 경력이 10년이나 되니 오히려 걸림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무자급인 3~5년차를 선호했습니다. 출근하라고 하는 곳은 회사가 탄탄하지 않고 근로조건도 예전보다 못한 곳이 많았습니다. 1년 정도 민간기업을 두드리다가 신입, 경력 따지지 않고 공공기관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부산교통공사에 입사해 교육받던 시절 최이윤씨. 약 한 달 교육 후 부산의 한 지하철역에 배치됐다.

    -왜 공공기관에 지원했나요?
    “우선 나이 때문이었습니다. 민간기업은 사실상 제한이 있었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시험에는 스펙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1~2년 정도 공부해야 합격하는 시험이라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남자는 28세, 여자는 27세였습니다. 인사담당자 10명중 8명(84.4%)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이를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인터뷰 대상자로 민간기업에 다니는 40세 신입사원을 찾았지만 실패했습니다.

    -가족이 반대하지 않았나요?
    “이전 직장에서 '언제든 잘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고, 재취업 과정에서 불안함을 느낀 것을 알기 때문에 제 입장을 지지해주셨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셨고요. 대기업에 간 친구들도 '내가 언제까지 이 회사 다니겠냐'라고 자조섞인 말들을 하거든요.”

    조선닷컴

    ◇늦깎이로 NCS·면접 등 공공기관 입사 준비
    최이윤 씨는 2015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했습니다.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꿈의 직장' '신의 직장'으로 불립니다. 일정 수준의 연봉과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거나 갓 대학을 졸업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준비가 늦었지만, 최근 정부가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NCS는 과도한 스펙 대신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입니다.

    -NCS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NCS 홈페이지에 있는 예제를 보고 시중에 나와있는 책도 참고했습니다. 부산교통공사 시험에는 직장 매너나 공문서 작성 요령 등 문제도 있어서 오히려 직장생활을 해본 것이 유리했습니다. 토익 점수가 있긴 했지만, 만약 정형화한 스펙만 반영됐다면 아마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나이나 공백에 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까닭과 지원 동기에 대한 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포부를 밝히게 됐습니다. 5명이 함께 들어가 한 시간 정도 면접을 봤습니다. 함께 들어간 지원자들이 워낙 똑똑했고, 질문이 상세했기 때문에 쉬운 면접은 아니었습니다.”

    -합격 후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부럽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보통 마음은 있어도 시도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새로운 길을 찾는 게 참 어렵습니다.”

    역에 설치된 CCTV를 보는 등 관리 업무를 하는 최이윤씨

    ◇조직 적응하기
    올해 6월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최씨는 부산의 한 지하철역으로 부임했습니다. 행정 등 역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나이차 있는 동기들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함께 입사한 동기는 52명입니다. 평균 20대 후반이고, 제가 제일 최고령이었습니다. 의외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온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게 사실이에요. 교육 과정 중에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동기들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하는 등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열 살 정도 차이나다보니 오히려 편하게 대해주는 동기들이 많아 고마웠습니다.”

    -현재 일하는 곳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3조가 2교대로 근무합니다. 한 조에 3명씩, 전체 9명이 한 역에서 근무합니다. 제가 속한 조에는 최고 선임인 부역장님, 바로 위 선배인 주임님이 계세요. 주임님은 저보다 나이가 적으시고요.”

    -자신보다 어린 선임을 어떻게 대하세요?
    “저보다 당연히 업무를 많이 아시기 때문에 일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다가갔습니다. 최근 몇 년간 30대 초중반 신입사원이 많아서 선임들도 별로 낯설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제가 잘 적응할 수 있게 많이 이해해주십니다. 부산교통공사 문화가 굉장히 수평적이라서 나이나 직급으로 인한 갈등은 전혀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본 것이 어떤 영향을 주나요?
    “직장 동료들과 관계 뿐 아니라 업무에도 많이 도움이 됩니다. 지하철역 출구를 못 찾거나 표를 사는 방법을 모르는 고객들을 안내하면서 직접 고객을 만나게 됩니다. 지난 10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익힌 사람 대하는 방법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더군요.”

    -그동안 해온 일과는 조금 다른데,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역무원 업무가 필요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제 근무처가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입니다.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는데, 중국이나 일본 관광객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중국어나 일본어를 공부해서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표를 끊는 등 단순 업무는 기계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4개월 정도 짧게 일하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을 잃고 헤매는 고객 입장에서는 지도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화면보다 사람이 직접 나와 대화하고 함께 찾아주는 것에서 훨씬 안정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정해진 룰에 따른 업무를 기계가 더 잘할 수 있지만, 인간적 접근이 필요한 부분은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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