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에서 치어리딩 했던 자격증 16개 치기공사, 경찰로 새출발하다

  • 글 jobsN 김윤상 인턴

    입력 : 2016.11.23 09:18

    자격증 16개 보유
    좋아하는 분야 파고들어 자격증 취득
    치기공 포기하고 경찰의 길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신연호(31) 경장은 대학 시절 남성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2008년 SBS 스타킹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한 경력도 있다. 자격증을 여러개 보유한 ‘자격증 왕’이기도 하다. 치기공사, 호주 수영코치, 수상인명구조원 등 취득한 자격증이 16개에 이른다. 2014년 12월 임용돼 현재 양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연호씨 제공
    ◇ 좋아하는 일 파고들어 자격증 취득
     
    -남성 치어리더라니 특이합니다
    운동 경기 치어리딩과 달라요. 단체 군무에 가깝죠. 화려한 쇼와 기예에 가까운 동작을 선보입니다. 영화 '브링잇온'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대학시절 동아리로 시작했어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재능 있는 친구들이 모이면서 프로에 가까워졌어요. 학교 ‘치어리더 페스티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구요. 2008년 ‘푸른성남 청소년 응원제’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이름이 알려졌어요. 이후 '스타킹'에 출연했구요.
     
    -수많은 자격증을 갖고 계시네요.
    좋아하는 일을 깊이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수영을 좋아해서 수상인명구조자격증(2007), 스쿠버다이빙 자격증(2012) 등을 취득했고, 커피에 관심이 생겨 바리스타 자격시험(2012)을 쳤어요. 특별한 목적을 갖고 한 일은 아녜요.
    스타킹에 출연한 신연호씨와 동료들 / 신연호씨 제공

    신연호씨 제공
    -애착 가는 자격증이 뭔가요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이요. 실기시험 전 10일간 교육을 받아요. 매일 수영장에서 전문강사에게 훈련 받죠. 구조 대상의 자세에 따라 구조하는 방법을 세밀하게 배워요. 제일 힘들었던 과목은 ‘탈출’이에요. 익수자가 물 속에서 갑자기 붙잡을 때 탈출하는 훈련입니다. 일단 같이 죽는 상황은 벗어나는거죠. 강사가 물에 들어가 익수자 역할을 하고 교육자 목을 갑자기 끌어안습니다. 앞에서 잡으면 ‘앞목탈출’, 뒤에서 잡으면 ‘뒷목탈출’인데 ‘뒷목탈출’이 훨씬 어렵고 힘들어요. 준비할 틈도 없이 갑자기 붙잡으면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자격증이 경찰 업무에 도움이 되나요?
    불에 타거나 익사한 시체는 신원 파악이 어려워요. 치아 상태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이 보면 똑같지만, 제가 갖고 있는 치기공사 자격자가 보면 달라요. 라미네이트를 했는지, 어떤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는지 등으로 나이를 추정할 수 있죠. 수상인명구조자격증은 한강구조대, 바닷가 근처 육지경찰 등 업무에서 활용될 수 있어요. 경찰 업무 중은 아니지만 필리핀 세부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바다에 빠진 민간인을 구조한 경험이 있습니다. 경찰 돼서는 지금 맡는 여성청소년계 업무를 위해 학교폭력상담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신연호씨 제공

    신연호씨 제공
    ◇ 치기공사 대신 경찰관의 길로
      
    원래 꿈이 경찰은 아니었다. 2004년 고교를 졸업하고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신흥대 치기공과에 입학했다. 부모 조언에 따라 성적에 맞춰 진학했다. 치기공사는 치과보철물, 교정장치 등을 제작 수리하는 일을 한다. 2010년 2월 대학 졸업 후 호주에서 2년간 치기공사 연수도 받았다.
     
    -치기공사를 열심히 준비하다 경찰을 준비한 이유는요?
    호주에서 연수를 마치고 여행을 다녔어요. 호주, 싱가폴, 필리핀을 두 달간 구경했죠. 여행 중 길을 잃을 때나 통행권 끊는 방법을 몰라 헤맬 때 현지 경찰 도움을 받았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통경찰도 멋있어 보였어요. 거리의 재판관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외향적인 성격이에요. 앉아서 일하는 치기공 업무보다 활동적인 일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쉽게 방향 전환이 되던가요.
    두려운 마음이 들었죠. 7년 넘게 배우고 일했던 분야를 포기하는 일이니까요. 학교 다닐 때 과대표를 했고 소질도 있어서 교수님들은 제가 치기공 쪽 일을 계속 하기 바라셨어요. 이런 위치를 버리고 불확실한 시험을 준비하는거라 겁이 났어요. 하지만 한번 마음 먹은 일이니 승부 보기로 했죠.
      
    2012년 12월 귀국 즉시 노량진 고시원에 입성했다. 무조건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당시 28살. 빠른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할 때 새 꿈을 찾아 나섰다.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치기공 업무는 미세한 손놀림이 중요해 잠시 쉬면 모두 잊어버린다. 절박한 마음이었다. 종합반에 들어가 기초부터 배웠다. 3차례 도전 끝에 2014년 3월 경찰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 

    ◇ '경찰입니다' 했더니 안심하던 시각장애인

    -경찰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종각 부근을 걷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길 헤매는 걸 발견했어어요. 다른 사람이 모두 스쳐갈 때 경찰로서 의무감이 생겨 안내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왜 이렇게 친절하냐’며 경계하시는 거예요. 그때 ‘경찰입니다’고 했더니 안심하시며 의지하셨어요. 경찰이니까 믿는거죠. 일반 시민으로 행동할 때와 경찰로 행동할 때 무게가 다릅니다. 어떤 일을 하건 책임감이 생기고, 신뢰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사명감은 경찰만 가질 수 있습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언젠가 되는 시험이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틈틈이 운동하며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경찰업무를 하다 보면 밤새는 경우도 많고 일이 거친 경우가 많아요. 따뜻한 인성도 중요합니다. 다급한 상황에 처한 약자를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내심을 갖고 대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어릴 때부터 교통경찰이 해보고 싶었어요. 형사 업무도 궁금합니다. 아직 2년차 경찰이라 다양한 근무를 통해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초심 잃지 않고 친절과 봉사로 다가가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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