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초과근무하면 감방 보낸다는데..'근로시간 세계2위' 한국은 뭐하나

  • 글 jobsN 이신영

    입력 : 2016.11.10 09:14

    일본, 24살 신입사원 자살 사태로 근로시간 문제 엄격 대처
    한국은 근로시간 단축 법안 1년 이상 표류
    전문가들 "법 이상 근본 대책 필요하다"

    #1. 지난 8월, A사의 휴대폰 개발자 2명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이 회사 게시판에 올라 화제가 됐다. 게시물을 올린 직원은 “무선사업부 연구원 두 분이 고인이 됐다”며 “회사에서 쓰러진 지 몇 달째 업무에 복귀를 못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20~30% 줄었는데 일은 늘거나 그대로고 사기 저하와 과로로 힘겹다”고 했다. 이 글에 한 직원은 “신작 일정을 맞추느라 과중한 업무가 떨어져 과로사한 것 같다”고 의견을 썼다. 이에 대해 사측은 “두 고인은 야근과 특근 기록이 없어 과로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2. B사도 지난 7월 과로사 논란이 있었다. 소속 30대 개발자가 사우나에서 씻다가 사망한 것. 당시 사측은 “과로사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주말에 겨우 시간이 생겨 사우나에 씻다 심장마비에 걸렸다”고 증언했다.

    과로사 의심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직장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광고회사 덴쓰를 다니던 24살 신입사원이 살인적인 근무 때문에 자살하자 “초과근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어 형사처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반면 우리는 개선의 여지가 안보인다. 정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0시간으로 낮추는 근로시간 단축법안을 담은 노동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감안할 때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올해 안에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살인적인 근무강도 문화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jobsN 안수진 디자이너


    ◇ 일본은 초과근무하면 ‘감방에 넣겠다’ 초강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이다.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로,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은 것이다. 347시간은 43일 노동시간에 해당한다. OECD 평균보다 43일 더 일한 셈이다. 한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두 달이다.
     
    오래 일한다고 보상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작년 우리나라 평균 실질임금은 3만3100달러로, OECD 평균(4만1253달러)의 80% 수준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719시간으로 한국보다 394시간 적다. 그러면서 실질임금은 3만 5780달러로 한국보다 높다. 한국의 직장인은 일본보다 약 49일 더 일하면서, 연간 실질 임금으로 일본 직장인의 92.5%를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사정이 나은데도 초과근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덴쓰 직원 자살 사건이 계기였다. 이 직원은 정부 조사 결과 산재를 인정받았다. 이후 강력한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일본 노동국은 "형사 사건으로 입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광고업체 덴쓰를 압수수색했다. 일본은 하루 8시간 1주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노사협정에 따라 잔업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됐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올해 16개 시도별 근로시간/고용노동부 제공


    ◇ 한국은 근무 시간 단축법안 1년 넘게 표류만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을 OECD 평균치인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후속 움직임이 부진하다. 주당 근무 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주당 근무시간 한도는 주5일 법정근로 시간(40시간), 연장 근로12시간), 휴일근로(18시간)를 합쳐 68시간이다. 이를 52시간으로 줄이자는 게 법안의 주요 골자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9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지난 5월 다시 발의했지만, 상임위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12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해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여야 의원들을 설득 중이다”고 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의혹 개입 파문 때문에 ‘올스톱’된 국회 사정을 감안하면, 실현될 지 미지수다.  

    각 국가별 근무시간//OECD 홈페이지


    법이 통과된다 해도 큰 의미가 없을거란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법정 근무시간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형사처벌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법 위반을 이유로 기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문화된 조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더라도, 위반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많은 기업 감독 대상을 기존 300개에서 최근 500개로 늘렸다”며 “근로시간 축소 캠페인과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근무시간 풍자 삽화를 그린 양경수 작가의 그림/양경수 작가


    ◇ 전문가들 “근로시간 줄이려면 순환보직제부터 없애야 한다"

    전문가들은 “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기 어렵고, 기업의 경영진과 책임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사전문가인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장시간 근로 문화에 대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관계중심형 한국문화, 둘째 순환보직제, 셋째 상사의 역량이다.

    박형철 대표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을 보면 입사할 때부터 전문성을 가지고 한 보직에서 능력을 쌓는다”며 “그러나 한국은 2~4년 단위로 무조건 보직을 바꾸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지속적인 순환보직 하에선 부임 초기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야근을 한다. 상사에 잘 보여야 다음에 좋은 부서를 갈 수 있어 예쁨 받기 위해 야근한다. 일의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상사의 비상식적인 업무요구 조차 물리칠 수 없어 밤새는 일도 생긴다.  

    박 대표는 “갑작스러운 상사의 요구로 업무가 바뀌거나 늘면서 근로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애초에 업무 방향을 잘못 지시하고, 막판에 아이디어를 내놓는 상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내부 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야근이 일상이다. 기업에게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을 주기 전에, 정부 부터 개인의 역량에 맞게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순환보직 문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장 심각하다”며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법안만으론 개선하기 어렵고, 문화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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