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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파산 → 서울대 전체 수석 졸업 → 삼성 입사 제의 거절 → 100억대 회사 만든 20대 '흙수저'

    입력 : 2016.10.26 09:21


    P2P업체 어니스트펀드의 서상훈 대표
    '대기업도, 공무원도 자극제가 되지 못한다"

    학점 4.3만점에 4.28. 서상훈(27) 씨는 2014년 서울대를 수석졸업했다. 소속인 경영대학이 아닌 대학 전체 수석이다. 인턴으로 일하던 삼성SDS의 “우리 회사에 정식 입사해 달라”는 제안을 뿌리쳤다. 그리고 선택한 길은 창업.

    서씨는 '어니스트 펀드' 창업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다. P2P대출을 전문으로 한다. P2P 대출은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뒤 대출을 원하는 다른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빌리는 사람은 금융권 대출이자보다 싸게, 투자자는 예금 금리보다 높게 돈거래 하는 게 목적이다.

    '어니스트 펀드'는 주로 30~40대 직장인을 상대하며 창업 1년 반 만에 거래 건수 14만2000건, 대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직장인 대출 전문 P2P 업체 중 2위에 해당한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신한금융그룹 등으로부터 6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받을 때 회사 가치는 100억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훈 어니스트 펀드 대표/잡아라잡


    ◇ 삼성 입사 제의를 거절했다

    “흙수저도 안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뼈수저’라 할 수 있겠네요.” 원래 어렵진 않았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당하며 급격히 기울었다. 20평 짜리 작은 집을 압류 당할뻔 했고, 친척에게서 빌린 돈으로 하루 하루 연명했다.  

    -어려운 형편에 서울대에 가셨네요.
    “가난하니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중산고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동기들은 대부분 고시 준비를 하더군요. 저는 휩쓸리지 않고 경영학만 팠습니다. 매일 도서관에 갔고, 기업 케이스를 연구했죠. 그렇게 해서 4년간 두 과목에서 A0를 받고, 나머지는 모두 A+을 받았습니다. 4년 내내 장학금은 물론이었구요.”

    대학 재학 시절 경영을 배우기 위해 맥킨지코리아와 삼성SDS에서 인턴을 했다. 맥킨지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그에게 입사지원을 권유했고, 삼성SDS는 정규직 전환을 제시했다. 모두 거절했다. “맥킨지코리아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 도달하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믿음만으로 뛰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창업에 더 확신을 갖게 됐고, IT개발 공부에도 도전했습니다.”
     
    -가정형편이 안 좋은데, 부모님이 아쉬워하지 않으셨나요.
    “부모님의 교육방침이 ‘나는 너에게 조언하지 않는다’에요. 부모님은 지방에서 학교를 나오셨고 어렵게 살아오셨습니다. 무조건 저를 믿어주시고 제가 가는 방향을 응원해주셨어요.”

    2014년 학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 뉴욕에 있는 벤처캐피탈회사에 입사했다. 2개월 동안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면서 한 P2P회사를 접했다. 구글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였다. “투자 대상을 찾으려고 사업계획서를 100개 넘게 검토했는데, P2P 사업이 눈길을 확 끌더라구요. 그 길로 사표를 냈습니다.”

    서상훈 대표/잡아라잡

    삼성 포기 후회 안 한다. 꼭 변화 만들겠다

    2015년 초 한국으로 돌아와 10평이 조금 넘는 반지하 방을 빌러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후배를 설득해 개발자로 합류시켰다. 한국에 맞는 대출·투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초반 안착이 잘 되던가요.
    “어려웠죠. 직원들에게 최저 시급만 줬습니다. A은행을 10년 넘게 거래했는데, 사업자금을 안빌려줘 자금이 부족했거든요. 투자 받는 건 더 어려웠습니다. 은행을 찾아다니며 제휴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사업계획 자료를 받아가고 연락을 끊은 은행도 있었죠."

    -금융사들이 보수적이었군요.
    “10곳 정도 거절하니 ‘이거 가능할까’란 의심이 들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무시하는건가' 생각이 들어 일부러 ‘2대8’ 가르마에 나이 들어 보이는 안경을 쓰고 찾아가기도 했는데 허사더군요. 주변에선 ‘서울대 나와 대부업체 하냐’ ‘정말 돈이 궁했나 보다’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상처 받았죠. 그렇게 6개월을 아무 성과 없이 날렸습니다.”

    대부업체에서 연 30% 가까운 금리로 돈을 빌려 겨우 유지했다. 포기할만 했다. 하지만 되레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주다뇨. 우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 금세 돌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 비즈니스 정말 되겠다’구요.” 

    신한금융그룹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살아났다. 서비스에 필요한 자금이체·가상계좌 수수료를 면제받고, 지분 투자까지 받았다.

    어니스트펀드의 한 투자상품 설명서/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 캡처


    ◇ 은행 이용 못 하는 전문직·고소득 직장인이 주요 고객

    출시에 성공한 어니스트펀드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3~17% 수준이다. 보통 4~6등급인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자들은 평균 10.4% 정도 수익률을 내고 있다.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투자 기간은 보통 18개월이다.
     
    “직장인이면 신용등급이 7등급이더라도, 돈을 갚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은행들은 대출심사를 어떻게 할까요. 만약 연봉이 3000만원이라면 여기에 150%를 곱해서 대출한도를 ‘4500만원’으로 정해둡니다. 이걸 넘어서면 대출을 안해주죠. 연봉이 1억원을 넘어도 월세 300만원짜리 집에 살면 대출상환 여력이 없을 수 있어요. 반면 연봉이 3000만원이라도 부모 집에 살면 대출상환 여력이 클 수 있죠. 은행들은 이런 상환 가능성을 따지지 않아요. 대출한도란 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의 크기'인데, 기계적으로 계산만 하는 거죠. 이렇게 은행에서 거절당해 연 20%가 넘는 금리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저희 고객입니다.”

    어니스트펀드 대출자들의 연체율은 0.1~0.5% 내외. 시중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0.34%(8월 현재)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대출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전문직 종사자나 직장인이 많습니다.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낮을 뿐, 평균 연봉이 5천만원을 넘습니다.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거절당해 저희 사이트를 찾아 오세요.”

    -기억에 남는 대출자가 있나요.
    “몇 달 전 처음 대출을 받아간 30대 초반 자영업자가 상환을 마치신 일이 있었어요. 대출 받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있던 분이었죠. 재무상황이 나빴지만, 열정과 기술을 믿고 빌려 드렸어요. 결국 사업이 잘 돼서 상환일자가 많이 남았는데도 일찍 갚으셨어요. 여유가 생겨 아이를 갖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서상훈 대표/잡아라잡


    ◇ 금융에 바람 일으키겠다

     어니스트펀드는 100여개에 달하는 대출상품을 묶어 분산투자하는 방식을 쓴다. 투자하면 100여명의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효과가 난다. 신용등급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대출자를 고르게 구성해, 누구 하나 대출을 못 갚아도 피해가 미미해진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정확하게 1:1로 연결하면, 못갚는 사람을 만난 투자자는 투자금 전체를 날린다. 반면 대출자를 100여명으로 분산시키면, 연체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르게 분담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대출 심사는 철저하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기관의 개인 신용정보, 향후 상환 계획과 소득 흐름, 고정지출과 변동지출 등을 따진다. 때로 SNS 등을 활용해 대출희망자의 온라인 평판을 확인한다. 대출 신청자 대비 대출승인율은 30%에 못미친다.

    어니스트펀드는 곧 대출자와 투자자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아 본격적인 매출을 일으킬 계획이다. “규모를 늘리기보다 새로운 대출심사와 마케팅 기법을 실험하는 단계에요. 아직 매출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와 삼성의 제안을 거절한 데 대한 후회는 없습니까.
    “대기업도, 공무원도 저에겐 자극제가 되지 못합니다. 재밌는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일으킬 변화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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