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준비하기 힘든 소방간부후보생시험, 그 여자의 합격 비결

올해 여자소방간부후보생 4명 중 1명
준비한지 9개월만에 합격
끝까지 기본서 놓지 않은 것이 비결
 
'존경받는 직업 1위' 소방관을 지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그중 '소방간부후보생'은 간부급 직원으로 채용되는 이점 때문에 고시에 버금가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방간부후보생시험에 합격하면 1년 간 교육을 받은 뒤 6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소방위'로 임용된다. 경찰의 경위와 비슷한 직급이다.

간부로 임용되면 구조 현장을 통제하는 일을 맡고, 행정직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문이 매우 좁다. 올해 1월 모집한 22기 시험에선 총 30명이 합격했다. 그 중 4명이 여성이었다. 소방간부 시험은 혹독한 체력시험을 치러야 해 남자도 도전하기 어렵다. 여성 합격자 4명 중 한 명인 김희아(26)씨를 만나 합격 비결을 들었다.

◇ 경제학과 졸업 후 처음에는 금융권 공기업 준비

김희아 씨는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원래 금융 공기업을 꿈꿨지만 고민 끝에 진로를 변경했다.
 
- 왜 진로를 바꾸셨나요?
전공을 살리면서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어 금융 공기업을 지망했어요. 하지만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다시 생각해 보니 금융권을 꼭 가야겠다는 열정이 없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렸을 때 소방관을 꿈꿨다는 게 떠올랐어요.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준비했습니다.
 
- 그중 간부후보생시험에 도전하셨네요.
7·9급 소방공무원보다 선발인원이 적어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열심히 하면 두려울 게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다른 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소방간부후보생 준비에 올인했어요.
 
- 경제학 전공을 살리지 못해 아쉽지 않나요?
아뇨. 금융 공기업과 소방간부후보생시험 둘 다 합격했어도 소방간부를 선택했을 거에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거든요.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 9개월 준비, 기본서 위주로 10번 넘게 회독해

소방간부후보생시험은 필기시험→체력시험→신체 및 적성검사→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22기 시험은 필기 65%, 체력 25%, 면접 10% 비율로 점수를 합산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필기는 25문항 5지선다형 방식이며 4개의 필수과목(한국사, 헌법, 소방학개론, 영어)과 2개의 선택과목으로 구성됐다. 필수과목 가운데 영어는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하는데, 토익 기준 700점을 넘으면 된다. 선택과목은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물리학개론 등 14개 과목 중 2개를 골라 응시한다.

내년에 전형 방식이 개편된다. 인문·사회와 자연계열로 나눠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달라진다. 필기 75%, 체력 15%, 면접 10%로 필기시험 비중이 높아진다. 선발 인원은 인문·사회와 자연계열 각 20명 씩이고 여자 후보생은 2명씩이다.

김씨는 작년에 시험 준비를 결정하면서 전형 방식이 개편되는 2017년 대신 2016년 시험에서 바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보통 1년 반 정도 준비하지만, 김씨에게 남은 시간은 9개월에 불과했다. 선택과목으론 행정법과 경제학을 골랐다.

- 준비시간이 무척 짧았네요?
촉박했죠. 짧지만 최대한 집중해서 꼭 합격하리라 마음 먹었어요. 하루 10시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초반에 인터넷 강의를 매일 3시간 듣고 꾸준히 복습했구요. 모든 강의를 들은 후엔 기본서만 봤어요. 시험 한 달 전까지 과목 별로 10번 넘게 읽었습니다. 그후 기출문제집을 풀었습니다.
 
- 어떤 과목이 어려웠나요?
헌법이랑 행정법이요. 법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감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일단 읽어 나갈 수 밖에 없었어요. 이후 5회독 차 부터 이해 안되는 부분을 형광펜으로 강조하며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또 자잘한 조항이나 판례는 수첩에 적어 수시로 봤습니다. 한국사는 따로 정리된 필기노트를 구입해 여러 번 읽었구요. 시험 한달 전 부터 기출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소방간부후보생시험은 모든 문제가 비공개라 7급 공무원 기출문제를 활용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어요.
 
- 필기시험 노하우가 있다면요?
어떤 과목이든 기본서를 제대로 마스터하는 게 중요해요. 기출문제집을 한 달 전에 볼 정도로 촉박하게 준비했지만, 기본서 회독은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회독을 늘리면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죠. 그래야 기출문제집 풀 때 수월해요. 시험 바로 전날까지도 기본서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 틀린 답 말했지만 잘 대처해 합격
 
- 체력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윗몸일으키기, 제자리 멀리뛰기 등을 보는데요. 꾸준히 운동해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해요. 대학에 들어와 암벽등반, 등산 같은 운동을 해서 많이 힘들 지는 않았습니다. 시험공부 할 때 달리기와 자전거로 체력을 유지했구요. 본격적으론 필기시험 합격 후 체력시험입시학원에 등록해 준비했습니다.
 
-면접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단체면접과 개인면접으로 나뉘어요. 단체면접은 조별로 토론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소방 이슈 외에 시사 이슈도 나옵니다. 저희 조는 ‘문·이과 통폐합에 찬성하는가?’란 주제를 제시받았어요. 소방 조직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고 협력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제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맞추면서 토론에 임했습니다.
 
-개인면접은 어땠나요?
면접관 3명 앞에서 5~10분 정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전공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는데, 틀리게 말했어요. 당황했죠. 하지만 이후 대처는 잘한 것 같습니다. 답변을 수정하고 수습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 면접 노하우가 있다면요?
스터디를 만들어 준비했습니다. 매주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연습을 했어요. 개인면접도 함께 준비하고요. 서로 의지할 수 있어 혼자 하는 것보다 좋았습니다.
 
- 준비생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불안할 때마다 “이거 아니면 절대 안돼” 라며 스스로 다그쳤어요. 끝까지 자신을 다잡는 게 중요합니다.

◇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겁니다

- 3월 합격 후 합숙교육을 받고 있는데, 생활은 어떤가요?
활동적인 교육을 많이 받아요. 화재 구조 훈련, 수영·스쿠버 교육 등을 받았습니다. 여자 후보생 4명이서 의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본봉의 80퍼센트를 교육비로 받고 있는데요. 부모님 선물을 사드리고 동기들과 여행도 다녀왔어요. 빨리 교육이 끝나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 소방관으로서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 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