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박차고 나온 31세 남, 그가 만든 학교는?

    입력 : 2016.09.22 09:05

    삼성전자 5년 차 대리
    퇴사도 공부하자! ‘퇴사 학교’ 설립
    신입사원부터 임원급까지 모여
    지난 5월, 퇴사를 가르치는 학교가 생겼다. 이름은 ‘퇴사 학교’. 삼성전자에서 4년 넘게 근무하다 퇴사한 장수한(31)씨가 만들었다.

    장수한씨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 사회가 인정해주는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 길에 자신은 없었다는 걸 발견했다. 서른이 넘어서야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삼성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 퇴사를 공부하다?

    퇴사학교 교육 모습 / 장수한 대표 제공

    ‘퇴사 학교’에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개교 4개월 만에 700명이 퇴사 학교 문을 두드렸다. 지금 수강생은 약 200명. 학생들은 20대 신입사원부터 50대 부장급까지 다양하다. 지방에서 주말마다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수업료는 과목당 3만~5만원 선이다.

    -‘퇴사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두 가지를 배웁니다. 첫 번째는 자신을 알아가는 거예요. 저는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힘들었어요. 내면을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퇴사학개론’이나 ‘강점 탐색’ 과목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도록 합니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거예요. 나보다 먼저 창업을 하거나 MBA 공부를 했던 사람들에게 진로의 팁을 얻어 가는 식입니다.

    -강사는 누가 있나요?
    30명 정도 있습니다. 대기업 다니면서 식당을 창업하신 분도 있고, 변호사를 준비하신 분도 있어요. 하지만 유명한 분들은 없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이 현실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거창한 조언을 받으면 현실성이 떨어지잖아요. 2-3년 정도 먼저 그 길을 간 선배에게 실질적인 팁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업을 듣고 퇴사를 많이 하나요?
    "이 수업 듣고 바로 회사를 때려 치우겠다"는 마인드로 와서 회사에 계속 다니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본인이 퇴사하기에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다니던 직장에서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죠.

    -퇴사 리스크가 얼마나 크면 학교까지 다니는 건가요?
    가장 큰 부분은 수입이죠. 부양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평일엔 회사를 다니고, 주말엔 창업을 준비한 분도 있습니다. 일정 수입이 난 상태에서 퇴사했어요. 회사가 너무 바쁘면 불가능할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선준비 후퇴사를 권합니다.

    ◇ 장수한 대표가 삼성을 나온 이유

    장수한 대표 / 본인 제공

    장수한 대표는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 저자로 먼저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사부터 재직, 퇴사까지. 삼성전자에서의 4년을 책에 담았다.

    -삼성은 왜 나오신 겁니까?
    수직적인 분위기와 비효율적인 업무가 반복되는 게 싫었습니다. 예를 들면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고, ‘워크숍을 위한 워크숍’을 하는 식이었죠. 삼성에서 열심히 일하면 과장 · 부장 · 임원으로 승진할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조직에 적응을 못한 건 아니냐는 의문도 있더라구요
    회사는 잘 다녔습니다. A고과(약 상위 10%)도 받았습니다. 전략기획 · 글로벌 세일즈 · 사내배치 부서에 있었는데, 쉽게 갈 수 없는 부서예요. 나름 인정받는 사원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나왔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조직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요?
    충분했습니다. 2년이 지나고 나니, 안 맞는 조직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로부터 2년의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원치 않던 조직 문화지만, 점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닮아갔어요. 더 익숙해지기 전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퇴사할 때 특별한 계획이 있었나요?
    그러지 못했습니다. 똑똑한 퇴사는 아니었죠. 좋아하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 삼성전자 입사부터 퇴직 이야기를 썼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제가 예민해서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게 퇴사 학교의 시작이 됐습니다.

    ◇ 연봉은 반토막, 행복은 두 배

    퇴사학교 수업 현장/ 장수한 대표 제공

    -퇴사하고 창직을 하셨는데 행복하신가요?
    회사 다닐 때보다 수입은 반도 안되는데, 할 일은 늘었습니다.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 먹는 것도 고민하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고,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어 괜찮아요. 학생들을 보면 보람도 느끼구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10월에 가을학기를 열어요. 계속 강의 단위로 운영하다가 처음으로 학기제로 운영하는 건데 안정화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신중하게 퇴사를 결정하고, 그 다음을 설계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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