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 힘드시죠? 저렴한 비용으로 증명사진 찍으세요

취업난에 허덕이는 취준생 돕고싶어
증명사진 촬영 5000원
사진+정장대여+헤어='열린사진관'탄생

이력서 사진을 찍으려면 평균 2만~3만원 든다. 이미지파일을 따로 받으려면 몇 천원 추가해야 한다. 지하철역에 놓인 즉석사진도 1만원을 웃돈다.

취업준비생을 위해 탄생한 ‘열린사진관’. 단돈 5000원에 취업사진을 찍어 준다. 촬영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고 남자 5000원, 여자 1만원을 추가하면 헤어스타일링도 해준다.

 ‘열린사진관’은 바라봄사진관, 열린옷장, 김청경오테르(체인 헤어샵)가 뭉쳐 올해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라봄사진관은 장애인, 소외계층의 가족사진을 찍는 일명 '착한'사진관이다. 열린옷장은 정장을 기증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다시 빌려주는 곳이다. 김청경오테르는 사회적공헌에 앞장서 활동하는 헤어샵이다.

이들 3곳은 따로 영업을 하면서, 매주 목요일 15명 한정예약제로 열린사진관 서비스를 한다. 2주 전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가 좋다.
   
 그들은 왜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에 주목했을까.

* 인터뷰는 나종민(바라봄사진관 대표), 김소령(열린옷장 대표)씨와 진행했습니다.

◇ 바라봄사진관과 열린옷장이 만나 '열린사진관'

-'바라봄사진관'을 소개해주세요.
(나종민, 이하 나)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입니다. 2012년부터 여러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1+1프로젝트’가 있어요. 일반 고객 한 명이 돈을 내고 사진을 찍으면, 그에 매칭해 한 장애인·소외계층의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는 식이죠. 한 달에 한 번, 장애인가족을 선정해 머리손질부터 식사, 가족사진 촬영까지 무료로 선물하는 '오로라프로젝트'도 하고 있어요.

-'열린옷장'을 소개해주세요.
(김소령, 이하 소) 정장을 기증받아 저렴하게 대여해줍니다. 셔츠는 5000원, 자켓은 1만원이에요. 2012년 3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12명이 함께 해요.
   
-수익은 어떻게 내고 있나요.
(나) 일반인 촬영, 기업 의뢰 출장촬영으로 돈을 벌어요. 또 후원자가 200명이 넘어요. 하지만 임대료, 직원 월급, 활동비를 빼면 남는 돈은 없어요. 생활은 예전 직장생활할 때 벌어놓은 돈으로 하고 있어요.
   
(김) 초반에는 우리 옷 10벌로 시작했어요. 1년 동안 수입이 없었어요. 그러다 세탁을 돕거나 옷을 기증하겠다는 분들이 나타났어요. 보유한 옷이 늘면서 지금은 고객이 꽤 됩니다. 시작할 때 한 달 100명만 와도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지금은 한 달 1500~2000명이 빌려 가요.   

-기증자가 계속 늘어나나요?
(김) 네. 기증할 때 편지를 넣어주시는 분이 많아요. ‘100번 넘는 면접에서 입었던 소중한 옷이다’  식이죠. 형편이 나아진 고객이 옷을 기부하겠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기증자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김) 주머니에 작은 편지지를 넣어 옷을 대여해 드려요. 80% 이상 편지를 써서 반납해요. 옷을 입고 면접 봤던 이야기가 담겨있죠. 그 편지를 모아 기증자에게 전달해요. 감사의 표시로 기증자에게 스토리를 선물하는거죠. 그 즐거움에 단골 기증자가 되시는 분이 많아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옷의 매력에 빠지는거죠.

◇ IT회사, 광고회사 그만두고 두번째 인생 시작

- 원래 어떤 일을 했나요?
(나) IT업계에서 21년간 일했어요. 45살이 되던 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만두고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매일 사진기를 만지면서 실력이 늘었죠.

(김) 광고카피라이터였어요. 15년 회사를 다니다,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시민단체 ‘희망제작소’에 찾아갔어요. 직장인을 위한 3개월짜리 사회공헌 교육 프로그램에 신청했죠. 그때 만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열린옷장을 열었어요.
   
- 서로 어떻게 알게 됐나요?
(김)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니어 스쿨’에서 나종민대표를 만났어요. 모임에서 이름 그대로 사회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법을 토론했어요.

- 헤어샵 김청경오테르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나) 바라봄사진관의 '사진유랑단프로젝트'에 김청경오테르팀이 참여하며 인연이 됐어요. 매주 월요일마다 지방으로 내려가 장애인분들에게 증명사진을 선물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김청경오테르팀이 머리를 정돈해 주셨어요.

◇취업준비생 증명사진 5000원, 열린 사진관 탄생

-열린사진관은 누가 아이디어를 냈나요?
(나) 저요. 취준생을 위해 뭔가 하고싶더라구요. 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취준생에겐 증명사진이 필요하죠. 그렇게 결정하고나니, 정장이 필요했어요. 헤어·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죠. 곧바로 김소령 대표와 김청경오테르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하루 만에 열린사진관이 탄생했죠.

-하루만에요?
(김) 전화를 받자마자 오케이했어요. 열린옷장 고객의 80%가 취준생이에요. 열린옷장의 대여기간은 기본 2~3일인데, 한 시간 정도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2만원을 내고 옷을 빌리는 경우가 있어요. 더 저렴하게 빌려줄 방법을 고민하던 차였는데 잘됐죠.

-가격은 어떻게 정했나요?
(나) 완전 무료로 해버리면 사진퀄리티에 믿음이 안갈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많이 받으면 취준생을 돕는 의미가 사라지죠. 5000원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어요. 좋은 취지라도 가격면에서 혜택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옷은 무료구요.

-헤어와 메이크업 가격은요?
(김) 김청경오테르와 함께 시장조사를 했어요. 건대·홍대미용실을 알아보니 평균 5만원 정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헤어는 남자 5000원, 여자 1만원, 메이크업은 남자 5000원, 여자 3만원으로 책정했어요.

 -반응이 좋았나요?
(나) 처음에는 하루 4~5명 정도 왔어요. 이젠 몇주 전부터 예약해야돼요. 더 많은 분들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있어요.

(김) 처음에 이렇게 좋은데 왜 안올까 싶었죠. 그러다 다녀간 손님들이 주위사람에게 홍보하며 입소문를 탔어요.

-예상한 반응인가요?
(나) 기획할 당시, 4가지를 확신하며 추진했어요. 첫째, 대한민국 이력서에 사진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증명사진은 필요하다. 둘째, 취준생에게 헤어스타일링 1만원이면 저렴하다. 셋째, 취준생에게 저렴하고 깨끗한 정장이 필요하다. 넷째, 고퀄리티의 사진이 필요하다. 이것만 만족시켜주면 꾸준하게 수요가 생길거라 판단했죠.

◇ 아이디어 떠오르면 바로 행동하세요

-사회공헌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세요.
(나) 아무리 가치 있는 일이라도, 권해드리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일정기간 소득없이 살 수 있어야 하니까요. 스스로 재미도 느껴야해요. 좋은 뜻만 가지고 유지할 수 없어요. 능력도 필요해요. 하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모습이 좋은 동기부여가 됐으면 해요.

(김) 나대표님은 ‘착한사진가’, 저는 ‘옷장지기’에요. 우린 창직(創職)한 셈이에요. 좋은 일이 중심이 되는 없는 직업을 만든거죠. 돈을 많이 모아 기부하려면 끝도 없어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다른 프로젝트도 준비하나요
(김) 관악고용센터와 MOU를 맺었어요. 기초수급자에게 옷을 무료대여할 예정이에요. 또 '십시일밥'이란 비영리단체에 매달 100만원씩 기부해요. 사회에 도움될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나) 운영하며 남는 돈이 생길 때,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중요해요. 열린사진관도 머릿속에 떠오르자 마자 만들었듯,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바로 실행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