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外선 한 만큼 인정받아… 일이 즐겁고 가슴 뛰어요"

네덜란드 IT 기업에서 일하는 '잡 노마드' 박석민(가명·32)씨에게 회사는 '놀이터'다. 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동료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다 개발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박씨가 앱 개발을 위해 디자인을 직접 배우고 싶다고 하자 회사에서는 "적극적인 태도가 좋다"며 디자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시간과 돈을 지원해줬다. "6년 전 다녔던 한국 IT 회사였다면 '시간 낭비 말고 업체에 의뢰해라'고 했겠죠." 그는 한국 회사에서 입사 1년 차가 낸 아이디어를 채택해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혜민(27)씨도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14년 인도에 왔다. 한국 회사들의 현지 법인 설립을 돕는 컨설팅 업체 '까마인디아'에서 일하고 있다. 직원이 30명밖에 안 돼 시장 조사, 인도 바이어 매칭, 수출입 대행 등 전방위적인 컨설팅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연봉은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보다 1000만원 적은데, 일요일을 뺀 월~토 주6일 근무한다. 하지만 인도 경제가 팽창하면서 회사 매출이 3년 새 2.5배 늘었고, 연봉은 매년 15~20%씩 오르고 있다. 회사가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통신비 전액을 지원해준다. "한국 회사에서는 내 청춘이 소모되는 것 같았지만, 여기서는 회사와 제가 같이 성장한다는 게 느껴져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도에서 제 커리어의 승부를 보고 싶어요."

본지가 만나본 '잡 노마드'들은 해외 취업을 해보니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 문화도 좋지만, 가슴 뛰는 일을 열심히 할수록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14일 해외 취업자 356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95.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합리적인 근무 환경에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58.7%였다. 해외에서 일하다 귀국한 107명 중 94명(87.9%)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로 취업하고 싶다"고 했다.